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YJ 팬덤의 투쟁기 그린 책 'JYJ 공화국' 화제
지난 26일은 아이돌 그룹 JYJ(김재중 박유천 김준수)의 데뷔 10주년이었다.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스타의 기념일에 인터넷은 들썩였고 축하메시지가 쏟아졌다. 그렇다. 이날은 ‘JYJ 공화국’의 국경일과도 같았다.
이들의 10주년을 기해 책 ‘JYJ 공화국’(저자 이승아)이 출간됐다. 아이돌의 얼굴이 빼곡히 박힌 매거진이 아니다. JYJ의 사소한 이야기나 취향을 써놓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JYJ 공화국’은 아이돌이 아닌 팬덤을 집중 조명한다. 일명 ‘이’라고 비하하는 데 그친 외부의 시각이 아니라 팬덤 속에서 JYJ를 되돌아보고 분석했다. 저자는 “나는 JYJ의 팬”이라고 밝히지만, JYJ에 대한 일방적인 애정은 없다. 오히려 SM엔터테인먼트와의 갈등 이후 걸어온 행보와 이에 따른 팬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저자 이승아는 동방신기 시절부터 10년간 JYJ 멤버들을 지켜봤다. 국내외 공연 현장까지 찾아가는 그는 미국 UCLA의 대학생과 중남미 학생들에게 대중문화로서 한국을 알리는 한류전도사이기도 하다. 대중문화를 연구하던 중 동방신기 시절의 JYJ를 만났고 곧 이들에 대한 ‘팬질’을 낙으로 살게 됐다.
작가는 “다른 아이돌 팬덤과 달리 JYJ 팬덤은 특이한 양상을 보인다”고 말한다. 단순한 팬 활동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JYJ 활동을 위해 주체적인 행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소수 리더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수 의견을 종합하는 민주적인 방식을 따른다. 그가 JYJ 팬덤을 향해 ‘JYJ 공화국’이라 명명한 것은 이 때문이다.
‘JYJ 공화국’은 팬덤의 특수성과 적극성, 그리고 자율과 평등에 주목했다. 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갈등 중인 JYJ가 활동에 제약을 받자 이들을 지지하는 팬덤은 탄원서, 진정서, 고소고발 등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단순히 주는 대로 즐기는 것을 넘어 한국 연예계 전반에 걸친 부조리함을 꼬집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행동했다. “JYJ호의 키를 잡는 것은 멤버들이지만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바람은 팬덤의 몫”이라는 주장이다.
책은 SM에 대한 JYJ의 법적 소송이 합의로 마무리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활동이 제약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방송계와 음반업계의 모순적인 상황과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문제 제기가 없는 현주소를 비판한다.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JYJ 팬덤의 투쟁기다.
소송 이후 활동을 재개한 JYJ 멤버들의 이야기가 덧붙여지지만 주인공은 여전히 팬덤이다. JYJ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는지를 다루기보다 팬들의 움직임을 담아냈다. 실제로 책 ‘JYJ 공화국’ 내에는 JYJ 멤버들의 얼굴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신문사에 실었던 광고, 팬들의 투표 인증샷, 기부행사 등 팬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담았다.
JYJ는 동방신기로 데뷔한 이후 줄 곧 톱스타로 지냈다. 원 소속사 SM과의 갈등을 빚었지만 그랬기에 팬들의 사랑은 더 크다. ‘JYJ 공화국’은 일명 사생과 악개, 안티 등 올바르지 않은 팬덤 현상에 대한 지적과 자정을 통한 극복 과정을 전한다. 또 왜 아이돌에게 열광하는가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도 덧붙였다. 즐겁게 ‘팬질’ 할 수 있는 지침서와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