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tvN은 지난달 21일 제작발표회 전 1·2회 시사회를 열었다. '박보영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고, 박신우 PD는 전작 '별들에게 물어봐'(2025) 흥행 참패를 만회하듯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였다. OST도 깊은 여운을 줬고, 서울시와 스냅 콘테스트를 여는 등 마케팅에도 신경 쓴 듯 보였다. 시사 후 '최근 나온 작품 중 가장 재미있다' '대박 조짐이 난다'는 극찬이 쏟아졌다. 동시에 'KBS에서 방송했으면 이 완성도가 나왔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업계에선 'KBS가 작가만 제공한 격'이라고 봤다. 당초 KBS는 미지의 서울 캐스팅에 애를 먹었다. 먼저 하이그라운드에 손을 내밀었고, 박보영을 캐스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보영 측이 'KBS에서 방송하면 출연하기 힘들다'고 해 난관에 부딪혔다. 감독도 마땅치 않자, 스튜디오드래곤에 공동 제작을 요청하면서 박 PD가 연출을 맡게 됐다. KBS와 CJ ENM이 드라마 제작·사업 협력 MOU를 맺게 된 배경이다.
이 작가는 KBS 2TV '드라마스페셜' 출신이다. 드라마스페셜은 신진 작가 배출의 산실로 불렸다. 이 작가는 '다르게 운다'(2014) '아득히 먼 춤'(2016) '사교-땐스의 이해'(2019) 등 단막극 다섯 작품을 선보였고 미니시리즈 '스파이'(2015)를 공동집필했다. 장편 데뷔작인 '오월의 청춘'(2021)은 4~5%대로 시청률이 높지 않았지만,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청춘들의 사랑을 담아 호평 받았다. 일각에서 'KBS가 키운 작가만 내주는 꼴'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KBS는 몇년째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등장 후 경쟁력이 약화됐고,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한 재정 악화까지 겹쳤다. 일일·주말극을 제외하고 미니시리즈 시청률은 1~3%대로 떨어졌다. 요즘도 'KBS 드라마는 누가 보느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KBS는 CJ ENM에 어쩔 수 없이 손을 벌리는 상황이다. 양사는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했는데, 상대적으로 KBS는 좋은 작품을 내주고 CJ ENM은 남는 작품을 줄 수 밖에 없다.
KBS 입장에선 CJ ENM이 준 작품 성적은 초라해 더욱 씁쓸할 터다. 정은지·이준영 주연 '24시 헬스클럽'은 CJ ENM 스튜디오스 작품으로, KBS 2TV 수목극에 편성했다. 엠넷 예능 '음악의신1·2'(2012·2016) 박준수 PD가 연출, 코미디만 너무 강조해 아쉬움을 줬다. 1~12회 시청률 0~1%대로 막을 내렸다. 몬스터유니온의 '친애하는 X'는 김유정·김영대가 주연을 맡았으며, 올해 티빙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양질의 작품을 다 내주면, KBS 시청률은 어떻게 올리느냐'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KBS는 올해 2월 간담회에서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몬스터유니온은 KBS와 계열사 KBS N·KBS 미디어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tvN과 티빙에서 내보내더라도 흥행하면 몬스터유니온 재무 상태가 개선, "KBS 본체도 탄탄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아무리 몬스터유니온 재무가 탄탄해져도, KBS 드라마 자체 시청률이 오르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KBS 채널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부터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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