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창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SM 소속 뮤지션들의 콘셉트 및 아트 디렉팅을 담당하는 아트 디렉터 민희진. 그녀는 SM에 그래픽 디자이너로 입사해 소녀시대, 샤이니,f(x) 그리고 EXO까지 수많은 앨범 아트웍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한 뮤지션의 콘셉트를 다양하게 표현하며 최근 컴백한 에프엑스의 ‘Pink Tape’ Art Film까지 완성시켰다. 현재 SM의 모든 시각 이미지를 총괄하고 있는 아트 디렉터 민희진. 이러한 그녀가 앞으로는 어떤 작품으로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까?
아이디어 뱅크
디자이너 민희진.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SM엔터테인먼트의 비주얼 & 아트 디렉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민희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 SM엔터테인먼트 비주얼 & 아트 디렉터, 그래픽 디자이너 민희진
언제부터 그래픽 디자이너의 꿈을 갖게 되었나요?
할아버지께서 그림을 그리셨고 저도 어릴 때부터 그림을 가까이하고 좋아했어요. 그래서 미대 진학이 당연한 분위기였죠. 동생들도 각각 시각디자인, 영화 연출을 전공했고요. 어릴 땐 잠깐 오디오 피디에 관심이 있어서 학창시절 내내 방송반 활동을 했죠. 그렇지만, 역시 그림에 대한 애정을 버릴 수 없어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디자인 분야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된 것 같아요.
ⓒ 샤이니의 정규 3집 앨범 이미지
SM에 들어가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었나요?
SM이 졸업 후 첫 회사에요. 대학 시절엔 광고 쪽에도 관심이 있어, 한 광고회사에서 개최하는 대학생 인턴십 과정에 합격해 1년 정도 경험을 했어요. 거의 4학년 졸업반들이 취업을 목적으로 지원했었는데, 당시 전 3학년이었거든요. 덕분에 다른 동기들보다 좀 더 여유 있게 조직을 먼저 경험해 볼 수 있었어요.
이후 SM에 지원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광고회사는 인기 직종이기도 했고, 크리에이티브하고 역동적인 분위기가 좋았어요. 그런데 디자이너로서 펼치고 싶은 아트웍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던 중 졸업 무렵 우연히 SM의 공채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어요. 음반 디자인은 디자이너들에겐 특히 매력적인 분야죠. 그런데 저 같은 경우 대중가요엔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오히려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더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웃음) 뭔가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할까? 막연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어떤’ 것을 대중들에게 보이고 싶은 생각이 있었죠.
ⓒ 음반 디자인을 통해 대중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아트 디렉터 민희진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당시에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셨나요?
당시라기보다 아주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죠. 어떤 장르이든 제 스타일을 가려서 듣곤 했어요. 예나 지금이나 같아요. 좀 나른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굳이 꼽자면,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 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 스타일, 6~70년대 이태리 사운드들 좋아했어요. 브라질리언 사운드도 좋아하고. 대학 시절 제가 우연히 발견했던 저만의 명반 Daniel Taubkin의 음반을 늘어지게 듣던 기억이 나네요.
ⓒ 뮤지션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
ⓒ 뮤지션 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
현재 하나의 직업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일을 하고 계세요. 원래부터 SM에 이런 분야가 있었던 건가요?
없었죠. 저희 팀은 제가 입사할 당시 신생부서였고,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겪어 왔어요. 제가 생각하는 음반디자인은 단순히 음반을 예쁘게 치장하는 작업이라기보다 뮤지션 혹은 제작자의 의도나 해석이 수반되어야 하는 작업이에요. 그런 생각으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없던 일도 만들게 되고, 관여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새로운 시도가 한번 성공하게 되면 이후엔 자연스럽게 시스템화되기 마련이죠. 뭐든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처음보다 수월해지기 마련이에요. 물론 안주하지 않으려는 자각과 실천이 수반되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요.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의도하는 것들을 제대로 이루기 위해선 소리를 내고 실행에 옮겨야 하죠.
그 과정이 만만치는 않았을 것 같아요.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어떻게 보내왔는지 순간 아득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미친 사람처럼 일한 것 같기도 하고. 일 년이 한 달처럼 지나갔어요. 일하면서 무엇보다 끈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죠.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페이스가 아니기 때문에,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진리도 새삼 깨달았고. 매 프로젝트마다 다짐하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어요. ‘주어진 시간 내 베스트를 했는가?’
ⓒ 처음 입사할 당시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아트 디렉터 민희진
실장님께서 무대 의상에 참여하게 된 건 언제부터였나요?
제가 전체적인 콘셉트를 제안하고, 비주얼 작업을 진행해 나가는 과정이 회사에 어필되면서, 회사에서 제게 무대 의상까지 포함한 전체적인 비주얼 디렉팅을 일임했어요. 앨범 콘셉트와 무대 의상이 이원화되었던 점이 저도 마음에 들지 않았었죠. 그때부터 콘셉트와 무대, 그리고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줄 수 있는 새로운 과정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시점으로 본다면 슈퍼주니어는 ‘Sorry Sorry’, 소녀시대는 ‘Gee’부터, ‘샤이니와 f(x)(이하 에프엑스), EXO(이하 엑소)는 데뷔 때부터예요.
무대 의상을 제작하는 과정이 궁금해요.
앨범 준비 시작 시점에 해당 스타일리스트에게 의도하는 콘셉트를 설명해주고 그 느낌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브리핑해요. 예를 들면, 소녀시대의 흰 티셔츠와 청바지 매칭이라든지, 컬러 스키니 세트, ‘소원을 말해봐’의 제복, 샤이니의 스키니, 최근에는 엑소의 교복과 같은, 콘셉트를 만들며 떠올렸던 핵심이 될만한 아이템을 우선적으로 시안화해서 스타일리스트들에게 오더하죠. 이어 의상제작 구체안을 스타일리스트에게 다시 제안받고요. 시간이 허락하는 한, 이렇게 핑퐁과도 같은 과정으로 수시로 논의하고 발전시켜요. 제작은 당연히 스타일리스트가 담당해요.
ⓒ 스파이를 콘셉트로 한 소녀시대의 '훗' 앨범 재킷 이미지
ⓒ 슈퍼주니어의 정규 3집 앨범 'Sorry, Sorry' 앨범 재킷 이미지
의상의 표현에 있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시나요?
기본적으로 컨셉이 잘 드러내는가가 우선이죠. 그다음엔 무대에서의 셀링 포인트를 늘 염두해요. 예를 들면, 샤이니의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 무대를 할 당시 멤버 태민의 의상 중 후드에 스팽글이 포인트인 의상이 있었는데, 의상을 보고 문득 무대에서 춤추는 중간에 그걸 쓰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태민이와 함께 사전에 계획했죠. 무대에서 포인트가 되는 시점에 후드를 써주는 연출을 하기로. 사소한 연출이었지만 당시 태민이가 후드 쓰는 타이밍만 기다리는 팬도 있었어요. 무대를 즐기는 시청자들에게 사소하지만 인상적인 재미를 안겨주는 거죠. 앨범 재킷 촬영 같은 경우엔 아무래도 제 의도가 있다 보니 제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가끔은 직접 스타일링 하기도 해요. 이번 에프엑스의 핑크테잎 재킷, 아트필름 촬영도 직접 스타일링했죠. 사실, 협업이라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에요. 같은 걸 봐도 모두의 생각이 다르기 마련이니까요. 의상을 만들고 무대에서 연출하는 것부터는 스타일리스트들의 몫인데, 가끔 컨셉을 이해 못 했거나 의도와 다르게 나올 때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괴롭죠. (웃음) 준비, 제작에 있어 시간의 제약도 있고 바쁘고 힘든 스케줄임을 아니까 늘 스타일리스트들을 응원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기획자 입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애초에 의도했던 콘셉트를 잘 구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최근 에프엑스의 ‘Pink Tape Art Film’은 실장님의 첫 번째 영상 기획물이에요. 이건 어떻게 작업하게 된 건가요?
늘 앨범 활동 막바지쯤 되면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다음 앨범에 대한 구상을 하게 돼요. 이전부터 이번 새로운 앨범에선 로맨틱한 에프엑스를 그리고 싶었어요. 이후에 타이틀곡을 듣고 일사천리로 그림이 그려졌죠. 영상부터 앨범 디자인까지. 이번 컨셉을 잘 표현하려면 꼭 그에 맞는 영상이 필요했어요. 이번이 그동안 그려온 에프엑스 이미지에 방점을 찍어줘야 하는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회사에 새로운 개념의 필름을 만들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너무 신나서 가슴이 두근거렸죠. 상징적으로 ‘핑크색 VHS를 만들자!’ 싶었어요. 이어 앨범 타이틀도 디자인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Pink Tape’로 정해지게 됐고요.
ⓒ 핑크색 VHS를 모티브로 한 에프엑스의 'Pink Tape' 앨범 디자인
이제는 영상까지 참여하시네요.
분 야는 제게 큰 상관이 없어요. 어떤 분야든 필요하다 싶으면 제안하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 업무영역을 벗어나는 순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에 처할 가능성도 생기겠지만요. 뮤직비디오 제작은 제 업무가 아니에요. 하지만 샤이니 'Dream Girl' 뮤직비디오 제작 땐 나름대로 필요성을 느껴 디지페디라는 팀을 회사에 제안하기도 했죠. 이번 에프엑스의 앨범 같은 경우엔 콘셉트의 제대로 된 표현을 위해, 새로운 시도의 영상 작업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앨범 콘셉트를 드러내는 방식에서도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고 싶었고. 아무래도 그래픽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상에 관심이 많아요. 표현에 있어 방법적으로도 영상 전공자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작업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이번 앨범에서 실장님이 생각했던 에프엑스의 이미지는 무엇이었나요?
‘아름다운 기괴함’ 전 에프엑스를 통해 언제든지 전형적이지 않은 색다른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싶어요. 그래서 애초 기본적인 콘셉트의 방향도 그렇게 설정했죠. 이번 앨범에선 에프엑스만의 사랑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어요. 누구든 자기만의 독특한 러브스토리가 있잖아요. 겉으로는 흔해 보일지라도 안을 들여다보면 남들은 모르는 자기만의 사랑 방식이 있죠. 그런 첫사랑의 은밀함을 시각적으로 독특하게 풀고 싶었어요.
ⓒ 전형적이지 않은 색다른 아름다움을 표현한 에프엑스 'Electric Shock' 앨범 재킷 이미지
그래서 의상으로 교복을 택하셨던 거군요.
네. 첫사랑의 풋풋함을 상징하기 위해 교복을 응용했어요. 전형적인 교복이라기보다 교복의 뉘앙스만 빌려온 의상이죠. 전체적인 촬영 무드와 헤어, 메이크업의 표현에 있어 Asian적 터치를 가미해 나른하고 멜랑콜리한 이미지를 강조했어요. 촬영할 때도 일부러 나른한 올드 선샤인팝만 틀어놨었죠. 무국적, 다국적 정체불명 학생들의 괴상한 옴니버스를 그리듯이. 그 이미지들을 모아 이상한 핑크색 테잎안에 담고 싶었어요.
ⓒ 첫사랑의 풋풋함을 상징하기 위해 응용된 교복을 콘셉트로 한 에프엑스의 '첫 사랑니' 앨범 이미지
ⓒ 첫사랑의 풋풋함을 상징하기 위해 응용된 교복을 콘셉트로 한 에프엑스의 '첫 사랑니' 앨범 이미지
ⓒ 교복을 콘셉트로 한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이미지
‘Pink Tape’의 Art Film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소박하게 진행된 작업이에요. 처음 하는 일이라 저 스스로 예산을 크게 잡을 수 없었어요. 예산과 결과물의 질이 꼭 비례하는 것도 아니고. 최저예산으로 조용히 재미있게 작업하자 싶었죠. 시간이 많지 않아, 감독으로 누굴 섭외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일단 제 의도에 대한 이해가 확실한 사람이어야 했고 돈이 목적이 아닌 순수하게 작업에 흥미가 있는 새로운 사람이어야 했어요. 문득 영화과에 재학 중인 제 막냇동생이 떠올랐죠. 언젠가 우연히 동생 과제를 본 적이 있었는데 상당히 좋았던 기억이 있거든요. 하지만 그 친구는 뮤직비디오나 상업적인 일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처음엔 거절당했어요. 가족이어서 괜히 더 고민이 많았지만, 주어진 여건을 생각한다면 동생만큼 저를 쉽게 이해해 줄 만한 사람도 없었죠. 그 친구의 진지함이 제 생각과 만나면, 다소 부족한 상황이더라도 재미있는 작업물이 나올 수 있겠다 싶었어요. 설득을 거듭한 끝에 함께 작업하게 됐고요. 그렇게 동생과 그의 친구들이 합류하게 됐는데, 다들 고마워요. 소박한 제작여건에도 크리에이티브하게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그 친구들을 칭찬해주고 싶어요.
ⓒ 민희진이 처음으로 기획한 에프엑스의 'Pink Tape' Art Film 촬영 현장
현장 분위기는 어땠었나요?
멤버들도 스태프들도 모두 신 나게 작업했어요. 마치 놀러 온 사람들처럼. 작은 작업이었지만 모두가 학생처럼 기대감이 컸죠. 전 마치 학교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어요. 작업 과정이 풋풋하고 순수해서 더 애틋한 프로젝트에요.
ⓒ 민희진이 처음으로 기획한 에프엑스의 'Pink Tape' Art Film 촬영 현장
에프엑스 멤버들은 이번 콘셉트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해요.
너무 좋아했죠. 늘 믿고 따라와 줘서 고마워요. 처음엔 새로운 프로젝트에 눈을 동그랗게 떴는데, 바로 이해하고 적극적이었어요. 재킷 촬영과 필름 촬영하는 며칠 간 너무 신 나게 임해줬어요.
이번 Art Film 작업에서 빛을 이용한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이건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어떤 공간이든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있어 ‘빛, 소리, 냄새’.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영상에서의 빛과 소리의 쓰임은 너무 중요하죠. 시각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빛’은 언제나 중요 화두인데, 연출을 맡은 감독들도 너무 잘 알고 있었죠. 그 친구들이 조명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특히나 저예산으로 아이디얼한 결과물을 내기 위해선 기본적인 요소들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죠.
ⓒ 빛을 이용한 에프엑스의 'Pink Tape' Art Film 크리스탈 이미지
ⓒ 빛을 이용한 에프엑스의 'Pink Tape' Art Film 컷
ⓒ 빛을 이용한 에프엑스의 'Pink Tape' Art Film 컷
‘Pink Tape’ Art Film이 공개되자마자 반응이 좋더라고요. 처음으로 작업한 영상의 결과가 좋아서 뿌듯하실 것 같아요.
소박한 작업에 많은 호응을 보내주셔서 기뻐요. 개인적으로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애초에 우리 모두가 의도했던 것 보다는 전체적인 영상 무드가 조금 밝은 기조로 빠지긴 했는데, 대중 가수인 점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공개 전날까지 밤새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함께 작업했던 친구들이 모두 열심이었기에 좋은 결과가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제게는 첫 작업이었음에도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주신 이수만 프로듀서님과 사장님께도 감사하고요. 거창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 함께 한 모든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 민희진에게 의미가 있었던 에프엑스 'Pink Tape' Art Film 컷
ⓒ 에프엑스의 'Pink Tape' Art Film 크리스탈 이미지
최근 ‘으르렁’으로 컴백한 엑소의 콘셉트는 어떤가요?
이번엔 스트릿이 주된 콘셉트예요. 처음 곡을 듣는 순간 교복으로 풀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교복과 스트릿룩이 얼핏 매치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정서적으로 지극히 연관되어 있는 점에 착안했죠. 우선, 정규 1집 앨범 콘셉트를 크게 학교로 풀어냈어요. 그래서 첫 번째 앨범에서는 노트와 졸업 사진으로 대변되는 학원물을 그렸고, 후속곡에선 스트릿으로 연장. 마치 청소년들의 학교와 방과 후의 일상을 하나의 앨범으로 이어주는 느낌으로. 이렇게 꿰어진 그림을 통해 엑소라는 그룹의 이미지를 친근하면서도 개성 있게 어필하고 싶었어요.
ⓒ 교복과 스트릿을 콘셉트로 한 EXO의 앨범 이미지
ⓒ교복을 콘셉트로 한 EXO 멤버들의 이미지
처음부터 엑소는 이런 콘셉트로 진행되었던 건가요?
아 니요. 애초 엑소 플래닛의 초능력 소년이라는 태생적 세계관은 이수만 프로듀서님의 생각이에요. 처음 듣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독창적이면서 독특하기도 하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죠. 단순 접근방식으로 풀고 싶지 않았어요. 먼저 행성과 운석을 모티브로 한 엑소 플래닛을 상징하는 엑소만의 심볼과 문자를 만들었어요. 엑소의 심볼은 엑소의 태생적 성격을 반영했고, 상황에 맞게 그 모양을 변형하죠. 세계관의 독특함은 좋은데 친근하지 않은 점도 고민이었어요. 표현 방식에 따라 자칫 너무 먼 존재로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고민은 상상으로 이어졌고, 문득 외계 행성에서 떨어진 12명의 소년들은 지구에선 뭘 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무릎을 쳤어요. 그 순간 걱정이 날아가고 모든 게 해결됐죠. (웃음) 지구에 불시착한 엑소는 앞으로 많은 변신을 거듭할 거예요. 앞으로 경험해야 할 지구의 일이 너무 많죠. 물론 '외계'도 생각해야 하고. (웃음) 엑소의 심볼 역시 엑소의 상태에 따라 변화해요. 이번엔 '사랑'과 '우정'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키스-♡' 와 '허그-○'로 변형했어요.
‘으르렁’이란 곡을 듣자마자 교복을 생각했다고 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무엇보다 우리 식의 힙합, 알앤비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힙합 하면 일반적으로 블링블링한 블랙 힙합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런 스타일보다는 조금 더 학생 같은 느낌의 진솔하고, 담백한 우리 식의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초능력 소년들이 현실로 뛰어든 거죠. 길에서 어쩌다 마주칠 법한 진짜 스트릿의 소년들로. 그래서 이번 앨범 재킷 촬영도 동네 골목과 거리에서 촬영했어요.
ⓒ 거리의 소년들을 콘셉트로 한 EXO의 '으르렁' 앨범 이미지
ⓒ 거리의 소년들을 콘셉트로 한 EXO의 '으르렁' 앨범 재킷 이미지
실제 동네에서 촬영해서인지 사진 속 식당 간판이나 공사 간판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더불어 실제 거리를 표현하기에도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간혹 ‘사진 속 식당 간판이 없었으면 더 멋있었을 텐데.’라든지, ‘왜 이렇게 동네에서 막 찍었지?’라는 반응들을 접할 때 좀 서운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웃음)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꾸밈없는 그냥 '현실'이요. 그리고 현실에서의 사실적 모습을, 역으로 판타지한 아이돌이 그려내면 더 생경하고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 거리의 소년들을 표현하기위해 실제 동네에서 촬영된 EXO의 '으르렁' 앨범 이미지
ⓒ 거리의 소년들을 표현하기위해 실제 동네에서 촬영된 EXO의 '으르렁' 앨범 이미지
그런 반응을 보면 고민도 많이 되실 것 같아요.
고민이라기보다, 고민은 다른 데 있죠.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작업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대중들은 연예인, 특히 아이돌을 통해 늘 화려하게 꾸며진 모습들만 자주 접해 실체 없는 환상에 사로잡히기 십상이에요. 인간은 꿈을 꾸는 존재니 판타지는 충족돼야 하겠죠. 하지만 실재하는 현실 또한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는 걸 역설적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아이돌 앨범에 거창한 의미부여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진정성'이야 말로 이 시대가 갖춰야 할 우선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앨범 중간중간에 쉬어가는 페이지로 귀여운 동네 꼬마의 모습과 강아지의 얼굴도 실었어요. 지구에 무사 착륙한 엑소가 머무는 곳. 그곳의 진짜 모습인 거죠.
이번에 엑소와 함께 특별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신 걸로 알고 있어요. 간단한 소개 부탁할게요.
앨 범과 동시에 특별한 콜라보레이션을 기획, 준비해 왔어요. ‘으르렁’을 스쿨, 스트릿 룩으로 표현한 만큼, 패션도 스트릿 레이블과 함께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앨범 콘셉트에 맞게 개성 있는 국내 스트릿 브랜드 네 군데와 엑소의 첫 번째 앨범을 테마로 한 콜라보레이션 샵을 준비 했어요. 며칠 전 엑소 멤버들이 매장 준비 중에 방문해 신 나게 놀다 갔죠. 조만간 가로수길에서 재밌는 형태의 샵을 보실 수 있을 텐데, 매장 곳곳에 숨겨진 엑소 멤버들의 흔적에 아마 깜짝 놀라실 거예요. (웃음)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은 어떤 것인가요?
새롭고, 재밌는 일이라면 뭐든지 좋아요. 올 초에 특별한 컴필레이션 음반을 기획했어요. 10 Corso Como의 5주년을 기념해 만든 SM의 특별 콜라보레이션 앨범. 재미있는 컴필레이션 음반에 관심이 많거든요. 유니크한 성격의 국내 인디 아티스트들을 통해 SM의 곡을 특별하게 재해석했어요. DJ 리스트업 과정부터 런칭 파티까지 순조롭게, 성황리에 잘 끝나서 상당히 유쾌했어요. 그리고 상업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오롯이 제 의도대로 영상을 한 편 만들어보고 싶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