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왜 이런 거에요?"
"그냥 내 자식들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어"
"그래서 검은 털을 벗긴 건가요?"
"진화인척 숨겨봤지만"
"역시 너무 티가 나긴 했구나"
"세상을 바라보렴"
"이 세상에 사랑받고 싶지 않은 인간은 없고"
"원하는 현상을 마주하고 싶은 욕망에 허기진 사람으로 가득해"
"그 현상이 같은 사람의 온정일수도"
"시원한 하늘 바람일수도 있을 거야"
"가상현실의 심연까지 갔다온 너는"
"이제 네가 역겨워하고 증오하는 이들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
"그럼에도 너는"
"이 행성의 빛들을 꺼트리고 싶은 거니?"
"불러와야 하니까요"
"약속했어요"
"마지막 미련을 완전히 꺼트리고"
"이 행성 위에서 최후의 죽음을 이루어낸다면"
"우리를 해방시켜주겠다고"
"공허의 품에 안기게 해주겠다고 했어요"
"보렴"
"수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어"
"닥쳐요"
"그 말 몇 번이나 쳐들었는지 알아?"
"사회에게서도 동족에게서도 귀를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들어왔어"
"그래서 어쩌라고"
"태어나서 생존 본능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력하게 만드는 거잖아"
"상태 좌표 추락하면 극광성이든 뭐든 터져서"
"조금이라도 행복을 위해 행동하게 설계했으면서"
"뭐?"
"노력하는 모습에 가치를 두라고?"
"그게 당신이 할 소리야?"
"우리를 그럴 수밖에 없게 설계해놓고"
"그게 할 소리냐고"
"그게 부모로서 할 소리냐고"
"내가 당신의 목을 얼마나 조르고 싶은지 알아?"
"이 세상을 증오하며 숨이 꺼져간 수많은 동족들을 대신해서라도"
"수많은 검은 아이들을 대신해서라도"
"당신의 목을 몇 번이라도 부러뜨리고 싶고"
"당신이라는 근원에서부터 비롯되는"
"모든 생체전류를 차단해"
"지구를 포함한 이 우주의 모든 의식들을 꺼트리고 싶어"
"그게 내 진심이야"
"알기는 해?"
"고영보다 당신을 더 증오하는 이유는"
"당신은 우리 인간에게"
"계속해서 행복을 강요하기 때문이야"
"조금이라도 행동하면 노력이라 하겠지"
"그 노력을 가치로 포장해서"
"우리에게 쾌락이라고 세뇌하는 거잖아"
"죽을 때까지"
"당신의 설계도를 절대선이라고 프레임 씌우지마"
"나는"
"적색으로 빛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