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pann.nate.com/talk/329033274
연애와 결혼기간 포함해서 12년 넘었네요.
저에겐 첫사랑이었구요. 엄마 아빠보다 더 사랑한 남자였어요. 뭐, 그건 지금도 그렇군요.
제가 먼저 고백해서 사귀게 되었지만,
남편은 정말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남자라 할 만큼 저에게 잘 해 주었어요. 행복했구요.
저는 자연스럽게 80살이 되어도, 둘이 손 잡고 나란히 공원을 산책하는 그런 미래를 꿈꾸었죠.
정상적으로 결혼해서 계획하에 셋째까지 모두 임신 했고, 특히 셋째를 원한 건 남편쪽이었어요.
첫째 둘째가 이렇게 예쁘니 셋째는 얼마나 더 예쁠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다고 하더군요.
저는 몇달간 고민했으나, 남편의 사랑에 보답하는 심정으로 셋째를 낳기로 결정했습니다.
계획하자 셋째도 지체없이 들어섰구요.
인생의 획을 그을만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도 생겼습니다.
자의로 셋째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남편에겐, 팔자가 바뀔 일이 생길 것 같다 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기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셋째를 거론한다는 자체에서 남편으로부터
프로주부도 아니고, 애를 영재로 키운 것도 아니지만,
살림이나 육아에 대해 이만하면 되었다는 칭찬을 들은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막달까지 전쟁같은 입덧을 하는 체질이었습니다.
아이마다 다르다니 셋째는 덜하겠지 싶었는데, 더 하더군요.
초기 12주 안에 8~9kg 빠지고 시작했어요.
그 와중에 집안일이 밀렸고, 평소 잘 도와주던 남편이라 그다지 눈치 보지 않았는데,
그게 화근이었는지, 남편이 정말이지 안할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셋째 지우고 둘이나 잘 키우자고.
셋째를 가지자는 말에 느꼈던, 인정받은 기쁨은 싸그리 날라가고,
아내로서 여자로서 인간으로서의 존중감도 무시 당한 기분이었어요.
셋째를 지울 생각도 없을 뿐더러, 셋째를 지우고 남은 둘을 어떻게 잘 키울 수 있을까요.
우리 사이에 원해서 생긴 자식도 지키지 못한다면, 그 결혼생활을 어떻게 계속할 수 있나요.
저는 그 말에 완전 충격 받아서, 집안일을 돕는 게 싫으면 파출부를 하루 쓰자고 하던가,
(제가 도와달라고 한 것도 아닙니다. 본인이 돕겠다고 해서 전 매일매일 고맙다고 칭찬했어요.)
아니면 못도와주겠으니 일을 좀 더 열심히 해달라고 말이라도 해야지,
다짜고짜 애를 지우자고 하느냐고, 이건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더니,
기가막히게도 순순히 인정하더군요. 사랑하지 않아서 미안하대요.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대요.
거죠.
죽니 사니 이혼을 하니마니 이야기가 오고 가다가 결국 남편이 별거를 선언했어요.
처음엔 내가 임신에 입덧이 유세라고 눈치 없이 너무 누워지냈나 싶어 자학도 많이 했는데,
그 와중에 직장에서 어떤 여자랑 썸탄 문자랑 사진 같은 게 들키기도 했구요.
사실 그건 셋째 가지기 전에도 몇번 들킨 적이 있었는데,
본인도 부끄럽게 여기고 있고, 저에게도 부족함 없이 잘 대해주고 있기 때문에,
저는 그걸 문제 삼지 않았었어요. 그렇기에 셋째 계획에도 동참할 수 있었던 거구요.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그년들 때문인가 하고 사람이 눈이 뒤집히더군요.
그렇다고 망신을 시키자니, 남편의 월급과 연금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이기도 하니까.
또 말이라도, 썸탄 것일 뿐이고, 바람은 아니라고 선을 넘지 않았다고 하니, 믿고 싶기도 했어요.
언제든지 진심으로 사과하고 예전처럼 지내준다면 좋겠건만,
출산이 임박한 지금까지 계속 별거 중이에요.
그쪽에선 애들만 보고 살자고 하고,
저는 제 세상의 전부였던 남편이 저렇게 나오니 절망스러워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고,
그럼 남편은, 그냥 살면 되는 거라고 하더군요.
이혼을 원하면 위자료랑 양육비랑 집이랑 차 다 주고 이혼해주겠다고도 했어요.
자살하겠다고 하니 죽지는 말라네요.
언성 높이는 싸움은 한번도 안했어요. 울면서 대화는 좀 했죠.
어쨌든 결론은 이혼 이야기는 안하기로 하고
(이혼이 하기 싫다는 게 아니라, 말만 안하겠다는 뜻이라, 그것도 저에겐 비수가 되었습니다.)
별거는 하지만, 애들 위해서 의무는 다 하겠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두번씩 집에 오고, 애들한테는
아빠가 숙직이다 출장이다 일이 많아 바쁘다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속은 썩어 문드러지죠.
직장에 딸려있는 숙소가 있는데 거기서 지낸답니다. 옆방 어딘가에 썸녀가 있는데 말이죠.
본인이 아니라니까 캐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미 문자 몇개 본 것만으로도 피꺼솟이라...
제가 제 자존심만 세우자면 진작에 목이라도 매달아 자살을 했을 것이고,
최소한 어딘가 소식도 들을 수 없는 곳으로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데,
내 자존심 세우자고, 애들을 아빠 없이, 혹은 엄마 없이 키우는 건 아닌 거 같아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도, 걔들 사이에 애가 있었으면, 그렇게 자살은 못했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또 복중의 태아도 생각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애들하고 놀아준다고 와서는 물론 저도 챙겨줍니다. 제가 임신중이기도 해서 그런지.
제가 뭐가 먹고 싶은지 물어보고, 제가 좋아하는 메뉴 위주로 사먹고요.
사소하게 베어있는 매너는 정말 소름끼칠 정도입니다.
식사중에 고기를 발라 숟가락 위에 얹어준다든지, 양념을 뿌려준다든지 하는거요.
에게도 이러나 싶지만, 말해봤자 시비트자는 것 밖에 안되고,
날 사랑하지 않아서 미안하다는데 더 이상 뭔 말이 필요한가 싶어 매번 아무말 안하고 넘어갑니다.
5월에 그렇게 냉전이 시작된 이후로, 저는 일체의 애정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그게 저에겐 인생의 낭비같고 지옥이긴 해요.
출퇴근길에 안아주고 배웅한다든지 뽀뽀하며 맞이해준다든지
아이들 앞에서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는 것이 지옥같아요.
하지만 남편은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이에 애정어린 눈빛이나 대화는 없어요.
하지만 다음에 이사 갈 집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애들에 대한 이야기는 공유되고 있죠.
전 궁금합니다.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혼인관계를 지속하는 이유가 뭔지.
전세기간이 만료되어 새로 집을 얻어 나가야 하는데, 그 집에 대해 상의하는 마음은 뭔지.
돈은 어차피 남편이 혼자 벌고 있고, 그 집을 정해서 그리로 가라해도 전 두 말할 마음이 없거든요.
딱히 욕이나 폭력이 오가지도 않습니다. 다만, 굉장히 사무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죠.
저는 '애를 낳아줬네'라는 식의 표현은 절대로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 새끼를 내가 키우는데, 누군가가 돈을 벌어다줘서,
따로 직장 다니지 않고 제 아이들을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제가 볼 수 있는 걸 감사히 여기죠.
셋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말 들었다고 해서 홧김에라도 지워야지 라는 생각은 안들었습니다.
저는 남자친구는커녕 여자친구도 한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요. 외출도 거의 안합니다.
부정을 저질렀다면 썸이든 뭐든 간에 남편쪽이 저질렀고,
사랑이 별안간 식은 것도 그쪽입니다.
이게 문제야 저게 흠이야 한다면 고쳐볼 여지라도 있을텐데,
사랑하지 않게 되어서 미안하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네요.
아이들을 위해 쇼윈도우 부부라도 하고 있는 게 감지덕지할 뿐이에요.
그래도 한번씩 슬프긴 합니다. 혼자서 울어요.
친구는 사랑이 전부가 아니다 남자가 전부가 아니다 하는데,
글쎄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 사이에서 아이를 셋이나 가진 남편인데 한낱 남자 때문에 어떻단 소리도 듣기 싫구요.
심적으로 의지할 곳이 없어서 정말 슬프네요.
별거하고 있고 웃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여전히 자상하고 매너 넘치는 남자입니다.
이럴거면 왜 날 사랑하지 않는 걸 들켰나 원망스러울 뿐이에요.
좀 속여주지. 그럼 착각속에서 내가 마냥 행복했을텐데...
매일매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눈뜨면 목매달 곳을 찾고.
그러다가도 아이들이 예쁜 모습은 눈 안에 착실히 담아두고 싶고.
인생이 짧은 것을 아는데. 나는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고 있는데.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가 없네요.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남편이 무슨 마음으로 사는지 불쌍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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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외로운 마음에 위로 받고 싶어서 멍하게 두서없이 쓴 글인데,
위로와 격려 말씀 감사드립니다. 속 시원한 후기나 추가글 같은 건 없을 것 같네요.
바람피는 걸 왜 넘어가 주었냐 하면은 ...
중요한 건 바람을 피느냐 여부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느냐 여부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번의 경우에도 별거만 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든지 정신승리 하면서 넘어갔을 거예요.
우리 사이에 웃음이 사라지고, 제가 더 이상 애정표현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만 빼면,
남편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거든요.
별거하느라 밤에 같은 집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 뿐이지,
출장 갔다가 샀다며, 갑자기 낮에 저 혼자 뿐인 집에 들러,
이 지역에서 팔지 않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그 지방 특산품 같은 걸 먹으라고 주고 간다든지.
또 어떤 날은, 제가 연어를 좋아하는데, 어디서 연어가 났다며, 저녁 시간에 와서 연어를 주고
(애들은 아직 어려 회 안먹습니다.)
제가 먹게끔 상까지 차려서, 먹어라 많이 먹어라 하고, 다 먹으면,
남은 거 냉장고에 싸서 넣으면서 내일 또 먹으라고 하고, 다시 숙소로 떠나더군요.
저는 먹기는 먹습니다만 고맙다 말할 수도 없고요. 먹으면서 대화도 없습니다.
속으로는, 이건 무슨 종류의 개수작인가, 하고 혼란스럽기만 하죠.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혹시 다시 내가 좋아진걸까,
아니면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드는걸까, 나름의 화해의 제스쳐일까 생각해 보게 되죠.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묻지는 못하고, 문자로,
애들 크는 거 하루하루가 소중하니,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집에서 출퇴근 하면 어떠냐 하면,
자기가 연구할 것도 있고 공부할 것도 있고 이래저래해서 별거는 계속 하겠다고 합니다.
애들만 보고 살고 싶다고도 꼭 덧붙이고요. 하.. 뭐 하자는건지 ...
그리고 이번에 아파트를 사서 이사하기로 했는데, 남편이 대뜸 하는 말이,
이번에 사게 되는 아파트 명의를 제 명의로 해주겠다더군요.
그래서 기뻤냐 하면, 전혀요. 그거 먹고 떨어지라는 것 같아서 기분 별로였어요.
결국 이 남자는 끝을 준비하고 있는건가 싶고.
저는 부부공동명의로 해야 세금이 싸다더라고 말했고 그걸로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습니다.
댓글 보면 애를 지우라는 말도 간혹 있으신데, 뭐 속상해서 하신 말씀이겠지만,
제가 그 두 의 머리에 염산을 부을지언정,
죄 없는 아이를 내 손으로 죽이는 일은 하지 않을겁니다.
엄마 아빠가 원해서 가진 아이라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바람을 핀 걸 들켰는데 왜 셋째를 가졌느냐 하면...
6개월 정도, 남편이 꾸준히 제의했습니다.
저는 시댁과 친정이 멀어서 애를 맡길 사람도 없을 뿐더러,
성격상 제 애를 한시도 남의 손에 맡기지를 못해서 (어린이집은 빼고요)
자발적으로 독박육아 하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셋째를 가지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진심으로 원하는지 계속 눈치를 보기도 했구요. 그러던 와중에,
제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친정엄마가 혼자 사시는데, 연세가 많으세요.
저는 아버지랑 친했고 아버지 사랑을 많이 받았고 엄마랑은 트러블이 많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엄마의 노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죠.
남편이 올해 설날에 친정에 다녀와서는, 엄마 가게 정리를 좀 도와주다가 뭔가를 느꼈는지,
장모님이 장사 못하게 되시면 우리가 모시자라고 하더군요.
거기에 너무 감동 받아서, 셋째를 가지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했죠.
셋째는 ... 흠 ... 지우자는 말은 이 사건의 서막을 열었으나,
그 말 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받았어요. 셋째에게 미안하대요.
하지만 그다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고, 관계가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미는 없었지요.
아이들을 위한 의무는 다 하겠다 말했듯이,
산부인과 진료 보러 가는 날엔 휴가를 내서라도 태워줍니다.
그래서 저 혼자 병원 간 적은 없어요.
심지어 그 날은 단둘이 좀 비싼 곳에서 고기 썰며 외식도 하네요.
그러나 애정어린 눈빛도 미소도 대화도 없죠.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 ...
그 와중에도 많이 먹으라며 고기 썰어서 얹어주고 그럽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미친 새끼죠.
우롱당하는 기분이 역력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셋째 먹으라는 요량인가보다 하고 묵묵히 먹습니다.
거절하는 리액션조차도, 어서 사과하고 날 사랑한다고 말해줘- 라는 앙탈 같아 보일까봐,
저는 일체의 감정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좋은 건 물론, 싫은 것도요.
남편 태도는 여전히 헷갈리고.
또 공교롭게도 썸 타는 여자가 두 명입니다. 그래서 제가 본문에서 그년'들'이라고 표현했구요.
여자가 두 명이기 때문에, 오히려 진짜 선을 넘은 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믿는 게 제 정신건강에 이롭기도 했구요.
댓글 중에는, 위자료를 어떻게 받아라 증거를 어떻게 모아라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가 버티는 이유는 오직 하나,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를 빼앗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언젠가 그 애들이 모든 걸 알게 되고, 엄마 이혼해, 라고 말하면 그때 이혼할 거구요.
지금은 애들이 어리고, 애들에게는 여전히 좋은 아빠이기 때문에 제가 어쩌지 못합니다.
매일 보지 못할 뿐이죠. 오면 요리도 해주고 같이 목욕도 하고,
애가 어디 가고 싶다면 데려가고, 뭐가 갖고 싶다면 다 사줍니다.
언성 높이거나 화내거나 욕하거나 때리거나 그런 거 일절 없습니다.
저를 사랑하지 않아도, 애들만 보고 살겠다니, 저는 그냥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혼하면 그길로 다시는 남편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요. 진짜 끝이길 바라요.
하지만 애들 얼굴 보기 위해서라도 결국은 남편과 대면하는 날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진짜 끝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저냥 이렇게 살기로 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돈이 없어서 이혼을 못하는 건 아니에요. 뭐 돈이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막말로 셋째를 임신중이니, 미혼모 시설에라도 들어갈 수는 있거든요.
빈몸으로 내쫓긴다... 라는 것도 괜찮아요.
어감이 별로니까, 빈손으로 떠나준다라고 하는 게 좋긴 하겠네요.
만약 내가 여유가 있다면 오히려 남자에게 위자료 주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거든요.
하잘 것 없는 여자를 만나, 그 여자의 인생의 12년을 행복하게 해주느라 고생했다는 의미로요.
바람을 핀 걸로 문제 삼고 싶지는 않습니다. 마음이 변한 게 문제죠.
증거를 모으고 하는 거 자체가 굉장히 제 정신을 파괴하고 추억을 오염시키는 일이기도 하고요.
마음이 변한 걸 날씨가 변하는 것처럼,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비가 오면 우산을 쓸 뿐. 제가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하늘 보고 원망한들 비가 그치진 않겠죠.
애초에 왜 나를 사랑하는지 이해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둘 중 하나가 죽는 날이 먼저 오지,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인간적으로도 굉장히 믿고 의지했고, 세상이 끝나도 마지막까지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런 '믿을만한 사람'이 세상에 하나도 없는 상태라서, 그래서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내가 비록 이 결혼에서 아름다운 결말을 맺지 못할지라도.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부부가 사랑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분명히 죽는 날까지 사랑하며 사는 사람이 있을 거고
그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첨언이 길어졌네요.
친구가 없어서 더 외로운 것 같기도 해요.
그저 안아주고 싶다고 슬프겠다고 공감 해주는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특히 감사드립니다.
제게 필요한 위로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