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동방신기와 JYJ가 역사적인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동방신기는 2003년 12월 26일 SBS '송년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데뷔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동방에서 다섯 신이 일어난다'(東方神起)는 그룹명이 지닌 거창한 뜻은 곧 현실이 됐다.
이들은 아이돌 시대의 과도기에 있던 선배들과 비교해 진일보한 모습으로 단숨에 소녀팬들의 마음을 훔쳤다. 압도적인 비주얼과 완벽에 가까웠던 가창력과 퍼포먼스는 '완성형 아이돌'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가장 큰 평가를 받는 부분은 역시 '한류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다. 일본 시장에서 초특급 현지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승승장구했다. 영광의 시절이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듯 했다.
호사다마였다. 2009년 김재중·박유천·김준수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 분쟁을 일으켜 팀은 2인조 동방신기(유노윤호·최강창민), 3인조 JYJ(김재중·박유천·김준수)로 갈라졌다. ‘동방신기는 끝났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이들의 행군은 오늘까지도 여전히 거침이 없다. 오히려 새로운 기록들을 써 내려가며 한류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 대중문화사에 한 획을 그은 동방신기와 JYJ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완전체'의 찬란했던 7년(2003~2009년)
과거부터 현재까지 '완전체' 동방신기를 뛰어넘는 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가요계의 중론이다. 그만큼 5인 동방신기의 인기는 거침없었다. 한국과 아시아 시장을 넘어 미국 시장에 도전할 유일한 그룹으로 꼽히기도 했다. 동방신기는 2003년 12월 26일 SBS 송년특집 '보아와 브리트니 스페셜'에 출연해 '허그'를 부르며 처음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2004년 정식으로 싱글 '허그'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히트곡은 셀 수 없다. '허그'를 시작으로 '주문-미로틱''풍선''라이징 선''오정반합''더 웨이 유아' 등으로 최정상급 인기를 누렸다. 2006년과 2008년 각각 '오정반합''미로틱'으로 골든디스크 대상을 받았다. 2008년 내놓은 4집 '주문-미로틱'은 당시 50만장이 넘게 판매됐다.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은 역시 일본활동이다. 2005년부터 일본 시장에 진출해 독보적인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일본에는 소속사 선배 보아를 제외하곤 활동하는 한국가수가 없어 불모지에 가까웠다. 2006년 열린 동방신기의 일본 첫 투어에 약 1만 5000여명의 팬들이 자리했을 정도. 지금과 비교하면 초라한 숫자다. 하지만 이듬해 열린 투어에는 6만 4000여명의 팬이 몰렸다. 1년 사이에 무려 4배 이상 팬덤을 늘린 셈이다. 특히 1만5000석 규모의 부도칸 공연을 2회 치러내며 동방신기의 티켓 파워를 서서히 알려가기 시작한다.
2008년부터는 아레나로 투어 규모를 키웠다. 총 동원 인원 20만여명을 훌쩍 넘기며 위상을 한층 더 높였다. '완전체' 동방신기의 마지막 투어인 2009년에는 꿈에 그리던 도쿄돔 무대를 밟았다. 소규모 공연으로 시작해 홀 투어, 아레나 투어, 도쿄돔 입성으로 규모를 넓혀가며 일본 시장에 진출한 한국 가수의 '활동 교본'이 됐다. 동방신기는 이 기간 동안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 7번 이상 1위를 기록했고, 2008년과 2009년 일본 NHK '홍백가합전'에 2회 연속 출연했다.
문화평론가 강태규는 "H.O.T 이후에 동방신기는 아이돌의 완전체, 결정체를 보는 느낌을 자아냈다. 특히 팬덤의 진화를 눈으로 확인했다. 동방신기를 통해 아티스트와 팬들의 교류, 문화 전반적인 부분이 굉장히 발전했다"고 소개했다.
▶어둠 속 새 방향 모색한 4년(2009~2012년)
2009년 동방신기 팬들에게 청천병력과도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7월 31일 김재중·박유천·김준수가 전속계약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며 SM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10월 27일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세 사람은 독자적인 활동이 가능해졌다. 2010년 10월에는 JYJ를 결성했다. 하지만 활동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소송이 길어지면서 지상파 출연 길이 막혔다. 일본 기획사 에이벡스가 계약을 중지하면서 일본 활동 역시 활로를 뚫기 어려웠다.
돌파구는 있었다. 지속적으로 음반을 발매하면서 일본을 제외한 해외 투어에 집중했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남미까지 거점을 넓혔다. JYJ 활동을 기본으로 개별 활동도 시작했다. 박유천이 '성균관 스캔들''옥탑방 왕세자''보고 싶다'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입지를 다졌다. 김재중도 '보스를 지켜라''닥터진' 등에 출연하며 연기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김준수는 뮤지컬계의 스타로 급부상했다. 티켓 파워로 조승우·정성화 등 뮤지컬계 A급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동방신기도 아픔을 뒤로하고 제 페이스를 찾기 시작했다. 2011년 1월 정규 5집 '왜(Keep Your Head Down)'를 발표했다. 리패키지까지 총 30만장 이상을 팔아치우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일본에서의 인기도 '이상 무'였다. 싱글 'Why?'(Keep Your Head Down)는 초동 판매량 23만1498장으로 오리콘 싱글 주간 차트 1위에 올랐다. 9월 발표한 일본 정규 5집 '톤'(TONE) 역시 30만장 이상을 팔려나가며 오리콘 앨범 차트 주간 1위를 차지했다.
길고 길었던 법적 분쟁도 끝이 났다. 2012년 11월 28일 SM엔터테인먼트와 JYJ는 임의조정을 통해 2009년 7월 31일자로 전속계약을 종료시키고 향후 상호 제반 활동을 간섭하지 않기로 상호 합의했다. 이로써 JYJ와 SM 엔터테인먼트 사이의 전속 계약에 관한 법적 분쟁이 마무리됐다.
한 가요 관계자는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아쉬운 사건이다. 사회적 분위기는 가수들의 편이었고, 업계에서는 동방신기라는 콘텐트를 만든 기획사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였다. 당시 사건을 통해 매니지먼트사와 가수들 간의 계약 관계 등이 합리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이돌을 넘어 아티스트로, 세계로(2012년~)
10년차 아이돌이지만 정체는 없다. 동방신기와 JYJ 모두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여전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먼저 일본 활동의 활로가 뚫린 JYJ는 지난 4월 도쿄돔에서 3년 만에 공연을 열고 3일간 15만명을 불러 모았다. 더할나위 없이 화려한 컴백 자축쇼가 됐다. 로커로 변신한 김재중은 아시아 투어를 돌았고, 김준수는 16일부터 2014년 1월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뮤지컬 '디셈버'에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박유천은 내년 2월 첫 방송되는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에 출연을 확정지었다. JYJ 측은 10주년을 기념해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진행한다. 서울 지역 전광판 광고를 시작하며 유튜브, 홈페이지 등 JYJ 관련 사이트 첫 화면에는 '10주년 축하 메시지'가 담긴다. 소속사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10년 동안 세 사람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는게 가장 기분 좋은 일인 것 같다.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언제든 도전하는 자세로 활동하겠다. 팬들도 오늘 하루는 축제처럼 보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동방신기는 최근 한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시작된 '동방신기 라이브 투어 2013'에 총 인원 85만여명을 불러 모았다. 특히 지난 8월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닛산 스타디움에서 총 14만 4000여명의 관객을 운집시켜 놀라움을 자아냈다. 1회 공연에 7만 2000여석이 꽉찬 블록버스터급 공연으로 '한류 제왕'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1월 중에는 10주년 기념 앨범도 발표할 예정이다. 10주년을 맞는 26일과 27일에는 일산 킨텍스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고 팬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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