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첫 부임지 부장판사의 딸…"누군지 나중에 알았다"
위원회, 임원 활동비 신설하고 회장 저서 공금으로 구입
나경원(51) 전 새누리당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스페셜위원회)가 나 회장의 지인 자녀를 부정 채용하고, 나 회장의 저서를 위원회 자금으로 구입해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사단법인인 스페셜위원회는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비영리 국제 생활스포츠 단체로 올 1월 현재 1만8000여명의 선수가 소속돼 있으며, 나 전 의원은 2011년 5월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다.
■ 나경원 회장의 지인 자녀 부정 채용
스페셜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한 달 정도의 공채 절차를 거쳐 국제업무 분야 최종 합격자로 ㅅ(29)씨를 선발했다. 하지만 2일 가 입수한 스페셜위원회 국제업무 분야 인력 공채 현황을 보면, ㅅ씨는 애초 28명이 지원한 공채 지원자 명단과 3명이 남은 최종면접 대상자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ㅅ씨는 1차 서류 합격자 발표 뒤에 이력서 등 지원서를 제출했고, 7명의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필기시험과 인성평가도 다른 지원자들과 별도로 치렀다. 특히 ㅅ씨는 11월27일 열린 국제변호사 초청 영어 구술면접에 참가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면접관인 국제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따로 구술면접을 봤다. 이후 같은 달 29일 열린 최종면접에는 공채 절차를 거친 3명의 지원자와 ㅅ씨 등 4명이 참가했고, 최종면접 이전의 전형까지 4명 중 성적이 3등이었던 ㅅ씨가 최종 합격했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사전에 ㅅ씨를 채용하기로 결정하고 형식적인 절차만 거친 뒤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스페셜위원회의 '정관 및 규정집'을 보면, '채용 방법은 공개경쟁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특별채용은 특별전형표의 자격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ㅅ씨의 채용은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ㅅ씨가 합격한 국제업무 분야는 첫 연봉이 2300만원 수준이며, 고용이 안정적인데다 국외 교류 등 여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자리다.
가 확인한 결과, ㅅ씨의 아버지(65)는 나 회장 및 나 회장의 남편인 김재호(51)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서울대 법대 동문인 판사 출신 변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ㅅ씨의 아버지는 김 부장판사가 1992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배석판사로 처음 부임한 수원지법에서 당시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스페셜위원회 내부에서도 "공채가 이렇게 운영되면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나 회장 등 사무국 임원들은 이 지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공채에 지원했다 탈락한 지원자들은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고 불만을 터뜨렸다. 최종면접에 참가했던 한 지원자는 와의 통화에서 "그런 사실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실력 때문에 시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니냐. 실망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원자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 회장은 이에 대해 "ㅅ씨가 아는 분의 딸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어떤 의도가 있었다면 공채 지원자들을 모두 불합격 처리하고 특별채용을 통해 아무런 문제 없이 ㅅ씨를 뽑을 수도 있었다"며 "연봉도 얼마 되지 않는 엔지오(NGO)에 외국 명문대 석사까지 마친 사람이 입사해 열심히 일해주고 있는 것을 되레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동근 스페셜위원회 사무총장도 "공채를 하고 있는데 ㅅ씨의 서류 접수가 늦었던 것일 뿐, 시험은 똑같이 봤다"며 "최종면접에서 성적이 가장 좋았던 지원자가 연봉이 적다는 이유로 입사를 포기했고, 2등을 한 지원자는 번역 경험은 많은데 언어 구사력이 약해 최종적으로 ㅅ씨를 뽑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 없던 활동비 신설하고, 위원회 예산으로 저서 구입
스페셜위원회는 최근 나 회장이 지난해 11월 펴낸 책500권을 위원회 예산으로 구입했다. 책의 정가가 1만3000원으로, 650만원 상당의 공금이 쓰인 셈이다. 나 회장은 구입한 저서를 각 지방자치단체장 등에게 돌리고, 책 출판을 계기로 최근 여러 언론과 자신의 근황에 대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또 스페셜위원회는 나 회장이 취임한 뒤 이전에는 없던 월 300만원의 임원 활동비, 월 100만원의 차량 유지비를 신설했다. 스페셜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스페셜위원회는 회장이나 이사들이 주머닛돈을 털어서 이끌어 왔기 때문에 이제까지 위원회 돈은 1원도 쓰지 않아 왔다"며 "위원회 자금으로 활동비와 차량 유지비 등을 가져다 쓰는 것은 뭐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책의 내용이 개인 홍보가 아니라 스페셜올림픽에 대한 것이고 인세도 스페셜위원회로 귀속되기 때문에 홍보 차원에서 각 시·도와 후원 업체들에 보내준 것"이라며 "임원 활동비와 차량 유지비는, 이전 회장의 경우 기업인이었기에 기업 돈을 쓰면 됐지만 나 회장은 현재로선 직업이 없기 때문에 만들었고, 모든 것을 영수증 처리 하고 있기 때문에 회장이 임의로 쓸 수 있는 돈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재훈 정환봉 기자nang@hani.co.kr
http://m.media.daum.net/m/media/society/newsview/2014020308201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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