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중국서 실질 수확…중국인 그룹 데뷔시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한류, K팝, (가수 육성) 시스템이죠. 이 말이 통용된 출발점이니까요. 프런티어(Frontier) 정신으로 결과물을 낸 회사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그룹 김영민(45) 총괄 대표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SM의 성과를 세 가지로 꼽았다. 김 대표는 이수만 회장이 설립한 SM에 1999년 입사해 2005년 대표직에 올랐다.
그의 말처럼 2000년 H.O.T의 중국 공연, 2002년 보아의 일본 오리콘 1위, 2011년 프랑스에서 한국 가수들의 첫 유럽 합동 공연 등 K팝의 미개척지에 첫발을 디딘 건 SM이었다.
김 대표는 "SM을 통해 한류, 아이돌, K팝, 오리콘 1위 등의 단어가 널리 쓰였다"며 "이를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 상장 1호 기업, 시가총액 1조 돌파(2012년)란 결과물을 냈다. SM이 20년간 '신드롬'과 '팩트'를 만들어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 SM은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성장 분기점은.
▲ 2000년 코스닥 상장, 2005년 이후 지속적인 해외 라인업, 2012년 공연사업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일본 진출 당시 일본 음반사들은 상장사였고 SM의 투명성을 보장받길 원했다. SM은 상장을 통해 해외 진출의 초석을 다졌다. 또 보아에 이어 동방신기부터 엑소까지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라인업을 가진 회사는 우리밖에 없다. 2012년 공연업체 드림메이커를 인수해 공연 사업을 본격화한 것도 성장 분기점이 됐다.
-- 올해 연결기준 3분기 누적 매출액(2천360억원)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어떤 측면에 기인했나.
▲ 해외 매출이 42.4%로 해외 공연 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다. 내용상으로 보면 공연과 MD(머천다이징 상품) 매출, 음반과 음원의 고른 성장세다. 올해 가수들의 음원 성적이 잘 나왔다.
-- 최근 들어 콘텐츠 제작에서 다변화된 행보를 보여줬다. 'SMP'(SM Music Performance: SM이 만든 음악 장르로 역동적인 댄스가 특징)로 대표된 콘텐츠에 고민이 있는 건가.
▲ 그룹 구성원들의 방향성이 무르익어 올해부터 개발해줬다. 엠버, 태연, 종현, 규현, 태민 등이 솔로로 각자의 개성과 색깔을 냈다. 더불어 샤이니와 에프엑스는 아시아 시장에서 주류가 될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 색깔을 내자는 기획을 했는데 이를 종합해 다양성이 보였을 것이다. 소극장 공연 시리즈를 만든 건 일본에서 벤치마킹한 측면이 있는데 일본은 가수들이 크고 작은 공연장을 오가며 팬들과 호흡한다. 소극장 무대는 가수들이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좋은 경험인 것 같다.
-- 2년 전 울림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고 올해 사내에 슈퍼주니어 레이블(Lable SJ)도 발족했다. 레이블을 확장해가는 모양새인데.
▲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다른 레이블을 인수할 것이고, 사내 레이블을 발족해 '스핀아웃'(법인화)도 추진할 생각이다. 현재 강타의 중국 활동을 위한 팀을 가칭 '팀 강타'로 꾸렸는데 대만·홍콩·마카오를 묶어 중국어권에서 일하는 매니저로 구성됐다. 내년 중국 지점인 'SM차이나'가 법인이 되면 그 안의 레이블로 들어갈 예정이다.
-- 가수 육성 및 프로듀싱 시스템을 구축한 과정은.

▲ 이수만 회장이 (SM의 전신인) SM기획 시절 현진영 씨를 키우면서 기업의 연속성을 위해선 '신인 발굴 육성'만이 살 길이라고 정했다. 기업으로 말하면 R&D(연구개발)이다. 캐스팅과 트레이닝 등 신인 육성과 발맞춰 프로듀싱 및 제작이 순차적으로 누적되자 시스템화가 됐다. 신인 개발과 프로듀싱 시스템은 우리만의 CT(컬처 테크놀러지)이다.
-- 'CT'를 성장 동력으로 SM의 해외 진출은 어느 단계까지 왔나.
▲ 진출 3단계 전략이 첫째 문화 수출, 두 번째 합작, 세 번째 현지화다. 보아와 동방신기가 수출(진출), 슈퍼주니어와 엑소가 중국인 멤버를 영입한 합작, 내년부터 중국인으로 구성된 중국 아이돌 그룹을 선보이는 현지화 단계에 접어든다. 저장(浙江)위성TV에서 방송 중인 아이돌 그룹 육성 예능 프로그램 '타올라라 소년'을 후난(湖南)위성 계열사와 손잡고 제작 중인데 여기서 선발된 중국 그룹을 우리의 프로듀싱으로 데뷔시킨다.
-- H.O.T 때부터 중국 시장을 주목했는데, 이제 대다수 기획사가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 중국 시장은 돌다리를 두드리며 왔다. 다년간 네트워킹을 쌓았고 내년부터 꽃을 피워 실질적인 수확으로 들어갈 것 같다. 중국 시장은 지속적으로 더 성장할 것이다. 마켓의 성장에 따르는 내실도 차츰 다져질 것이다. 온라인에서 불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도 있어 내년부터 음원 시장의 많은 부분이 유료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 음원뿐 아니라 공연, MD, 출연료 등 합법 시장의 성장에 따라 마켓도 커질 테니 전망이 밝다.
-- 업계로 유입된 차이나머니의 득실은.
▲ 시대의 흐름인 것 같다. 한때 SM도 일본 자본이 2대 주주였던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본에 민감하기보다 콘텐츠의 성격과 방향을 중요하게 여긴다. '중국 자본을 받자, 막자'가 아니라 오로지 중국향(中國向) 콘텐츠를 위한 자본 유입이라면 우려된다. 중국에서 히트하는 범아시아 콘텐츠를 만드는 게 미래지향적이다.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즉 지엽적이지만 세계적인 범아시아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가 한국에 많아져야 한다.
-- 반면 일본 시장은 양국의 냉각기 탓에 한류가 쇠퇴했다는 분석이다. SM 가수들의 성적에도 변화가 있나.
▲ 일본 내 K팝 전체로 볼 때는 미디어에서 K팝을 다루는 게 전무해 새롭게 진출하는 가수들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 진출 15년이 된 우린 현지화 시스템이 완료됐고 엑소까지 도쿄돔 공연이 가능한 팀이 됐다. 오히려 일본 시장에서 매출은 더 늘었다.
-- 성장세 속에서도 일부 가수와 전속계약 분쟁이 발목을 잡았는데.
▲ 사실상 이러한 문제는 이제 업계의 일이 됐다. 단 'SM에서 유독 문제가 일어나지?'란 시선인데 콘텐츠가 많고 업계 선두이다 보니 늘 새로운 일이 우리에게 일어난다. 지금으로선 가수의 이탈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어떤 형태로든 제도화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 SM의 기업 가치는 무엇이며 앞으로 목표는.
▲ 기업 가치는 문화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 해외로 나간 문화 콘텐츠가 사회 혹은 한국의 국력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목표는 첫째 지속적으로 해외에서 그 역할을 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아시아 1위를 넘어 전세계 1위가 되는 것이다. 시가총액도 1조에 머물게 아니라 키워나가는 노력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