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GOD 지드래곤
한 시대를 풍미한 패션 신드롬 뒤에는 천재 뮤지션이 있었다. 지드래곤이 천재 뮤지션인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가 이 시대의 스타일 아이콘임은 분명하다. 2013년의 ‘스타일 아이콘 오브 더 이어’로 선정된 지드래곤 스토리를 필두로 올해의 스타일 아이콘 10인의 이야기와 시상식 당일의 현장 스케치, 그리고 영화제와 패션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풍성한 즐길 거리를 선사한 부대 행사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제6회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의 다채로운 표정을 지면에 담아냈다.
지난 10월 24일에 열린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Style Icon Awards)’(이하 SIA)에서 대상인 ‘스타일 아이콘 오브 더 이어’를 수상하면서 지드래곤은 말했다. “개인적으로 스타일 아이콘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게 되니 기분이 남다르다. 스타일 아이콘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음악과 무대를 선보이겠다”라고. 지드래곤의 말처럼 이 시대의 ‘스타일 아이콘’이란 단순히 ‘패션 감각이 뛰어난 사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스타일 아이콘’이란 오히려 스스로의 가치관을 패션과 아트 워크, 삶의 방식으로 표현해 사회적으로 신드롬을 몰고 온 ‘문화적 존재’가 아닐까. 모던 록과 함께 모즈 룩 신드롬을 일으킨 비틀스를 비롯해, 글램 록을 선보이면서 파격적인 글램 룩으로 오랜 세월 디자이너들의 뮤즈로 군림하는 데이비드 보위, 저항 정신이 강한 펑크 록을 즐기면서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함께 징이 박힌 가죽 점퍼와 스키니 팬츠로 대표되는 펑크 룩의 전성기를 창조한 섹스 피스톨스처럼 말이다.
지드래곤도 단순히 ‘패셔니스타’라고 평가하기엔 그가 지닌 사회적 파급력이 엄청나다. 지난 9월 발표한 솔로 정규 2집 음반 로 각종 음악 프로그램과 음원 차트의 1위를 차지했고, 8888장 한정판으로 낸 LP 음반은 판매 당일 완판됐다. 특히 타이틀곡 ‘쿠데타’는 빌보드 메인 차트에서 182위를 기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국의 일간지 도 “세계는 지드래곤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오늘 날 그에 버금갈 만한 미국 남자 팝 스타는 없다. 굳이 비견한다면 그룹 엔싱크의 멤버 저스틴 팀버레이크 정도다”라고 논평했다. 지드래곤은 함께 작업하는 아티스트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는데, 미국 잡지 에 의하면작업에 참여한 프로듀서 디플로는 “지드래곤은 케이팝(K-Pop) 자체보다 더 큰 현상이다”라고 했고, 주얼리 디자이너 벤 볼러는 “미국에서 아시아 가수가 성공할 수 있다면 지드래곤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으며, ‘늴리리야’ 피처링에 참여한 가수 미시 엘리엇은 “지드래곤은 매우 재능 있는 친구이며, 그와 함께 무대에 선 것이 즐거웠다”고 전했다. 이처럼 지드래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아티스트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스타로 성장하고 있다. 지드래곤에게 ‘스타일 아이콘 오브 더 이어’를 수여한 CJ E&M은 “지드래곤은 음악적 천재성뿐 아니라 화려한 퍼포먼스와 카리스마로 최고의 뮤지션으로 평가받는다. 유니크한 패션 감각과 라이프스타일로 젊은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아이콘으로 손꼽힌다”면서 스타일 아이콘의 의미를 되새겼다. 지드래곤의 앞선 감각이 패션과 음악, 무대, 라이프스타일로 아울러 표현되지 않았다면, 그가 그저 옷만 잘 입는 아이돌 스타였다면 스타일 아이콘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얼마 전 개봉한 월드 투어 콘서트 실황을 3D로 담은 영화 에서도 지드래곤은 스타일 아이콘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별한’ 또는 ‘유일한’이라는 의미의 ‘원 오브 어 카인드’는 지난해 그가 발표한 미니 음반 수록곡이자 솔로 월드 투어의 테마다. 이 영화 속에서 지드래곤은 “나만이 선보일 수 있는 무대와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하는데, 아크릴로 만든 미래형 자동차를 이용한 오프닝 퍼포먼스, 무대 위에 비를 뿌리는 드라마틱한 연출 등 신선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지드래곤을 보면 패션뿐 아니라 그의 삶 자체가 크리에이티브를 향해 있다. 빅뱅의 에세이 에서도 지드래곤은 “음악은 내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나를 숨 쉬게 하며, 화려한 무대는 언제나 내 심장을 뛰게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의 예리한 감각은 새로운 음악과 무대를 추구하는 아티스트이기에 가능하다고 할까.
마이클 잭슨, 레이디 가가, 어셔, 마돈나 등과 작업한 세계적인 공연 연출가 트래비스 페인은 지드래곤과 를 함께 하면서 그에 대해 “지드래곤은 아티스트 겸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로서 만능 엔터테이너적인 다재다능한 끼를 갖고 있다. 또 성격도 겸손하고 열정이 넘치는 데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많아 공동 작업하기에 좋은 뮤지션이다”라고 평했다. 물론 패셔니스타 지드래곤의 영향력은 음악적 재능을 넘어선다. 크롬 하츠, 릭 오웬스, 톰 브라운 등 국내에 생소했던 브랜드를 유행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였을 뿐 아니라 지방시와 생 로랑의 전성기를 함께 맞이하고 있는 지드래곤은 지방시 최초의 동양인 뮤즈이자 생 로랑의 신상을 가장 먼저 제공받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셀러브리티다. 얼마 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에서도 지드래곤은 생 로랑의 2014 S/S 컬렉션 의상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샤넬, 생 로랑, 겐조의 여성 아우터를 입어 주목을 받았는데(SIA 레드 카펫에서도 생 로랑 2014 S/S 여성 재킷을 걸쳤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는 지드래곤의 실험적 시도야말로 그가 패션을 리드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지드래곤의 패셔니스타로서의 감각은 최근 방송 중인 MBC 의 ‘자유로 가요제’에서 가장 빛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날렵하게 재단된 하이엔드 브랜드의 슈트를 입은 지드래곤도 멋지지만, 동묘시장에서 구입한 애니멀 프린트 티셔츠와 별 프린트 셔츠, 체크재킷을 입은 지드래곤이 레트로 무드를 자아낼 때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동묘시장에서 산 옷을 함께 입은 정형돈과 비교하면 더더욱 지드래곤의 ‘패션 소화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드래곤은 트렌디한 패션을 선도하는 감각이 있을 뿐 아니라 어떤 패션 아이템이라도 그가 입으면 스타일리시한 아이템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 셈이다. 커트 코베인이 축 늘어진 티셔츠에 다 해진 청바지를 입어도 그런지 룩을 입은 아티스트로 추앙받은 것처럼.
지드래곤의 비주얼적 완성도에 대해 는 “앤디 워홀 같은 은발을 한 케이팝 가수 지드래곤은 맘껏 뛰놀고 행패를 부리고 희롱한다. 비주얼 요소와 뒤섞이는 장르인 케이팝에서 필요로 하는 감각적인 요소를 충실하고 영리하게 이용한다. 또 그는 장르 스타일의 선두 주자다. 어떤 스타일도 소화 가능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위풍당당하다. 그는 스스로를 극장 쇼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표현해간다. 그는 음악을 종합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있으며, 앞으로도 비주얼을 통해 음악을 전달하는 데 힘을 쏟는다면 더욱더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했다. 지드래곤은 SIA 대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에 진정한 멋을 아는 분이 많은데 내가 이 상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다”며 겸손해했지만, 이미 세계는 그의 스타일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 FUSE TV가 뽑은 ‘베스트 뉴 아티스트 오브 2013’ 1위에 지드래곤이 오른 것 역시 우연은 아니다. 영화 에서 지드래곤은 “멋있게 나이 들고 싶고, 무엇보다 감을 잃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한 패션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나름 나만의 룰을 정했는데, 무조건 죽을 때까지 애들보다 잘나가기. 빅뱅을 잡을 수 있으려면 나 자신이 빅뱅보다 커야 프로듀싱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도 했다. 날 선 감각을 유지하려는 지드래곤의 고민은 그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와의 인터뷰에서 “천재요? 전 노력형이에요. 형돈이 형이 천재죠”라고 말할 정도로 스스로를 낮출 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아티스트 특유의 오만한 오라를 발산하는 독특한 존재감의 소유자. 그런 그이기에 앞으로도 한동안 지드래곤의 아트 워크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글 박훈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