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여시 최태성쌤 한국사인강 듣다가
중간에 나오는 말씀이 인상적이어서 여시들이랑 같이 보려고 가져왔오
출처는 아래 캡쳐에 있듯 EBS 최태성의 고급 한국사 최신 버전(2014년 완강됨)의 33강, 근세의 문화 1 이구
강의 영상 원본과 자막 원본은 사이트 들어가면 무료로 볼 수 있으니 참고!
텍스트 위주지만 A4 1.5쪽 정도밖에 안되니까 별로 길진 않을거예여
중요해보이는 부분은 굵게 + 색깔 입혀놨구!!!
…… <- 이 표시는 중략한 건데, 내용 왜곡 안되고 맥락이 끊어지지 않는선에서 몇부분 중략했읍니다
급
자! 그다음에 15세기에 나오는 윤리서를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윤리서.
먼저 대표적인 15세기 윤리서 하면 삼강행실도가 있습니다, 삼강행실도.
이 삼강행실도를 보면, 이것은 여기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느냐 하면, 충신, 그다음이 효자, 그다음이 열녀. 이런 내용들을, 이런 내용들을 글과 그림으로 그려놓았죠. 어느 왕 때? 세종 때 편찬이 시작됩니다.
이거예요. 성리학의 나라입니다. …… 한글과 그림을 붙여가지고 한자를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바로 지배층의 성리학적 이념이 투입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죠.
재미있는 게 있어요, 여러분들. 이 삼강행실도를 보시면, 여기 지금 열녀가 나왔잖아요.
충신과 효자야 그렇다고 치고 열녀는 뭐냐 하면, 자신의 정조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던지는 어떤 그런 모습들이 정말 비일비재하게 나옵니다. 정조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던져야 되나요? 그게 맞나요, 여러분들?
이거 강의 보고 있는 여학생들, 남학생들 있을 텐데, 여학생들한테 제가 여쭤볼게요. 여학생들, 정조를 지키기 위해서 여러분들의 목숨을 내놓으시는 게 맞습니까?
네.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제가 다 조사했어요. 손들어보라고 했는데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어, 미쳤어요?" 그렇게 대답들 하시더라고요, 보니까.
……그것은 어쨌건, 정조를 지키기 위해서 내가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다. 그것은 사실 개인의 판단입니다. 그렇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뭐냐 하면, 그 개인의 판단의 몫을 국가가 장려하고 교육한다는 거예요. "너, 정조를 잃는 순간이 되면 목숨을 던져. 그러면 너한테 열녀라는 스티커를 딱 붙여줄게."라는 거죠. 여러분, 열녀라는 스티커를 받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그것을 국가가 장려한다? 그러면 여러분, 좋아요. 그러면 여기에 열부가 있느냐는 말이에요.
무슨 말이냐 하면, 남자가, 남자가 똑같은 여자의 상황이 되었을 때 남자의 정조를, 남자의 정조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내놓아야 되는 그런 사례가 있느냐는 말이에요.
그런 사례는 삼강행실도에 없어요. 그러니까 이것은 여성들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만들어진 윤리서라는 이야기죠. 문제는 뭐냐 하면, 지금 여성들한테 삼강행실도를 내놓고 그렇게 열녀, 열부의 스티커가 붙어있는 그 사례를 들어주면서 "이렇게 해야 되지 않을까요?"라고 했을 때는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많단 말이에요. 그런데 500년으로 돌아가 볼게요, 500년 전으로.
500년 전으로 돌아가 가지고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정조를 지켜야 되는 순간에 목숨을 내놓으시겠습니까?"라고 했을 때 500년 전 여성들은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여러분들?
500년 전 여성들은 당연히 목숨을 내놓아야 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국가에서 이렇게 열녀라고 계속 칭송을 해 주는 거 아닙니까? 중요한 것은 뭐냐 하면, 같은 여성인데 그 당시 여성들은 정조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내놓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지금 여성들은 한 번쯤은 고민을 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이 500년 전 여성들의 생각……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은 과연 이 여성 스스로의 생각일까요, 아니면 누구의 생각일까요? 어렵지 않죠? 이것은 그 시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만들어 낸 남성 이데올로기가 주입된 결과란 말이에요.
그 여성은 그것이 옳다고 생각을 하면서 그것이 자신의 생각이라고 이야기하겠지만, 그것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란 말이죠. 남성 중심의 사회가 만들어 낸 하나의 결과물을 자신의 생각이라고 생각할 뿐이에요.
그렇다면 여러분들, 제가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여러분들의 생각은 과연 여러분들의 생각입니까? 500년 전 여성들한테 이 질문을 했을 때 500년 전 여성들은 당연히 자신의 생각이라고 했겠죠?
500년이 지난 우리들이 봤을 때 우리는 그것은 그 여성들의 생각이 아니라고 지금 이야기하고 있단 말이에요. 지금 여러분들의 생각은 여러분들 생각입니까? 500년 지난 우리의 후손들이 당신의 생각을 당신의 생각이라고 인정해 주겠습니까? 한번 생각해 보자는 얘기예요. 제가 이야기했죠?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
나는 누구인가? 내 생각은 과연 누구의 생각인가? 사회를 과연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삼강행실도, 충신, 효자, 열녀, 글, 그림, 세종 시대에 나오는 어떤 그런 것, 시험문제에 나오는 어떤 그런 거로만 여러분, 접근하지 마시고요.
바로 제가 지금 던진 하나의 질문, 그 물음표 있잖아요. 그 물음표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시라는 얘기예요. 정말 깜짝 놀라 소름끼치지 않나요? 내가 지금 생각하고 내가 판단하고 있는 생각이 과연 나의 생각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 누군가의 기득권 세력들이 만들어 놓은 생각을 내가 지금 읊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은 여러분들이 생각해 보실 필요가 있다는 얘기예요. 역사는 그래서 배우는 겁니다.
항상 역사는 나를 이만큼 떨어뜨려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배우는 거거든요. 삼강행실도를 보면서 한번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