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 낚시 데이트!! 하고 있답니다
말이 좋아 낚시 데이트지.. 예랑이는 낚시하고 저더러 작가님은 글쓰시라며 텐트에 구겨넣는ㅋㅋㅋㅋ
텐트안에 엎드려서 넷북 만지작 거리며 내사랑 누텔라와 함께 지방 축적하고 있네용
참깨스틱에 누텔라 찍어먹으면 초코픽보다 맛나다는 사실!
못 드셔본 분들 한번 잡숴봐~ 같이 지방 축적하세~~
나 혼자 찔 순 없쒀ㅋㅋㅋ
----------------------------------------
아까 예랑이랑 2세 계획? 이라니 거창한데,
암튼 2세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가 떠오르는 박보살 이야기가 있어서 오늘은 그 얘길 들려드릴까 함
예전에 썼던 글에서 박보살이 흰 강아지 키우라고 한거 기억하나요?
백구를 키웠던 그 집에서 있었던 일임
근데 시점은 백구를 키우기 전임..
우리가 살던 집은 앞마당과 뒷마당이 있던 집이었음
앞마당엔 대문이 있었고.. 뒷마당엔 비도 피할수 있고, 바베큐도 할 수 있고..
암튼 캠핑 하는 것 같은 그런 공간이었음
거긴 늘 사람들이 북적거렸음
거의 매일 동네 아줌마들이 드나드셨는데,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이었음
친구들이랑 놀고 있는데 엄마가 계속 전화가 오는거임
비와서 뒷마당에서 부침개 구웠는데 양이 너무 많다고 먹고 가라는 전화였음
비도오고 뭐 할 것도 없는데 울집에 가자~ 하며 친구들이랑 집으로 갔음
물론 박보살도 함께!
뒷마당이 시끌벅적해서 가보니 그날도 역시나 동네 아줌마들이 몇분 계셨음
우리 집 측면으로 골목이 하나 있었는데, 그 골목 제일 끝집에 살고 계시던 아줌마도 계셨음
딸 하나와 좀 힘들게 사시던 분이셨는데 딸도 같이 부침개를 먹고 있었음
딸이 나보다 두살인가 많았던 걸로 기억함
그 아줌마는 사람을 기분 나쁘게 옆으로 흘겨보고 혼잣말씀을 많이 하시던 분인데
이상하게 난 그 아줌마가 너무 싫었음
동네 아줌마들도 전부 그 아줌마한테 째비 째비 하심.. 째려본다고 째비인가봄 ㅎㅎㅎ
그래도 인사 안하면 엄마한테 버릇없다고 겁나 혼나기때문에ㅋㅋ
안녕하세요? 하고 부침개를 먹으려고 돗자리 위에 앉았음
랬더니 째비 아줌마가 또 날 스윽~ 흘겨보고는 딸을 데리고 일어나시며
우리 엄마에게..
"ㅇㅇ 엄마~ 나 가볼께, 내가 부탁한 거 좀 해줘" 하시는거임
같이 있던 아줌마들이 째비가 무슨 부탁 한거냐며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입 무겁기로 소문난 울 엄만 시크하게 부침개만 구우심ㅋㅋㅋ
아줌마들이랑 내 친구들이 다 돌아가고 나서
울 엄마, 박보살, 나 이렇게 셋이서 자리를 치우고 있었음..
그런데 박보살이 갑자기 엄마한테 "엄마, 아까 그 아줌마가 무슨 부탁 한거예요? 라고 묻는거임
시크한 울 엄만 "니들은 알 거 없어" 하실 줄 알았으나
"응 박보살아~ 돈 빌려달랜다" 하셨음
울 엄마는 박보살 앞에만 서면 맹신맹신 열매를 먹게 되나 봄
무조건 사실대로 고하심ㅋㅋㅋㅋ
그래서 박보살이 "돈을 왜요?" 라고 다시 물었음
그랬더니 엄마가 "째비 아줌마 딸이 몸이 안좋대,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야한댄다" 이러시는 거임
그러자 박보살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엄마.. 절대 돈 빌려주지 마세요" 하는거임
난 박보살 말에 맞장구를 치며
"그래~ 엄마! 돈 거래는 가족끼리도 하는거 아니잖아, 괜히 빌려주고 좋은 소리 못듣는다" 라고 했으나
엄마는 본인도 자식을 키우는 엄마인데 마음이 쓰이셨나 봄
"그래도 다른 것도 아니고 아프다는데.." 라는 엄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보살의 입에서 무서운 소리가 나옴
생명 죽이고 그 원한을 어떻게 다 들으시려고요"
엄마가 깜짝 놀라며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음
"그 언니 어깨에 수자령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데 또 하날 더하면 어째요"
박보살이 하는 얘길 들어보니, 그 언닌 아픈게 아니라 뱃속에 아이를 없애러 가는 거라고 함..
난 진심 박보살이 너무 무서웠음
이냔이 영가만 보는게 아니라 뱃속 아기도 보인다는 건가? 그럼 암세포 같은 것도 막 보이나?
내 뱃속에 회충도 보일까? 막 요래요래 요상한 생각들이 들기 시작함ㅠㅠ
내 머릿속 생각들이 막 4차원을 넘어 12차원을 향해 달려가려는데 엄마가 물었음
"근데 니 째비 아줌마 딸 임신한 것도 보이나? 어떻게 알았노?"
그랬더니 박보살이 진짜 갑자기 "급" 빵 터지며
"엄마 제가 무슨 초음파 기계예요?ㅋㅋㅋㅋ
그 언니 김치전 먹는데 헛구역질 했잖아요, 배도 볼록하니 불렀던데요" 하는거..
하여튼 이냔은 귀신보는 눈도 타고났는데 눈썰미까지 겁나 좋군
수자령은 태아령, 또는 낙태령이라고도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 빛을 보지 못하고..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죽임을 당한 영가라고.
다른 경우엔 출생했어도 어린 아기들이 죽으면 수자령이 된다고 함
박보살이 엄마한테 말하길, 그 언니는 이미 여러번 낙태를 한 것으로 보이고..
모르긴 몰라도 지금 그 언니 뱃속에 있는 아기는 많이 컸을 거라며
절대로 돈을 빌려주지 말라고 함
박보살 말이..
남의 생명 뺏는 일에 돈을 빌려주면 엄마까지 재수가 없을 거라고. 모른척 하라고 말했음
그래서 울 엄만 다음날 그 아줌마한테 돈이 여유가 안되서 못 빌려줄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말하심
그리고 남의 말은 길어봤자 며칠이라고.. 우린 째비 아줌마와 그 딸을 까맣게 잊고 지냈음
(또 워낙 엄마가 남의 말 하시는 걸 안 좋아하시기도 했고,
남의 아픔이 우리의 가십이 되면 안된다는 생각에 그냥 잊었음)
그리고 몇달이 흘러 나는 강아지에 미쳐 있었을 때였음
박보살 이야기 2편에 백구 에피를 읽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충 요약할께요)
난 강아지를 너무나도 사랑함..
근데 내가 기관지가 안 좋아서 엄마가 절대!! 털 있는 동물은 안된다!!! 엄포를 놓으셨음
나는 강아지가 너무 키우고 싶어서 박보살을 꼬드김..
박보살 말이라면 무조건 오케이 하는 울 엄마니까.
그래서 박보살이 엄말 설득해주러 지가 키우는 강아지 '쎄련이'를 안고 우리집에 옴
근데 쎄련이가 우리 아빠를 보고 계속 미친듯 짖는거임
박보살이 엄마한테 "엄마, 강아지 한마리 키우셔야겠어요. 흰 강아지로" 라고 말함
나는 시츄나 요키나 푸들을 키우고 싶었는데 박보살이 흰 강아질 키우라고 하는 바람에
엄마가 백구 한마리를 데려오셨음
처음엔 애완견 키우고 싶었는데 왠 백구? 하며 좀 실망했지만,
백구는 너무 똑똑하고 사랑스러웠음
특히 백구의 아빠 사랑은 남달랐는데,
아빠만 보면 꼬리가 떨어져나갈 정도로 흔들어대다가 갑자기 컹컹 짖어대고 그랬음
시간이 흘러, 백구는 점점 사나워지고.. 다리도 절고 아무튼 행동이 이상한거임
그러다 우리 가족이 1박 2일로 결혼식엘 다녀오게 됐음
다음날 집에 왔는데 앞마당에 항상 반기던 백구가 보이질 않는거임
아빠가 찾아보니 뒷마당에 백구가 죽어있었음..
백구를 뒷마당에 묻어주고 엄마가 박보살을 불러 왜 강아지를 키우라 했냐고 물었음
그랬더니 박보살이
"얘가 강아지 키우게 해달라고 해서 엄마한테 얘기하러 왔는데,
아빠 바짓가랑이를 애기 영가가 잡고 있더라구요..
근데 쎄련이가 자꾸 아빠를 보고 짖으니까 애기 영가가 무서워하길래 키우시라 했어요" 라고 함
그해 초에 엄마가 다니시는 절에서 우리 가족 신수를 봤는데
아빠 이번해가 너무 안 좋으니 조심하라고 해서 등도 켜고, 부적도 쓰고 그랬었는데..
아빠가 아플 다리도 백구가 대신 아팠고,
아빠가 건너실 뻔한 요단강도 백구가 대신 건넜던 거였음
강아지 눈엔 귀신이 보인다는데.. 특히 흰 강아지가 영험하다고 함
그래서 박보살이 흰 강아지를 키우라 했다는 그런 이야기..
2편에서 백구 에피는 여기까지 였지 않음?
그 뒷이야기가 있음
백구가 죽고나서
박보살이랑 나랑 울 엄마랑 공통적으로 든 생각..
아니 도대체 왜 애기 영가가 아빠한테 들러붙어?
아빠가 나쁜 짓 일삼고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누구한테 원한 살 일도 없는데?
그 날 저녁, 아빠가 집에 오시고 나서 모든 궁금증이 해소됐음
울 엄마가 째비 아줌마에게 돈을 못 빌려주겠다고 말한 날..
저녁에 아빠가 울 집 앞에서 째비 아줌마를 만남
아빠는 유년시절 꽤 친하게 지내셨던 사촌 누이가 있으셨는데, 지병으로 일찍 돌아가셨음
근데 그 째비 아줌마가 아빠의 사촌 누이와 많이 닮았다고 함
딸 하나 데리고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하시는게 안쓰러운 마음을 항상 갖고 계셨는데
째비 아줌마가 딸이 아프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고 함
울 아빤 엄마한테 얘기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하는 째비 아줌마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돈을 빌려주고 엄마한테 얘길 안하셨음
결국 울 아빤 선한 마음으로 돈 빌려주시고 수자령 원한을 산 것 아님?
엄마랑 나랑 박보살이랑 그 집엘 찾아갔음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이나 알자 싶은 마음에..
갔더니 집에 딸은 없고 째비 아줌마만 있었음
엄마가 다 알고 있다고.. 애기 어떻게 했냐고 하니까.
낙태를 하기엔 아기가 많이 큰 상태여서 유도분만 낙태를 했다고 함
하.. 유도분만 낙태라는 걸 난 그때 처음 알았음
아이를 낳는 것과 똑같은 과정이라고 함..
대신 분만 전에 촉진제 같은 걸 주입해서 아이가 죽어서 나오는 거라고.
우리 엄마가 그 죄를 다 어떻게 할거냐고 하니까
째비 아줌마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그래서 우리 딸내미가 많이 아파.. 그놈의 가시나가...
매일 목이 잘리고, 다리가 잘리고,
온몸이 잘리는 꿈을 꿔"
알고보니 째비 아줌마는 딸이 어렸을 때부터 남편없이 아이를 혼자 키워왔고
그 언니는 일하는 바쁜 엄마 때문에 사람의 정,
특히 아빠의 부재로 인한 애정결핍이 심했던거임
청소년기 때부터 밖으로 돌며 임신, 낙태를 반복했고..
마지막에 우리 아빠한테 돈을 빌려 낙태를 했을때는 군대에 간 남친의 아이였는데
아이를 가졌다고 하니 낳자고 해놓고, 남친이 부대에 복귀해서 연락을 끊었다고 함
그 언닌 뱃속 아기와 남친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점점 배가 불러왔고
결국 이를 눈치챈 째비 아줌마가 낙태를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는 거임
아무튼.. 우리 아빠의 사소한 실수로 별이 된 아기 영가를 위해 우리 엄마는
박보살 이모님께 천도를 부탁드렸음
이모님께서 아기 영가 옷이랑 같이 태우신 기도문이 아직도 생각이 나네요..
억겁의 시간을 기다려 잉태되는 너를 숨막혀 죽게하고,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사지를 절단하는 고통을 준
니 어미를 용서하거라..
빛을 보려 그 천금같은 시간을 기다리던 너의 한을 내가 알고 기도하니,
구천을 떠돌지 말고 극락왕생하여 훗날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내려올 때는
선한 부모 밑에 귀한 자식으로 태어나 천수를 누리거라...
다시 이 일을 떠올리니, 피임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은 낙태가 법으로도 금지되어 있다는데,
피임 잘합시다..
오잉? 마무리가 이상한거...ㄷㄷㄷ
아참!! 7편에서 제가 '49제' 라고 썼는데 댓글에서 '49재'가 맞다고 하시더라구요!!
찾아보니 정말 그러네요 ㅎㅎ 몰랐습니다, 지적 감사해요^^
-------------------------------------------------
이 이야기는 남들과 조금은 다른 우리 가족에 대해 쓰는 글임
설명이 길어질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자세하게 쓰고싶음.. 양해부탁해요~~
우리 아빠의 주민등록번호는 4로 시작함
1940년대에 태어나심~ 칠순을 넘기셨음..
내 친구들의 아버님들과 비교하면 연령대가 많이 높으신편임
이십대 초반에 결혼을 하셔서
아들 하나, 딸 둘을 낳으시고 사별을 하셨음 (지금 나의 오빠와 큰언니, 작은언니임)
할머니에게 자식들을 맡기고 아빤 힘들게 돈을 벌러 다니셨음
그러다가 아빠의 절친한 후배가 결혼을 한다고 해서 결혼식장엘 가시게됐음
거기서 만난거임 뚜둥!!
선배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한 서울말을 구사하며 똑부러지게 생긴 여성을.
그분이 나의 마미예요♥
아빠의 표현을 빌려서, 엄마를 처음 봤을때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듯 후광이 비쳤다고 함
하지만 이내 자신의 처지를 깨달으시고는 눈호강만 ㅋㅋㅋ 하셨다고 함
그렇게 결혼식이 끝나고, 아쉬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셨다는 울 아부지..
그러나 사람의 인연이란게 참 질기고, 얄궂고, 우습고, 신기한 것.
결혼식 주인공이신 아빠 후배분의 집들이에서 엄마와 재회를 하게 되셨음
"결혼식에서 뵈었던 분이네요" 라는 엄마의 말 한마디에 아빠의 심장이 쿵..
게임오버, 아빠는 이미 엄마의 포로가 되었소 ㅋㅋㅋ
하지만 아빠의 현실은 애 셋 딸린 홀애비ㅠㅠ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신세였음
대화를 나눠봤더니 심지어 엄마는 아빠랑 10년이상의 나이차가 있었던
말 그대로 꽃다운 아가씨였음
술을 한잔도 못드시는 아부지였지만 상심한 탓에 소주를 한잔 들이키시고는
"참 곱소, 이런말 하면 싸대기 맞겠지만은 자주 보고싶소. 나는 애가 셋이 딸린 홀애비요" 라고 하셨음
도도하고 차가운 서울녀자인 엄마는 "다음에 서울오시면 연락을 주시던가요" 라며 집 전화번호를 준 뒤 쌩 가버렸다고 함
마침 다음날 아빤 서울에 볼 일이 있으셨지, 엄마를 '볼 일' ㅋㅋㅋㅋㅋ 두분의 첫 데이트셨음
그 다음주엔 엄마가 대구로 내려오셨고..
대구에서 두번째 데이트를 하시던 날, 엄마가 아빠한테 그랬다고함
"아이들을 보고싶어요"
그 날 엄마는 아빠의 집에 가서
오빠와 언니들의 머리만 하염없이 쓰다듬어 주다가 서울로 올라가셨음
세번째 데이트는 다시 서울에서 하기로 했는데, 엄마가 아빠한테 그랬다고 함
"양복입고 오세요"
아빠는 세번째 데이트.. 인줄 알았지만 장모님과의 조우..였음
자다가 날벼락 맞아서 잔뜩 화가 난 외할머니한테 엄마가 그랬다고 함
"저 사람 인생이 너무 가여워, 저 사람은 둘째치고 아이들 생각이나서 잠도 오질 않으니 어떡해.
이게 내 팔자라면 받아들일래.. 엄마"
두번때 데이트날 아빠의 집에 갔을때, 작은 언니가 고사리 손으로 쌀을 씻어서 밥을 안치는 걸 보고
저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굳히셨다 함
엄마도 아버지를 일찍 여의시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부모의 부재를 겪은 사람이기에 더 안쓰러웠을지도...
그렇게 엄마는 내 오빠와 언니들의 엄마가 되었음
결혼과 동시에 세 아이의 엄마가 된거임
예전 글에서는 늦둥이 막내딸이라 언급했지만 사실은 나는 아빠의 늦둥이 막내딸이고
동시에 엄마의 외동딸임.. (엄마가 낳은 자식은 나 한명이므로.
그치만 오빠랑 언니들은 차별없이 키워, 시집 장가 보내준 진짜 엄마라고 생각함)
6-2편에서 인가.. 큰언니가 아파서 내가 매일 중환자실에 면회갔었다는 글 있지 않음?
이제부터 그 일과 연관된 이야기를 할거임
아빠의 말에 의하면 큰언니가 어렸을 적에 마당에서 놀고 있는데 어떤 노승이 시주를 받으러 집에 왔다고 함
그 노승이 물끄러미 큰언니를 바라보다가 시주하는 아빠한테 대뜸
"이 아이는 절에다 갖다놓으시지요" 라고 하셨다함
아빠는 스님한테 부모가 있는데 왜 절에 갖다놓으란 말씀을 하시냐고 물었더니
"이 아이 때문에 처사님이 돌아가실때 눈을 못 감고 돌아가십니다" 하더라는 거임
그래도 사지 멀쩡한 부모가 있는데 어떻게 그러냐며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셨다고 함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사별을 하시게 됨..
큰언니는 어렸을때부터 사고가 끊이질 않았음
자전거에 사촌 동생을 태워 가다가 내리막길에서
사촌동생이 자전거 뒷바퀴에 발을 집어넣는 바람에 그대로 굴러서 턱 다 깨부수고,
강에 얼음 얼었다고 썰매타러 갔다가 강물에 빠져 죽을뻔하고,
결혼해서 신혼 초에 형부랑 오토바이타고 놀러갔다가
가만히 서있는 트럭에 형부가 오토바이를 추돌하는 바람에 언니는 붕~ 날아서 주차된 차 본네트에 떨어지고..
결국 중환자실에 3개월 입원.. 뇌쪽에 손상을 입어서 수술을 여러번 했고, 성형수술도 여러번 함
애기는 왜 그렇게 잘 들어서고, 또 유산되는지..
겨우겨우 출산을 했는데 애기가 미숙아라 한달 넘게 인큐베이터에,
배변을 스스로 못한다해서 배꼽옆에 소장인가? 그걸 꺼내놓고, 거기로 배변을 보도록하는 수술..
결국 아이는 하늘나라로 가버렸음
우리 집은 오빠가 맏이 였지만 큰언니가 먼저 시집을 가서,
나한테는 첫조카였는데 우리 이쁜 경석이는 하늘나라로 갔음
서울대학병원에서 태어나 한달 넘게 서울에서 있었으니..
이제 서울 오지 말자고 서울 경 京, 돌처럼 단단하라고 돌 석 石..
경석이였음.. 형부 성이 '서' 가 인지라 이름이 서경석 이었음
(웃자고 쓴게 아니라 이름의 뜻을 설명해주고 싶어서)
언니는 한참이 지난 뒤 다시 아이를 가졌고.. 엄마의 절대적인 보살핌속에서 무사히 아들을 낳게 됨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큰언니네가 우리 동네 가까이로 이사를 오게 됨
우리 가족은 우리집, 오빠네 집, 큰언니네 집, 작은언니네 집 모두가 자동차로 10분 내외에 살고있음
나는 큰형부랑 너무너무 친했음
내가 먹는 걸 너무너무 좋아라하는데 마침? 큰형부가 요식업을 하셨음
형부가 매일매일 맛있는 음식 만들어주고, 술 좋아하는 우리 형부..
맨날 막내처제한테 소주 한잔 하자고 꼬드기고..ㅎ
내 뱃살은 8할이 형부 책임이라며.. 맨날 먹으면서 잔소리하고, 그럼 울 형부는 그랬음
우리 막내 처제 뱃살도 이뻐할 놈 있을거라고.. 얼른 데려와서 같이 소주 한잔 하자고.
그러다 3년전쯤 이었음
주말이었는데 엄마가 큰언니네 김치를 갖다주라고 해서 박보살이랑 같이 큰언니네 집엘 감
그날 형부가 가게를 일찍 마치고 집에 있었음
원래 집에 있을 시간이 아닌데 형부가 있길래 인사하고 나오려는데 형부가 날 붙잡는거임
"막둥아, 소주 한잔 하자!"
날씨도 춥고 차 끌고와서 안 마실래~ 하고 뒤돌아 나오려는데
형부가 또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하는거임
"아 귀찮아!! 싫어 싫어"라며 뿌리치고 나오는데 내 뒷덜미를 턱, 하고 잡는 형부..
가 아니라 박보살
"야 한잔 마시고 가자, 형부가 맛있는거 쏜대잖아" 하며
"비싼거 사주세요~ 형부" 이러는 거임
여러분들 알다시피 난 박보살에겐 한없이 순종적인 녀자임
결국 대리비까지 쥐어준다는 형부말에 근처에서 소주를 한잔 했음
형부가 몸이 너무 많이 부었길래, 일이 힘든거냐고. 몸에 이상있다 싶으면 병원에 가보라는 이야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 옛날 이야기도 하고..
처음에 우리 집에 결혼한다고 인사왔을때 너무너무 인형같은? (쳐키 인형ㅋㅋ)
막둥이 처제가 있어서 자긴 너무 좋았다고..
비록 딸은 없지만 나 때문에 딸 키우는 것 같은 재미도 있었다는 형부의 말에 또 쳐키 흉내도 내고 그랬음
형부가 내려는 술값을 박보살이 미친듯 팔을 휘저으며
지가 낸다고해서 서로 누가 돈 낼지 가위바위보 하고 ㅎㅎ
형부가 이겼는데 기어이 자기가 낸다고하면서
쳐키 형부면 내 형부도 된다며 결국 박보살이 술값을 냄
대리비도 형부가 준다는데 또 안받는다고 둘이 실갱이를 하고..
형부가 창문 사이로 돈 집어 던진거 박보살이 다시 주워서 집어던지고
차 주인은 난데ㅠㅠ 자기들끼리 난리..
결국 내 돈으로 대리비 내고 집에 왔음
박보살도 울 집에 자고 간다고 해서 대충 씻고,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박보살이 나한테 대뜸 "이제 큰언니집 가지마" 하는거임
그래서 내가 "왜?" 라고 했더니
"형부도 술 조금이라도 줄여야 되는데
니만 보면 맛있는거 먹자해서 닌 살찌고 형부는 술 마시잖아, 당분간 가지마" 이렇게 말을 했음
안 그래도 살 너무 쪄서 이젠 야식 끊고 운동해야 된다며
같이 빌리부트 캠프? 그거 해보자고 이야길 하다 잠이 들었음
그리고 다음날 박보살이 일 때문에 대전에 있을때라 기차역에 태워줬는데
계속 큰언니집에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는거임
알겠다고 주말에 보자며 인사를 하고 또 정신없이 며칠이 흘렀음
그 날 저녁에 중학교 동창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길 하고 있는데 큰언니한테 전화가 왔음
빨리 자기집으로 와달라고, 허둥대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서 일단 간다고 하고 카페에서 나왔음
큰언니 집으로 가는 도중에 아빠한테 전화가 걸려옴
"형부가 쓰러졌대, 아빠가 지금 가는 길이니까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와"
난 그냥 별일 아닐거라 생각을 하려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었음
너무 불안해서 박보살한테 전활 걸어
"형부가 쓰러졌대, 무슨 일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고 하니
박보살이 그랬음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음
"아니야, 형부 그냥 쓰러졌대.. 과로했나봐" 라고 말하니
"돌아가셨어" 라는 박보살의 확신에 찬 대답
큰언니네 집에 도착을 해서 근처에 주차를 하는데
119 구급대원 분들이 형부를 들것에 실어 나오고 있었음
그냥 쓰러진 거겠지.. 하며 차에서 내리려는데 툭. 하고 떨어지는 형부의 팔
그 팔을 아무 말 없이 들어 다시 들것에 올려주는 아빠...
너무 무섭고, 믿기지가 않아서 난 차에서 내리질 못했음
얼마동안 정신없이 멍하니 앉아있는데 전화벨이 울렸음
병원으로 가고 있으니 그리로 오라는 아빠의 전화..
무슨 정신으로 운전을 한 건지,
허겁지겁 도착한 병원 응급실에서 마주한 온기 없는 큰형부...
특유의 사람 좋은 표정과 웃음으로
"소주 한잔 하자" 하며 일어날 것 같은 형부가 눈을 감았음
사인은 급성간경화로 인한 간질환..
복수가 차고 온몸이 퉁퉁부어 형부는 그렇게 가버렸음
통증이나 증상이 있었을텐데
병원을 가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온 가족이 너무 답답해들 하셨음
형부가 돌아가시고 아마 다음날이 금요일인가 그랬음
박보살이 회사를 마치고 바로 장례식장으로 와서 조문을 했음..
박보살이 조문을 끝마치고 둘이 대화를 나누었음
내가 형부 돌아가신거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
그 날 큰언니네 집에서 저승사자를 봤다고 함
형부 뒤에 서서 박보살을 쳐다보며 쉿.. 하는 손짓을 했다고..
형부랑 마지막일 것 같은데 술 한잔 받아주고 싶어서 같이 가자고 했다며..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하늘의 이치인데,
거스르면 안되는 일이라 나한테 미리 말을 안했다는 거임
내가 "형부한테라도 귀뜸 좀 해주지, 형부도 준비는 해야하잖아" 라고 하니
"형부도 알고 계시더라" 하는 박보살...
형부도 마지막인 걸 알고 나를 그렇게 붙잡은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미칠 것 같이 아프고,
또 박보살 덕분에 내가 끝까지 뿌리치지 않고
그래도 마지막에 형부랑 좋은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을 하니 너무 고맙고 그랬었음..
그리고 형부 49재를 지내는 중에 박보살이 나더러 그랬음
"형부가 언니 대신 가신거야..
그래도 애한테는 아빠보다 엄마가 더 필요하다 하면서, 모든 거 다 가지고 가신거야"
우리 언니가 죽을 운명이었는데 형부가 대신 갔다는 박보살의 말..
엄마가 그 이야길 듣고 박보살 이모한테가서 물으셨음
형부가 큰언니 대신 간게 맞냐고.
그러니까 이모님 말씀이 큰언니 팔자에 올해 이후에 운명이 안보인다고 하시는거임
팔자에 운명이 없는데 어떻게 사람이 사냐고 물으니
"팔자는 바꿀수 없지만 사주는 바꿀수 있지,
신랑이 바꿔주고 갔다" 하셨음
언니는 팔자에도 없는 생을 사는 것이니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앞으로 많은 고난이 있을 거라는 말씀과 함께..
그리고 형부 49재에서 마지막 재를 지내는 날 박보살도 절에 왔는데
(형부네 집에서 사돈어른들이 다니시는 곳에 49재를 지냈음..
근데 겉모습은 절인데 무속인 같아보였음.. 접신을 하셨기 때문임)
스님으로 보이는 분께서 내 손을 잡으시고 처제 ㅈㅇ이랑 언니 잘 부탁한다.. 하셨음
그리고 내 옆에 있는 박보살 어깨를 투닥투닥 하며 "비밀 지켜줘서 고맙다" 하시는거임
사전에 우리에 대한 정보도 없으셨을테고 박보살이 봐도 형부가 오신게 맞다고 하니..
나는 형부가 부탁한 거 꼭 들어주리라 마음먹었음
형부 49재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큰언니는 부정맥으로 시작해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아프기 시작했고,
꼬박 3년을 중환자실과 준중환자실을 오가며 입원 퇴원을 반복했음
긴병에 효자 없다고.. 가족 모두가 지치고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음
외할머니가 또 대장암 투병중이셨는데 연세가 있으시니
수술보다 항암치료와 요양치료를 길게 하셨고,
엄만 엄마가 속 썩여서 할머니가 아프신 것 같다며
아빠에게 할머니 요양을 곁에서 해드리고 싶다고 서울에 계시며 주말에만 집에 오시던 상황이었음
오빠랑 새언니도 자기 가정이 있고, 작은언니랑 작은형부도 자기들 생활이 있으니
아빠랑 내가 3년동안 언니 뒷바라지를 한거임
거기다 언니 아들까지 내가 3년을 키웠으니,
내가 생각해도 난 정말 대견함.. 쓰담쓰담~ㅠㅠ
엄마가 나더러 하시는 말씀이
"딸은 엄마 팔자 닮는대서 니가 애딸린 홀애비랑 결혼한다고 할까봐 걱정했는데,
조카 키워주는 걸로 액땜한거라고 좋게 생각하자"
울 엄마 정말 긍정의 끝판 왕이지 않음? ㅎㅎ
박보살 이모님이나, 스님들께서 엄마를 보면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들이 있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 그리고 본인 업을 다 닦은 사람이다.
엄마처럼 살라고 하면 나는 절대 못살 것 같음
조카를 키워보니.. 솔직히 남의 애 키우는게 정말 쉽지 않음
(내 조카이지만 내가 낳은 아이는 아니니까 남의 애라고 표현한거임)
아빤 계속 그때 노승이 하신 말씀을 되뇌이시며,
그때 언니를 절에 데려다 놓을걸 그랬다.. 하셨음
생각해보면 언니가 아픈 것보다,
내가 너무 고생을 하는 것 같아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신건지도 모르겠음
언니때문에 정말로 아빠가 눈을 못감고 돌아가실지
또 어떤 어드벤쳐들이 우리 가족을 기다릴지 모르지만 큰 일이 있고 난 후..
더욱 견고해졌다고 믿고싶음..
힘든 시간들이 지나고 지금은 언니도 많이 나아졌고,
내 곁엔 내 고생을 함께 짊어지고 가주겠다는,
그 길이 가시밭길이라 할지라도 함께 걸어주겠다는 사람도 있으니 정말 행복함
톡커님들!
계속 이 이야기를 쓸까말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음..
팩트만 써야하나? 아님 속이야기까지 다 털어놓아야 하는건가?
엄청나게 방대한 공간이자 동시에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이라는 곳에
나의 사적인 이야기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등등
정말 많은 고민을 했음
근데 난 가짜 글은 싫으니까.
그리고 내 글을 좋아해주는 분들이라면
내 가족사도 조금이나마 이해를 해주시겠지,싶은 마음에 모든 걸 썼음
다시 부모와 가족을 골라서 태어나라고 한다면 그래도 나는 우리 가족을 선택할꺼예요 ^^
그리고 울 형부에게-
형부야!
그렇게 예뻐하던 막내 처제한테 이젠 백설공주라고 불러주고,
엄마가 "쟤가 어디 백설공주니? 뱃살공주다!" 라고 하면
"뱃살공주라도 좋아요~" 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는데..
남친이랑 형부랑 소주 한잔 기울이며 농담 따먹기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형부가 여기에 없네..
큰언니 땜에 정말 많이 힘들었고, 못된 마음도 먹었고..
형부 금쪽같은 아들 귀찮을 때도, 버거울 때도 있었다
나는 왜 이런 운명을 타고나서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는 건가 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
먼저 간 형부 원망도 많이 했다
아직도 나는 주말에 집에서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이런 프로그램 안본다
ㅈㅇ이 혹시나 아빠 생각하고 주눅들까봐..
우리집에선 금기 프로그램이다ㅎㅎ
근데 이젠 안 그럴려고..
아빠 어디가 못하면 이모 어디가 하면되고,
슈퍼맨이 돌아왔다 못하면 이모부가 돌아왔다 하면되니까.
무너무 좋은 사람이 옆에 있어서,
이제 ㅈㅇ이 잘하면 잘했다고 두배로 더 칭찬해주고 사랑해줄께
못하면 못한다고 구박도 두배로 할거니까
하늘나라에서 ㅈㅇ이 바르고 착하게 자라도록 많이 보살펴줘
형부랑 언니 안 닮았는지 공부를 너무 잘한다.. 조카들중에 공부할 싹수가 제일 많이 보인다
자기 물건 못챙기고 너무 순둥이라 걱정이긴 한데 날 닮은건지 영특하다
판사가 꿈이래, 우리집에 법조인 나오게 생겼다~ 든든하네 ^^
형부랑 마지막으로 술 한잔 하던 날에 형부가 그랬제
막둥이는 웃는게 진짜 달덩이처럼 환하고 이쁘니까 항상 웃으라고.
"웃을일이 있어야 웃지!!" 하면서 짜증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매일매일 웃으며 살기에도 모자란 시간들이다
그 날이 마지막으로 형부랑 보낸 시간인걸 알았다면.
내가 우리 형부 꼭 한번 안아줬을텐데 후회된다..
형부!
그래도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께
지켜봐줘
응원해줘
너무너무 보고싶다
------------------------------------------------------
오늘은 저렇게 키보드로, 혹은 글로, 혹은 세치혀로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길 해볼까 함
박보살은 입버릇처럼 이런 말을 함
말이나 글에는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이 있다!
현생에서 남의 험담을 많이 하거나 욕설을 입에 자주 담는 사람은 다음생에서 추남, 추녀로 태어난다고..
지금 예쁘고 멋진 외모를 가진 사람들은 전생에 입으로 업을 잘 닦은 사람들이라고.
그 얘길 듣고 나는 박보살에게 이렇게 말함
원래 이쁘고 잘생긴 사람들은 착하고 고운 심성을 가질 수 밖에 없어~
사람들이 모두 다 친절하게 대하잖아? 그러니 열폭할 일도 별로 없음..
그러자 박보살이 하는 말..
그러니까 글쓴아~ 니는 이 현실을 잘 이겨내서 지금 예쁘고 좋은 말만 써야된다
현생은 포기하더라도 다음생을 위해서...
이런 박보살냔
내가 니땜에 욕을 못 끊는다~ 이것아
ㅋㅋㅋ 암튼 내가 박보살의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있는데
우리 동네에 선배가 하는 중국집이 있음
말이 좋아 선배지, 학교는 한 10년 선배일거고..
우리 오빠의 몇년 후배이고 암튼 그런 분이 하시는 중국집임..
그 선배는 위로 형이 한분 누나가 한분 있고.
삼남매 중에 막내인데 누나는 세번의 이혼과 네번의 결혼을 했고,
형은 술에 찌들어 살며 도박에 빠져서.. 암튼 사람구실을 못함
거기 짬뽕이 얼큰하고 맛있어서 한때 박보살이랑 자주 가던 곳이었음
장사도 겁나 잘됨..
선배의 아버지가 배달을 하셨는데 늘~~ 궁시렁 궁시렁
"이 신발것, 드럽게도 었네" "에라이 퉤!! 미들이 그릇을 왜 늦게 내놔"
막 이런식으로 욕을 자주 하셨음
그 중에 선배의 아버지가 제일 많이 하시던 욕은 "신발 나가뒈져라"
이건 뭐 손님이 좀 까다롭게 굴거나, 아님 본인 자식들에게도 습관적으로 저런 말을 하심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손님 있는데 저렇게 욕을하면 짜증나지 않음?
그래도 난 거기 자주 감..
짬뽕이 맛있음 ㅠㅠ 짬뽕의 노예임ㅋㅋㅋ
근데 어느날 짬뽕을 먹다가
그 아저씨를 유심히 보던 박보살이 나한테 예언? 비슷한 걸 했었음
"저 아저씨 남들한테 자꾸 나가뒈져라, 나가뒈져라 하는데
자기가 나가서 돌아갈 팔자다"
난 그때도 주의깊게 듣기보다는.. 돈내고 밥먹으러 와서,
우리한테 하는 말은 아니지만 어쨌든 욕설을 들으니 박보살도 기분이 나빠 저러는가보다 여겼음
그 일이 있기 전까진.
엄청 무더웠던 날이었음
교회에 다니는 친구가 예배갔다가 점심이나 먹자며 만났으니 일요일이었던 걸로 기억함..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콩국수나 한그릇 먹자며 내 차로 교외에 있는 식당에 가는 길이었음
박보살이 운전석 뒷자리에 타고 있었음
(박보살은 여름에는 조수석에 안타려고 함..
에어컨 안 쐬어도 소름돋는 경우가 많아서 에어컨 바람이 싫다고 늘 뒷자리에 탐)
콩국수집이 교외 쪽이라 한적한 길을 따라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박보살이 "어?" 하는 거임..
조수석에 탄 친구랑 나랑 동시에 "왜?" 라고 했음
우린 박보살이 어? 하면 왜왜왜!!! 하며 깜놀하는 경향이 있음
"아무것도 아니야.. 잘못 봤나봐" 라는 박보살의 말에 다시 운전에 집중하려는데
"차 좀 돌려봐" 라는 박보살의 목소리
차를 돌려서 박보살이 세우라는 곳까지 서행을 했음
길 옆쪽에 정차를 했더니 박보살이 내림..
"내리지 말고 차에 있어" 라며 도로 옆으로 난 시골길로 조금 걸어가는 박보살
얼마쯤 걸으며 풀이 많이 자란 도랑쪽을 계속 살피다가 박보살이 우두커니 멈춰섰음
멈춰선 자리에서 기웃기웃 거리다가 어딘가에 전화를 걸기 시작함
통화를 끝내고는 다시 내 차 근처로 와서 우리가 자주 가던 중국집의 이름을 말하며
"빨리 전화해서 사장님 오라고 해" 라는것 아니겠음?
아니.. 무슨 영문을 알아야 전화를 할것 아니냐고 했더니
"욕쟁이 할아버지 저기 쓰러져 계신다..
119에 신고 했으니까 중국집에 전화해서 알려줘" 라고 말하는 박보살...
나는 급히 그 선배에게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과 위치를 설명하고,
지금 119를 기다리는 중이니 이쪽으로 빨리 오시라고 했음
근데 통화를 마치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갑자기 온몸에 털이 다 곤두서는게 아니겠음?
할아버지는 분명히 도로 옆 시골길에 있는 도랑에 빠져서
우리가 지나가는 길에서는 안보이셨는데, 박보살이 뭘 보고 차를 돌리라고 한걸까..
할아버지는 쓰러지신게 아니라 돌아가셨구나.. 박보살이 그걸 봤구나..
이 생각을 하니 살이 벌벌 떨렸음
같이 있던 친구도 눈치를 채고 "할아버지 돌아가신 거제?
니 사람보고 차 돌린거 아니제?"라며 박보살에게 물었음
"그래 돌아가셨다.. 아까 차 타고 지나갈때,
도로가에서 서성이시는 걸 봤는데 아무래도 이상해서 차 돌리라고 한거다" 라는 박보살...
잠시 뒤에 선배랑 119랑 비슷하게 도착을했고 할아버지는 병원으로 옮겨지셨음
그날 저녁에 친오빠한테 전화가 와서
"ㅅㅎ이 아부지 돌아가신거 느그가 발견했다매?
그 어른 심장마비로 가셨단다.. 내일 문상 가야겠다" 하는거임
옆에 있던 박보살이 내가 전화를 끊고나서 한숨을 쉬며 이런말을 중얼거렸다는..
"에휴 그 할배 맨날천날 남들한테 나가뒈지라 카더니
본인이 나가서 돌아가실 거라고 내가 그랬제? 외롭게 돌아갈 팔자라고"
내가 궁금해서 박보살에게 물었음
그렇게 돌아가실 것이 보였냐고.. 그럼 나는 어떻게 죽겠냐고
그랬더니 박보살이 그랬음
"생각하는 대로 안살면은,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라는 말 있제?
말도 똑같다.. 생각없이 입밖에 내면 그게 꼬리표처럼 자기 인생에 들러붙는다..
맨날천날 남들한테 나가뒈져라고 한 그 말이, 할아버지한테 꼬리표가 된거지.
나는 그 할아버지한테서 객사 귀신을 본 것도 아니고 저승사자를 본 것도 아니다,
자기 언행대로 돌아갈 팔자가 보이더라..
그리고 이 닌 맨날 배불러 죽겠다 그말 자주하니까 배터져 죽을꺼다"
참나 내가 어이가 없어서..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는데 그래 배터져 죽으면 좋다 이것아!!"
라고 했지만 소심하게 다짐했음..
소식하기로 ㅋㅋㅋㅋㅋ
근데 반전은 아직 실천에 옮기지는 못함ㅋㅋㅋㅋ큐ㅠ
박보살 말에 의하면 그 선배의 누나와 형은 크면서,
혹은 살면서 아버지에게 부정적인 말들을 많이 듣고 자랐고..
그것들을 전부 흡수했기 때문에 인생이 자꾸 엇나가고 꼬이는 걸꺼라고...
중국집 사장인 선배는 성격이 진~~짜 남의 말을 안들음
어떤 날에 짬뽕 국물 많이 달라고 해도 늘 똑같이 줌..
자기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그 성격이, 아버지가 어떤말을 해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기 때문에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은것 같다는..
좀 일리가 있는 듯?
우리도 살면서 듣기 싫은 말들은 너무 연연하지 말고, 그냥 적당히 흘리고 적당히 주워담으며
그런 지혜가 필요하겠다는..
그리고 대부분의 톡커님들은 예쁜 진심, 감동적인 댓글을 많이들 달아주시지만..
간혹가다 악의적인 댓글 다는 분들이 보이는데 그때마다 난 주문을 외움
"에...라..이. 반!!사!!!!"
오늘은 다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오기 전에 잠들라는 예랑님의 분부가 있어서ㅜㅜ 자러 가야겠슴돠..
서른이 되기 전에 한번 더 올께요!! ㅠㅠ 나 나이 먹기 싫어 힝...
아 그리고 예전 글에 모두 행복하셨음 좋겠다는 끝인사에 어느분이 댓글로 그러셨어요
진심으로 하는 말 같아서 좋다구요..
저 정말 그 말 진심으로 한 거였거든요!! 제 마음이 통한것 같아서 너무너무 기뻤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