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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신해철은 멤버교체와 함께 예전 넥스트 멤버들을 다시 영입해 리메이크 앨범인 5.5집 음반 《Regame?》을 발표했다. 9월에는 결혼 4년만에 딸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10월 30일 넥스트 팬 사이트에 넥스트 자가 팬들과의 불화로 빚어진 기타리스트 데빈의 탈퇴에 관한 글을 올린 신해철은 교통사고를 겪고 며칠 후 다시한번 본인의 심경에 관한 글을 게재했다.
어쨌든 살아나다.
◆ 11-02 | VIEW : 2,022
나는 살아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렇게 당연하게 살아 남은 것은 아니다.
새벽녘에 바로 이 전의 글을 쓰고 팬클에 올린 후 직접 운전하는 차량을 끌고서 강북강변을 질주하다가 길이 휘어지는 가드레일을 정통으로 들이받았다. 음주 운전은 물론 아니었지만 완전히 넋이 나간 텅빈 상태에서 운전을 했으니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먹은 진정제 탓 인 것 같기도 하고... 깜박 완전탈진 상태에서 졸음에 빠져든 것 같기도 하다.
자동차는 360도 회전을 두 바퀴 돈 후에야 멈췄고, 본넷을 포함한 거의 모든 부분이 파손되었다. 나는 핸들에 몸을 부딪힌 뒤 유리창에 머리를 박으면서 의식을 잠시 잃었다. 이틀 뒤에 샤워를 할 때도 몸에 유리 조각이 붙어 있었다.
갈비뼈 하나가 금이 간 조짐을 보일 뿐, 나머지는 심한 타박상과 찰과상 등이다. (자동차 수리 견적은 2000만원 쯤이란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무었보다 중요하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눈 앞에 파노라마처럼 살아온 인생이 지나간다는데, 나도 그랬다.
그 짧은 순간에 내 모든 삶의 모든 진행이 한꺼번에 보였다. 그리고 이 이후의 일들은 믿거나 말거나 인데, 나는 차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렀다. 그 말은 처음 듣는 종류의 언어였으나 나는 그 말을 이해했다.
“직진을 하면 넌 죽는다. 다른 사람들이 슬퍼 할지는 몰라도 너는 영원한 고독으로부터 해방되지. 그러나 왼쪽으로 핸들을 돌리면 넌 살아날것이다. 그리고 네가 증오하고 경멸하는 자들과 계속 싸움을 계속하겠지. 그 선택은 항상 인간에게 있다”
나는 항상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내 가사의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죽음, 혹은 자살에 대한 주제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이때문이다. 앞으로 쭉 뻗은 길, 직선으로 속도가 올라가며 입을 벌린 한강을 향해 굴러떨어질수 있을 가능성이 높은 길, 끝없는 윤회의 수레바퀴를 멈출길.
그러나 나는 왼쪽으로 핸들을 잡아 돌렸다, 그 짧은 시간에 내 머리에 스친 것은 무엇이었을까. 얼머전 딸을 낳은 내 아내? 내 딸?
음악이었다. 아아 재즈 음반을 완성하고 죽고 싶다 .11월에 시작되고 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되는 빅 밴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나의 솔로 앨범.내가 18년 동안 단 한번도 도전하지 않은 생경한 분야. 정말 음악이란게 얼마나 설레고 즐거운 일인지,,,
어쨌든 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살아남았기 때문에 음악을 한다. 음악을 해서 살아남은지도 모르겠다.
팬들에게 말한다 있을 때 잘 하라고. 나는 여러분의 곁에 영원히 있지 못 할 것이기에.
|작성자 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