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원더걸스는 부침을 가장 많이 겪은 걸그룹 중 하나다. 어떤 의미에선 팀 이름 뜻인 '세상을 놀라게 할 소녀들'이 정말 잘 어울리는 활동을 이어갔다. '텔미''노바디'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짚어놨고, 미국 시장에 진출해 빌보드 '핫100' 차트 76위라는 믿기 힘든 성과를 거뒀다. 그 결과를 얻고도 미국 진출 실패라는 평가를 받은건 더 놀랍다.
멤버 구성은 자꾸 변했다. '현아의 탈퇴-유빈의 합류''선미의 잠정 탈퇴-혜림의 합류''선예의 결혼과 임신''소희의 탈퇴-선미의 재합류'가 이어졌다. 아마도, 멤버 구성이 가장 많이 바뀐 걸그룹일테지만 끈질기게 활동했다. 벌써 내년이면 10년차 걸그룹이다. 소녀시대·카라와 함께 가장 꾸준하고 오래 활동하고 있는 걸그룹이 됐다. 100점 만점을 줄만한 컴백작 '리부트' 활동에선 밴드로 변신했다. 말그대로 팀을 리부트해 다시 시작해보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대한민국 걸그룹사를 돌아봤을 때 이 정도 부침을 겪었다면, 벌써 팀이 깨져도 10번은 더 깨졌을 거다. 그래도 원더걸스는 여전히 내일을 준비 중이며, 도전에 들떠있는 모습이다. 끊임없이 흔들렸으면서도, 꼿꼿하게 전진하고 있다. 그 원동력이 궁금했다.
'아이러니'로 데뷔한 2007년부터 '아이 필 유'로 활동한 2015년까지 그들의 이야길 듣고 나니, 가슴으로 두 글자가 와닿았다. 풍파를 겪으면서 쌓아온, 다이아몬드처럼 깨지지 않는 '우정' 말이다. 거창하진 않지만, 소녀들이 여정이 쉼없이 계속된건 '우정'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미국 투어를 돌던 경험, 취재진 앞에서 미국 활동 소감을 얘기하며 눈물을 흘렸던 경험, 멤버들이 떠나가면 새 멤버를 받았던 그런 경험들을 공유하면서 이들의 우정은 견고해졌다.
"연기를 하겠다고 떠난 소희가 야속하지 않나요"라고 물으니 "에이, 소희는 연기를 해야되요, 그래도 숙소에 자주 찾아와요, 요즘에도 불쑥 와서 밤새 퍼즐 게임하고 가는데요." 변하지 않는 건 없다지만, 원더걸스의 우정은 예외였다.
원더걸스와 강남의 한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셨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멤버들은 오후 10시까지 화보를 찍고 왔지만, 지친 기색은 없었다. 취중토크 현장을 네이버 V앱 원더걸스 공식채널을 통해 전세계 팬들에게 라이브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활동, 특히 팬들에게 고마워했고, 멤버 서로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마치 친자매처럼.
팀 이름 참 잘 지었다. 미래에도 우린 원더걸스 덕분에 놀랄 일이 많겠구나라는 안도감이 들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물론 좋은 의미의 '놀랄 일' 말이다.
▶미국 진출 실패라는 말 속상해
-자 이제 데뷔 얘기부터 시작해 볼까요. 처음부터 잘 된 팀이었죠.
(예은) "'아이러니' 성적이 아주 좋지는 않았어요. 1위를 못했었는데, 관심은 많이 받았어요. 그 때 같이 데뷔한 팀이 베이비복스리브·캣츠였는데 우리까지 세 팀이 걸그룹 대격돌로 많이 나왔던거 같아요. 한 채널 특집에서는 그 팀들과 춤 대결, 노래 대결, 개인기 대결까지 했던 기억이 나네요."
(유빈) "그 때 걸그룹 오소녀 데뷔를 준비하고 있었을때라, 원더걸스 데뷔를 엄청 챙겨봤어요. 걸그룹의 한 시대가 끝나고, 다시 걸그룹이 많이 쏟아졌는데, 원더걸스·카라· 소녀시대 순으로 데뷔했던거 같아요."
-다음 앨범부터 유빈이 합류했고, 팀도 대박을 터뜨리죠.
(예은) "유빈 언니가 복덩이였죠."
(유빈) "제가 합류를 하고 '텔미'가 나왔는데 정말 크게 터졌죠. 원더걸스가 되기 전에 꿈을 꿨어요. 커다란 호랑이가 큰 달을 먹는 거에요. 그리곤 더 큰 호랑이가 나와서 그 호랑이를 잡아 먹었어요. 그러면서 넓은 초원이 나와요. 제가 날고 있는데 앞에 전기줄 같은 방해물이 있었고, 전 요리조리 피해서 날아가고 있었어요. 그 때 뒤를 돌아보니 어떤 아이들이 있었고, 전 '날 따라와'라고 했어요. 그게 원더걸스 멤버들 아니었을까요."
-'텔미'를 넘어서는 아이돌 히트송은 없는거 같아요. 어떤 느낌이었나요.
(선미) "솔직히 기억이 잘 안나요. 일어나면 스케줄 하러 가고 하루에도 공연을 몇번씩 하다보니까요."
(예은) "그 때 교통사고도 났었어요. 첫 방송하고 사고가 나서 우리가 처음으로 MBC 뉴스에 나왔었어요. 그래서 더 화제가 됐고, 병원에 있는데 '텔미'가 음원 차트 1위를 했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러다 '소핫''노바디'까지 연타석 히트를 치게 돼요.
(유빈) "'텔미' 활동이 끝나고 미국에 리얼리티 촬영을 하러 갔는데, 그때 '노바디'를 '소핫' 보다 먼저 들었었어요. 이 노래는 대박 난다고 느꼈어요. 앞에 전주 부분만 딱 듣고 바로 대박을 예감했죠."
-그렇게 좋았던 순간 미국갈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예은) "박진영 PD님의 생각이었죠. 한국에서는 더 올라갈 데가 없다고 그랬거든요. 하하."
-정말 많이 받아본 질문이겠지만, 미국 활동이 후회되지는 안나요.
(예은) "안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가끔해요. 그런데 미국에서의 기억이 정말 좋아요. 공연을 하루에 한 번씩 했으니까요 정말 좋았어요. 공연 준비 천천히 하고 끝나면 저희끼리 보낼 시간도 있었고요. 밸런스가 정말 좋았어요."
(유빈) "휴식도 취하면서, 배울 것도 많았던 시간이었죠. 그땐 잘 몰랐지만, 다 같이 유학간 느낌이 들었어요."
(선미) "미국은 가끔 생각나요.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서요. 공연이 끝나면 10시간씩 버스로 이동했어요. 근데 그게 재미있었어요. 큰 버스라 그 안에 조리를 할 수가 있었거든요. 지나가다 한국 가게가 보이면 내려서 라면도 사고, 참치도 사고 그랬어요. 차 안에서 비빔면 끓여 먹고 라면 먹고 그랬는데, 참 즐거웠어요."
(유빈) "처음엔 원래 4회 공연만 계약된 상태였어요. 근데 마지막날 오프닝에서 어떤 사고가 있어서, 노래를 바로 못들어갔거든요. 그래서 관객들에게 우리 춤을 가르쳐줬어요. 그때 반응이 정말 좋았는데 공연이 끝나고 박진영PD님이 정말 환한 얼굴로 그러시더라고요. '얘들아 우리 여기서 더 공연 할 수 있게됐어'라고요. 하하."
-질문을 바꿔볼게요. 박PD님은 51%의 가능성이 있다면, 다시 미국 진출을 노려보겠다고 했어요. 원더걸스라면요.
(예은) "그 분은 항상 그래왔어요. 하하. 근데 그때 조금 더 열심히 할걸하는 생각은 들어요. 전 개인적으론 좋아요. 하지만 멤버들이 다 동의할지는 모르겠어요."
-실패했다는 평가는 사실 좀 속상했을 것 같아요. 빌보드 차트 76위라는 성과가 있었는데요.
(예은) "실패라고 하니까 속상했어요. 우리는 그렇게 생각 안했으니까요. 우리에게는 좋은 경험이었어요."
(유빈) "빌보드 차트 핫100에서 76위를 했죠. 우리는 깜짝 놀랐던 순위예요. 미국에 있으면서 일단 시야가 넓어졌어요. 나이에 비해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잖아요. 배울 점이 많았고요. 한국과는 다른 시스템을 경험해서 좋았어요. 우리도 도움되는게 많았어요."
-미국의 유명 록밴드인 조나스 브라더스와 투어를 다녔어요. 사실 록밴드 투어는 방탕하기로 유명한데요.
(예은) "그 친구들은 독실한 크리스찬이었어요.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그 지역 목사님이 와서 크루 100여명을 모아놓고 기도를 할 정도였어요. 그렇게 건전할 수가 없었어요."
(유빈) "조의 생일에 다같이 롤러스케이트장에 갔어요. 생일 파티를 롤러스케이트장에서 했다니까요. 하하. 우리가 미국 간지 3개월 정도 됐을 때였나. 영어를 진짜 못했어요. 그래서 간신히 '땡큐~땡큐~' 정도만 얘기했던거 같아요."
-그러다가 혜림이 합류를 하게 됐죠. 언니들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혜림) "아무래도 무섭고 포스가 있었어요. 텃세는 없었는데 무서웠어요. 언니들이 잘 안 웃었어요."
(유빈) "선미가 쉬게 되서 슬펐어요. 혜림이가 바로 들어와서 좋았지만, 분위기가 좀 다운돼 있었죠."
(혜림) "그러다 사고가 났어요. 다 같이 중국 하이난에 가게 됐는데 제가 신고식을 제대로 치렀죠. 언니들이 제트스키 타자는데 전 액티브한 스포츠는 싫어하거든요. 근데 안탄다는 얘기가 어떻게 나와요. 그래서 결국은 코치와 함께 탔는데, 그 분이 혼자 너무 신이 난 거에요. 엄청 빨리 달리다, 속도를 줄였다를 반복하는데, 정말 갑자기 급정지를 해서 제가 엔진에 코를 밖았어요. 정말 코피가 철철 났고요. 사람들은 제가 돌아오니까 반가워해주면서 사진까지 찍더라고요. 그 때 제 손을 떼니까 다시 코피가 철철 흐르는 거에요. 신고식을 제대로 한거죠."
(예은) "그 다음부터는 어색하고 그런게 없었어요. 심적으로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근데 코피까지 터지고요. 그 때부터 혜림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하하."
-이후에는 한국에서 '투 디퍼런스 티어' 활동도 했고, 미국에서 영화도 찍었죠. 원더걸스 투어도 돌았고요. 근데 미국 활동을 멈추게 됐어요.
(예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 같아요. 한국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국내 활동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요. 선예는 결혼을 계획 중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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