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분노 (요시다 슈이치) 별이 총총 빛나는 오키나와의 밤하늘은 깊고 깊다. 지금까지 봐왔던 평범한 밤하늘이 밀푀유처럼 켜켜이 겹쳐진 것처럼 보인다. 이즈미는 언제나 그 속에 자기 팔을 넣어보고 싶었다. 끝도 없이 깊이 빠져드는 팔에 따끔따끔한 별들의 감촉이 느껴질 것 같았다. -분노1 中 〈요시다 슈이치>- 2. 아가미 (구병모) 어둠 속에서 수증기가 온몸의 모공을 열어 속속들이 세척하고 나면 몸을 떠나려던 촉각이 한데 다시 모여 사고가 명료해지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감당할 수 있으리라는 긍정과 확신이 온몸을 채웠다. -아가미 中 〈구병모>- 3. 디어랄프로렌 (손보미) “디어, 는 다정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만 쓸 수 있는 말인 것처럼 느껴져. 아주 친밀하고 따뜻해.” 그 친구는 내가 학교에 안 나간 후부터 내 집 문을 두드렸어요. 노크 말이에요. 누군가 내 집 문을 노크해줬죠. 섀넌, 나는 그걸 계속 비웃었지만, 이제는 비웃는 걸 그만해야 할까봐요. 섀넌, 이 세상의 누군가는 당신의 문을 두드리고 있을 거예요. 그냥 잘 들으려고 노력만 하면 돼요. 그냥 당신은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돼요. -디어랄프로렌 中 〈손보미>- -손보미 작가님은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이에요! 문장 하나하나가 모두 다정하고, 달콤해요? 디어랄프로렌 말고도 그들에게 린디합을 이라는 책도 굉장히 좋아요! 4. 스크류바 (박사랑) -단편 소설집 “어차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니 이해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온 니체가 말했다. 특별히 대답이 필요한 말 같지는 않아 나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모든 결정적인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납니다. 어제 당신의 하루는 어땠습니까?” -스크류바 (어제의 콘스탄체) 中 〈박사랑>- 5. 피프티 피플 (정세랑)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낮고 넓은 테이블에, 조각 수가 많은 퍼즐을 쏟아두고 오래오래 맞추고 싶습니다. 가을도 겨울도 그러기에 좋은 계절인 것 같아요. 그렇게 맞추다보면 거의 백색에 가까운 하늘색 조각들만 끝에 남을 때가 잦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이 들어 있거나, 물체의 명확한 윤곽선이 보이거나, 강렬한 색이 있는 조각은 제자리를 찾기 쉬운데 희미한 하늘색 조각들은 어렵습니다. 그런 조각들을 쥐었을 때 문득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 50명쯤 되는 소설, 한사람 한사람은 미색밖에 띠지 않는다 해도 나란히 나란히 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를요. -피프티 피플 (작가의 말) 中 〈정세랑> 6. 젋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제가 매년 챙겨 읽는 작품집이에요! 다양한 이야기들과 다양한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매년 좋은 작품들로만 가득하니 꼭 회별로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