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JYJ |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
"저는 분명 보았습니다. JYJ가 인천아시안게임 홍보대사가 된 것을. 그러나 인천시는 JYJ를 세계홍보에는 쓰면서 정작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숨기려고 합니다. 인천아시안게임 성공기원뮤직페스티벌에 홍보대사 JYJ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홍보대사 없는 성공기원, 세계의 창피입니다."
7일 올라온 어느 JYJ 팬의 SNS 글이다. 찬찬히 읽어보면, 어렵지 않게 뒤섞인 장탄과 분노가 감지된다. SNS 상에는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성공개최 기원 한류 콘서트에 홍보대사인 JYJ가 없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라는 글들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이렇게 JYJ 팬들이 또 한 번 단단히 화가 났다. 예능과 음악방송에서 볼 수 없는 JYJ의 상황에 수년 째 분노해 온 그들이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아시안게임이란 국가행사와 지상파 3사의 '방송불가'는 성격이 또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JYJ는 지난 2월부터 인천아시안게임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조직위는 "아시안게임의 인지도 확산과 해외홍보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아시아권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JYJ를 홍보대사로 위촉해다"고 밝힌바 있다.
"JYJ의 국제적 인지도와 더불어 2014 인천아시안게임도 40억 아시아인에게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는 김영수 아시안게임조직위원장의 소감 역시 JYJ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JYJ는 지난 5월 응원송 녹음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홍보대사 활동에 돌입했다.
하지만 9월 1일 열릴 예정인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성공개최 기원 한류콘서트의 출연자 명단에 JYJ는 쏙 빠져있다.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가 출연하지 않는 대회 성공기원 콘서트에는 그럼 누가 출연할까.
"홍보대사 주관하는 홍보부에서 JYJ 출연 문의"
▲ 2013 인천한류관광콘서트 티저 포스터 |
ⓒ 2013 인천한류관광콘서트 |
현재 이 공연의 출연자 명단에는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2AM, A-JAX, B.A.P, BTOP, EXO, FTISLAND, miss A, ZE:A, 걸스데이, 방탄소년단, 보이프렌드, 비스트,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시크릿, 씨스타, 엠블랙, 카라, 티아라, 틴탑 등 20개 팀이 올라있다. YG를 제외한 SM과 JYP와 유력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들이 대부분이다.
정식명칭이 '2013인천한류관광콘서트'인 이 행사는 인천광역시와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문화방송이 주관방송으로 참여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 부제가 '코리안뮤직웨이브로' 2009년에 시작해 올해가 5회째로 알려져 있다. 주관은 개그맨 이혁재가 운영하는 HH컴퍼니(주에이치에이치컴퍼니)와 인천도시공사, 인천일보가 공동으로 맡았다.
이 콘서트 출연자에 대해 조직위원회 문화행사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세부적인 사안은 조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홍보대사인 JYJ의 출연에 대해 묻자 "홍보대사 업무를 담당하는 홍보부에서 측에서 그 그룹의 출연에 대해 문의가 있긴 했었다"고 답했다.
정리하자면, 홍보대사의 활동과 콘서트 출연은 유관부서가 달라 아직까지 별개의 문제로 취급됐단 뜻으로 풀이된다. "홍보부 측에서 문의"를 할 정도면, 이미 행사를 주최하는 HH컴퍼니 측과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해진다.
또, 조직위 측은 아직 출연자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실 오후 7시부터 9시 30분으로 예정된 콘서트 시간에 20개 팀이 공연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5회째라는 이 콘서트는 지난해 HH컴퍼니와 MBC 뮤직이 주관했지만, 여러 구설에 휩싸이며 행사를 1주일 여 앞두고 돌연 취소돼 한류 팬들의 원성을 들은 바 있다.
홍보대사도 출연자에서 제외시키는 거대 기획사의 힘?
지난달 2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SM엔터테인먼트와 (사)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이 JYJ의 방송 출연과 가수 활동을 방해했다며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동방신기 출신의 김재중·박유천·김준수가 그룹을 탈퇴하고 2009년 JYJ를 결성하자, SM측이 2010년 JYJ의 방송 섭외 등 출연을 자제하는 공문을 26개 방송사, 음반사, 음원유통사 등에 보낸 것에 대해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JYJ의 지상파 출연은 '해금'이 되어야 마땅해 보인다. 최소한, JYJ 멤버인 박유천이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로 시청률 상승에 기여하며 연말 시상식 자리에까지 출연했던 KBS에서 먼저 물꼬를 터주는 것이 '상식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보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현실'인 듯 보인다. 특히나 조직위원장이 임명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조차 버젓이 '성공기원'이란 이름을 내건 관련 콘서트의 출연자 명단에 이름도 내걸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은 비상식을 넘어 대중문화계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기획사의 '은밀하고 거대한' 힘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아 소름마저 돋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으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는 JYJ의 족쇄. 이 대중문화계를 점령하고 있는 '불공정'의 기운이 과연 인천아시안게임 홍보대사 활동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지 '상식적인' 차원에서 심히 궁금해지는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