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처음 만나 같이 일을 하는 동기로 지내며,
같이 퇴사하고 한 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사찰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고, 이태원의 어느 펍에 다녀와 술을 마셨으며
게임을 같이 하기도 했고, 영화를 같이 보기도 했지.
나는 있잖아. 우리가 만났던 최근의 모습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해.
사람 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우리는 더 이상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항상 염두 해.
나는 그걸 잘 알고 있어. 예상치 못한 이별과 예상한 이별을
갑자기 온 하늘이 무너져버린 느낌과 아픔에 서서히 무뎌지는 느낌의 차이를 잘 알아.
이번에는 아마 후자인 거 같아. 네가 미국에 간다는 걸 몇달 전부터, 아니 우리가 처음 만날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별이라는 상황은 몇 번을 마주해도 받아들이기 좀 벅차. 너를 조금이라도 좋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친한 친구와 짝사랑의 경계를 오가며 일상 속에 네가 있던 이 행복을 더 누리고 싶어.
우리가 만난 어제가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힘들면 생각나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고, 매일은 아니더라도 영상통화를 하며
서로의 일상에서 생긴 소소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 사람이었으면 싶어. 우리가 늘 그랬던 것 처럼.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을 알고 있니?
나는 우리가 그렇게 될까 겁이 나. 하나 둘 서로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이 생기고,
다른 사람을 만나 나와 더 가까워지며
정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는 사람이 이제 더 이상 내가 아닐까봐.
비행기를 타고 13시간 시차가 나는 먼 타국으로 떠나는 네가 벌써 그리워.
5년 이라는 시간으로 너와 내가, 그리고 우리의 사이가 많이 변해있을 거야.
네가 더 성장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싶어.
그래서 편지와 선물을 준 거야.
보고싶어.
그리고 잘 다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