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우습다 유치하다한들
나는 믿는다
영원한 영혼을, 죽음 너머 그곳을.
그렇다고 믿자.
내가 늙고
어느덧 잔디를 덮어눕고
당신이 있는 그곳에 가거든
한 번 심장이 터져라 껴안아라도 보게.
나 너무 힘들었다고 가슴팍에 파묻혀 울어라도 보게.
천국, 서덕준
눈을 감으면 네가 떠오르길래
잊어보려 한참 눈을 뜨고 있었지만
얼마도 못 가서 시린 눈을 감아버렸다.
아,
오늘도 졌구나
시야엔 또 온통 너 뿐이다.
눈싸움, 서덕준
방향등만 깜박이는
방랑한 나의 삶이여,
신호는 몇 번이고
눈꺼풀을 감았다 뜨는데
왜 나는 이렇게
현기증같은 정지선에서
하염없이
울고만 있느냐.
우울한 공회전, 서덕준
원망을 세습해주었다며
발을 구르며 울음을 쏟던 우리 엄마.
엄마.
살면서, 살아내면서
그 원망을 한 겹 한 겹 벗겨내고 보니
나는 어느덧 이만큼 자라 있고
오롯이 엄마의 사랑만 남았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서덕준
맑은 하늘이 서서히
잿빛 구름으로 멍드는 걸 보니
그는 마음이 울적해진다고 했다.
하늘은 흐리다가도 개면 그만이건만
온통 너로 멍든 내 하늘은
울적하단 말로 표현이 되려나.
멍, 서덕준
우리의 결코 짧지 않았던 추억은
한 장의 수채화였나.
하늘가 회색 장막에
밤 비 쏟아지던 날
품에 안아 기어코 지켰건만
눈물 두 어 방울만으로도 번져러빈
우리의 그 추억 한 장.
수채화, 서덕준
뻗친 가지 아래로 사과꽃이 피었을 때
난 그 향기를 잊을 수 없지
꽃 주위를 돌며 사랑을 노래했고
머리 위로 별이 뜨는 날이면
나는 잎을 덮고 잠을 청하곤 했지
꽃잎이 지던 밤,
나는 별이 진 것처럼 울었고
애꿎은 추억만 갉아먹다
번데기 속에 흉터를 남기고
나는 떠났지
꽃이 진 자리에
그가 돌아온 줄도 모르고.
사과꽃, 서덕준
네게는 찰나였을 뿐인데
나는 여생을 연신 콜록대며
너를 앓는 일이 잦았다.
환절기, 서덕준
어둠 속 행여 당신이 길을 잃을까
나의 꿈에 불을 질러 길을 밝혔다.
나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눈부신 하늘을 쳐다보는 일쯤은
포기하기로 했다.
가로등, 서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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