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본업에 충실할 때 가장 멋지고 예뻐 보인다 했던가. 배우는 연기, 가수는 노래, 개그맨은 남을 웃겨야 칭찬받는다. 겉치레가 아무리 빛나도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자랑할 만한 것이 그 이상 없다면 그 스타의 능력 역시 거기서 끝이다. 캐릭터에 따라 시시각각 나를 변화시켜야 하는 배우라면 더 하다.
보여지는 스타는 언제나 화려하다. 굳이 '예쁜 척'을 안해도 그들은 늘 예쁘다. 때문에 대중은 늘 그들의 '변신', '변화'에 목말라 있다. '1982년 충청도를 뒤흔든 불타는 농촌 로맨스' 영화 '피끓는 청춘'(감독 이연우)에 이목이 쏠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극을 이끄는 이종석 박보영은 이 악물고 스스로를 180도 뒤바꿨다.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또 또 또 교복이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종석은 교복을 벗을 생각이 없는건가?', '교복으로 흥했으니 당분간은 교복을 입을 작정인가?' 따가운 눈초리 역시 만만찮았다. 하지만 '입은 옷'이 뭐 그리 중요할까. 강중길은 고남순 박수하가 아닌 것을. 같은 교복을 입고 다른 캐릭터, 다른 연기를 펼쳐낸 그가 오히려 신선하다.
최근 뉴스엔과 인터뷰에서 이종석은 "또 교복이라 솔직히 걱정했는데 전작 캐릭터는 물론 평소 이종석의 모습까지 싹 지워버렸더라"라는 말에 "나 그러려고 한거다"라며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영화 '노브레싱'을 동시에 촬영하며 느꼈던 답답함을 이종석은 '피끊는 청춘'으로 해소시키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수하, '노브레싱' 우상은 분명 다른 캐릭터인데 다르게 표현이 안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진짜 답답해 죽는 줄 알았거든요. 내공이 부족한 것도 있겠지만 아예 다른 선상, 다른 차원의 캐릭터를 연기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그 때 '피끓는 청춘' 시나리오가 눈에 들어왔어요. 되게 거창하게 얘기하면 연기 변신이죠. 덜컥 '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촬영을 하려니까 엄청 겁나더라구요. 늘 도전해왔다 생각했는데 제대로 된 시도를 해 본 적은 없구나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변신에 대한 본인의 평가를 부탁하니 귀부터 빨개지는 이종석이다.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소소~"라며 역시 박한 점수가 되돌아왔다. 영화를 보면서 '뭐 저렇게까지 망가졌을까. 그래도 청춘 스타인데 이미지 생각은 안 하나?'라고 느꼈던 속내는 굳이 끄집어내지 않았다. "더 망가지고 싶었는데 아쉽다"는 이종석의 한 마디가 모든 설명을 대변했다.
이종석은 "편집된 장면 중에 내가 진짜 오버하고 망가지는 신이 하나 있다. 광식(김영광)이에게 창고에 끌려가 얻어 맞은 후 영숙(박보영)이가 날 구해주는 신인데 완성된 영화에는 내 목소리만 나오더라. 사실 피떡이 되는 과정도 찍었다. 바닥을 뒹굴고 난리를 치면서 연기했는데 세상 하게 나왔다. 내심 기대했는데 영화에선 볼 수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조금, 아주 조금 팬들 반응을 걱정하긴 했다. 나 못생긴거 적나라하게 드러날텐데 어쩌나 싶었다"며 "스틸컷이 엄청 예쁘게 나와서 더 걱정했다. '이 정도면 괜찮네', '멋진데?'라고 했다. '영화보면 큰일날텐데..'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예고편에서 확 갈리더라. '웬 쭈구리 한 마리가 앉아 있다'고들 하시는데 난 좋아서 웃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촌스러운 5대 5 헤어스타일과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손짓은 누구 아이디어였냐 묻자 이종석은 "다 같이 고민했다. 그것도 어떻게 하면 더 촌스러워 보일까 싶어 2대 8부터 별별 스타일을 다 해 봤다. 5대 5가 제일 시대와도 잘 맞는 것 같아 결정했다"며 "그 헤어스타일을 하니까 손짓은 자연스럽게 만들어 지더라. 나중에는 습관처럼 촬영을 하지 않을 때도 자꾸 두 손으로 쓸어 넘겼다"고 밝혔다.
또 "내가 '써니'랑 '응답하라1994'를 정말 재밌게 봤는데 특히 '응답하라1994'에서 삼천포 형님이 5대 5 가르마 스타일을 하고 나오시지 않냐. 드라마 인기가 높아지고 삼천포 형님도 막 화제가 되니까 난 발을 동동 구르게 됐다. '나도 저 머리 했는데. 촬영도 먼저 했는데. 그럴리 없겠지만 혹시나 따라했다고 생각하시면 어쩌지. 나 안 어울린다고 하면 어쩌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미처 말하지 못했던 걱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어떤 현장에서건 남는건 있게 마련이다. 연기, 친구, 사랑과 같은 좋은 점일 수도 있고 상처와 같은 나쁜 점을 수도 있다. '피끓는 청춘'으로 받은 특별한 추억이 있냐는 질문에 이종석은 "시골 맑은 공기"라며 "전작 마지막 촬영을 끝낸 바로 다음 날 '피끓는 청춘'에 합류했다. 이 작품을 내가 하고 싶어서 한다고 했지만 체력적으로 좀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종석은 "체력이 너무 없어 겁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근데 흙 바악에 논 밭이 펼쳐져 있는, 내가 늘 떠올리던 진짜 시골에서 촬영을 하니까 오히려 촬영을 하면서 내 몸이 회복 되더라. 힐링 받는 느낌이었다"며 "물론 문명과 동떨어진 느낌이 답답할 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처음 해보는 경험에 나도 신났던 것 같다. 편하고 즐겁게 중길이 될 수 있었다"고 진심을 표했다.
'피끓는 청춘'은 충청도를 접수한 의리의 여자 일진 영숙(박보영), 소녀 떼를 사로잡은 전설의 카사노바 중길(이종석), 청순가련 종결자 서울 전학생 소희(이세영),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홍성공고 싸움짱 광식(김영광)의 운명을 뒤바꾼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월 22일 개봉 이후 소녀 팬들의 마음을 접수하며 흥행 순항 중이다.(사진= 위, 영화 '피끓는 청춘'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tvN '응답하라1994' 스틸컷, tvN 공식 홈페이지)
조연경 j_rose1123@ / 장경호 jangtig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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