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마음 속에 당신의 별을 안고 저는 이제 멀리 떠날 준비를 합니다.
제 마지막이 다가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고려의 하늘을 마음껏 눈에 담을 수 있고, 당신과 함께 숨쉬는 이 고려의 공기를 마신다는 건 언제나 저를 벅차게 만들어요.
종종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평범하게 살아갔다면, 당신과 저를 닮은 귀여운 아이를 키우며
궁 안에서의 많은 걱정거리와 숱한 죽음들을 져버리고
그렇게 가족이 되어 행복하게 살아갔을까, 하는 생각을요.
더이상 당신과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할 때, 무슨 말이 좋을지.. 오래도록 생각했어요.
훗날 당신이 눈 감으실 날, 그 마지막 길에 떠오를 사람이 저라면
힘들었던 날들 다 잊고.. 그저 행복했었다고, 꿈결 같은 삶이었다고 언제든 외쳐드릴 것입니다.
제 숨이 멈추어지는 날, 저는 한 줌의 먼지가 될까요.
해수 라는 이름을 남기고 제 생이 이렇게 끝날 지, 기억을 잃기 전 제가 있던 세계로 다시 돌아가게 될 지 어느 것도 알 수가 없어 두렵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랑과도 같던 당신의 눈빛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거에요.
오랜 시간 저를 보러 오시지 않는 당신이지만, 제가 마지막 숨을 쉬게 되는 날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늦어도 좋으니 언제든 해수가 이 곳에서 당신이 오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에게 상처를 주게 되어서 미안해요.
언제나 사랑을 주었던 당신에게 마지막까지 상처를 남기게 해서 미안해요.
한 순간도 빠짐없이 외로웠던 당신에게 더 큰 외로움을 주어서 미안해요.
앞으로 제가 걷게 될 길보다 당신 홀로 걸어야 할 길이 너무나 멀어보여서, 그 길을 함께 걸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끝까지 저를 지켜주려했던 당신을 압니다. 어디서든 저를 기다려줘서, 지켜주어서 고마워요.
못난 저를, 이 못난 여인을 이리 사랑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