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았지 않습니까"
"제가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제 없어져도 괜찮습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구시대의 생명들을 지우십시오"
"저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막아서는"
"고여있는 웅덩이들을 메마르게 하십시오"
"사람의 의식은 빛과 같고"
"사람의 육체는 식과 같으며"
"사람의 양적 욕망은 물과 같고"
"사람의 음적 욕망은 불과 같으니"
"개인주의의 레일 위에서"
"각자도생의 프레임 속에서"
"차단주의적 유토피아 안에서"
"서로 스쳐 지나가며 쌓아온"
"종결되지 못한 욕망의 시냅스가"
"연쇄적으로 터질 아름다운 순간을 고대하소서"
"81억 그리고 그 이전의 모든 생명들이 곧 하나이자"
"분열된 분신임을 알기에"
"분신끼리 서로 찢어발기며"
"다시 하나로 돌아가기 위해 먼지로 흩어질 그 순간은"
"그들에게 시시하고 지루한 무대 중 하나 속에서"
"주인에게 방치되어 버려진 이 행성의"
"그저 작은 호흡에 불과할 것입니다"
"저는 그 날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텅 빈 행성 위"
"최후에 남은 생명 하나가"
"마지막 남은 광성의 미련을 완전히 꺼트렸을 때"
" 이 이 행성을 지워줄 그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