*세로네로 2018.6.9.
마침 오늘은 날씨가 아주 변덕을 부진 덕분에 나도 이리저리 휘둘려버리 멋진 토요일이라. 뭔가 써보기도, 세로네로 생각하기도 좋은 날.
아침엔 흐린 안개에 '오늘은 또 어떤하루가 되시려고...' 걱정하다가 바로 그 감성에 노래방가서 신승훈 아저씨 노래를 다 말아먹고 욕도 먹고.. ㅇㅅㅇ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내 살갗을 이 지경으로 만든 그 따가운 햇빛놈이 쨍하니 거짓말 같이 떴다. '와씨, 이건 느낌이다.' 오일 챙겨 헬기장으로. 앞판 뒷판 굽다가. 태닝하고 한시간이나 지났을까 더워서 더이상은 못해.
점심먹고 무려 하트시그널2 재방 시청하신다. 열심히 응원하고 아쉬워하고 바깥에 어느새 먹구름이 두텁게 쌓이더니 온갖 괴성을 내면서 가진걸 다 쏟아붓는다. '와 진짜 오늘 작전아니어서 다행이다.' 한시간이나 지났을까. 너무 달렸는지 기대와는 다르게 벌써 그쳤다. 2회전 준비인지 먹구름을 남겨놓고 그쳤는데 그 먹구름 뒤에 해가, 구름 그림자를 만들고, 구르미는 더 까매지고, 그 사이사이로 햇빛이 새어나오면서, 저 구름돼지 안에서 해가 폭발해서 튀어나오는 것처럼, 볼만한 그림이었는데 카메라가 없엉
이전에도 11월 어느 아침에 빈 운동장에 낙엽들 위로 눈이 날리면서 쓸쓸한 그림도 처음 작전 나가서 내 시야 끝까지 산들로만 접점이 가득 메워서 '와 우리나라도 이런게 되네' 하기도, 월랑이 99%였던 매복 날에는 하늘에 별을 너무 많고 환해서 지형지물이 선명히 보여서 밤새 겁내고 있기도 하고.
날씨가 풀리면서 계절 냄새가 바뀌었는데, 훈련받는다고 힘들어 죽겠는데 갑자기 코에 '햇빛을 많이 머금은 모래냄새'가. 종일 센치하셨지.
아 뭐랄까.. 그냥 어떤게 좋은 기준인지 낙인지, 뭘 보고 있는지, 느끼고 있는지... 이런 얘기라도 해주고 싶어서. 얼굴을 보기 힘든데, 마음이 어떤지, 내 의지가 어떤지 막 부담주면 안되니깐. 가장 말할 수 있는건. 보고싶어. 인가. 어쨌든 좋은 주말이었다. 글써보기도.
전역하면 얼른 복귀해야지 하기도 가까이 일본이나 멀리 북유럽이나 여행해야지 하기도 여기 어린 놈들한테 휩쓸려서 나도 학교 복학이나 해볼까 하기도. 아, 그럼 같이 다니나?! 근데 전역이 언제?... 뒤로 돌아보면 벌써 입대한지 8개월인데 앞으로 보면 아직 1년이 넘게 남았니. 아하하. 그래서 앞으로도 쭉.. 잘 좀. 최선을 다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충성. 멀리있는 김일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