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너무 힘들고 충격적이고 정신이 없습니다..
많은 분들의 생각과 조언을 구하고 싶어 글을 쓰니 횡설수설해도 이해해주세요...
저는 스무살 후반이고 남편은 저보다 한 살이 많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고 이 사람을 놓치면 내가 죽겠다싶어
결혼 얘기도 먼저 꺼냈고 조금 머뭇거렸지만 흔쾌히 승낙해준 그 사람과 결혼한지
일 년이 되어갑니다.. 아이는 나중에 갖자는 그 사람의 말에 서운했지만 그러자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이게 다행인건지 아닌건지 모르겠네요.
원래도 무뚝뚝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결혼을 한 뒤로는 정말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이
잘해주고 또 잘해주던 사람이었습니다. 주위에서도 너 시집 정말 잘 갔다는 말 뿐이었고
저는 늘 뿌듯해했죠. 정말 우리는 싸움 한 번 한 적이 없었고 그 사람은 늘 저에게 져주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그냥.. 이 사람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건 두, 세달 전 부터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고,
일 나갈 시간도 아닌데 급한 일, 친구 핑계대며 밖에 나가고 저와의 잠자리도 피곤하다며 피하더군요.
처음에는 잘 몰랐습니다. 자주 그런 것도 아니었고 제가 좀 기분 나빠할때마다 미안하다며 애교부리고
다음에 훨씬 잘해주고 그랬거든요... 그러다가 정확히 안 건 핸드폰 문자를 통해서였습니다.
분명히 남자 이름인데, 자기야, 여보야 부터 시작해서 연인들만 보낼법한 문자를 보내놨더군요.
순간 깜짝 놀라서 남편의 핸드폰을 뒤져보았습니다. 그 남자의 사진도 몇 개 있었고,
그와 함께 찍은 것도 있었네요. 그 남자가 보내온 사진도 있었고, 직접 찍은 사진도 있었고...
그동안 왜 그렇게 핸드폰을 애지중지했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정말 온 몸이 떨리고 숨쉬기가 힘들었습니다. 설마, 싶은 마음이었는데 솔직한 마음으로는
한치의 의심도 없었어요.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할 말도 못 찾고 있었습니다.
어떻게할까 싶다가 자는 남편을 깨웠습니다. 부르니까 일어나더군요.
최대한 흥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물었습니다. 핸드폰 문자함 보여주면서,
이게 뭐냐고... 웃긴 게 뭔 줄 아세요? 당황하지도 않대요... 핸드폰 보여주니까 조금 놀란 것 같더니
저보다 더 차분한 얼굴로 사실 나 게이다.. 고등학교 때 부터 알았고 남자도 몇 번 사겼었다..
그러다 부모님한테 들켜서 인연 끊을 뻔 하다가 간신히 말리고 너 만나서 결혼한거다..
그 표정, 목소리, 몸짓 하나하나까지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제가 아무 말도 못하고있으니까
정말 미안하다고 그런데 어쩔수가 없었다 하더군요. 원래 흥분을 잘 하는 성격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제 어쩔거냐고 물으니까 얘를 만나면서부터 저한테 언젠가 들킬줄 짐작은 했대요.
그냥 미안하다고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겠다고 그러더군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전의 그 다정한 표정 어따 갖다 집어치우고 완전 냉정하게
딱 잘라 말하는데 세상이 빙빙 돌대요. 도저히 아무 생각도 못 하겠고 어지럽고 미칠 것 같아서
다음에 얘기하자하고 방에서 내쫓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바로 짐싸서 친정으로 왔구요.
도저히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나왔는데 친정엔 아직 아무말도 못했습니다. 전화로 통화해봤는데
끝까지 제가 원하는대로 하겠대요. 하지만 자기는 지금 만나는 사람 너무 사랑한다고, 설사
저와 결혼생활을 계속해도 자신은 바뀔 수 없고 이런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될지도 모른다고...
정말 죽고싶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건지 하늘이 원망스럽고 돌아버릴 것 같아요.
쿨하게 너 좋을대로 살아라 하고 이혼해주면 저도 편할텐데 제가 이 사람을 너무 사랑합니다...
살다보면 고쳐지지 않을까 싶고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까 싶고.. 살면서 동성애자 이런 건
티비속에만 존재하는건 줄 알았는데 그게 제 남편이라 생각하니 세상이 끝난 것 같습니다..
어떻게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부모님은 자꾸 무슨 일이냐 물어보시고
함부러 터놓을 수는 없고... 차라리 여자랑 바람이나지 이게 도대체... 헛웃음마저 나오네요.
제가 어떻게 해야할까요.. 제발 알려주세요 지금 밥도 안 넘어가고 이 글도 울면서 쓰고 있습니다...
좀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