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원래 내가 살던 곳,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안락한 그곳에 다시 들어가 죽을때까지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곳에서 그냥 엄마인 채로 살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하고, 내 소리를 듣지도 못하고,
내가 무얼 원하는지 알지 못해도 그곳이 내겐 최고다
왜냐면, 그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니까
내 몸뚱이를 갖고 스스로 울기 시작하면서 나는 괴로워졌다
최진영 / 당신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괜찮냐고
한 번만
물어봐줘
확 울어버리게
설레다 / 아무일 없는 것처럼
나는 안다. 정보니 소통이니 재미니
저마다 트위터를 하는 이유가 있지만
우리가 야심한 밤 침대 위에서까지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이유는 외로움이다
뭘 먹었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무슨 노래를 듣고,
어떤 기분인지, 내용은 다르지만 그 함의는
'나 아직 안자고 있어요', 아직 깨어있음을 알리고 싶은거다
누군가는 내 존재를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
연애도, 트위터도, 예술도 실은 다 자기존재의 확인을 위한것이 아닌가
서울의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아마도 와이파이에 3G, 4G까지 가세해
마치 영화 <매트리스>의 녹색 코드처럼 하늘위를 촘촘하게 흐르고 있겠지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전파에 접속해 외로움을 달래는 거고
밤하늘에서 별의 낭만이 아닌 3G, 4G를 느끼는 나도 병이다
참으로 사랑도 병이고 트위터도 병이다
김지현 / 디테일 서울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은
황홀하게 나를 바라보던 너의 눈빛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임경선 / 기억해줘
그 후로 한번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대놓고 솔직하게 말해본 적도
누군가를 향해 그렇게 미친듯이 달려가본 적도 없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두통에 대비해
늘 아스피린을 갖고 다니듯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이별에 대비해
들뜨는 마음을 쿨하게 식혀주는 스프레이를 들고 다닌다
행여 누군가에게 마음을 활짝 열었다가 다칠까봐
매사에 경계하고 조심한다
성수선 /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누구에게나 기념일 같은 사람이 있다
소식이 궁금했지만 연락할 수 없었고
잘 사는 것으로 복수하고 싶었지만
복수도 단념도 못하고 있는 사람
이제 와서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특별한 날만 되면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수십분쯤 고민하게 만드는 사람
그래서 결국 이날이 지나버리기 전에
문자메세지라도 보내보자며 마음을 먹게하는 그런 사람이 있다
김신회 / 여자는 매일밤 어른이 된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의 출생에 대해
그 사람보다 '내'가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광호 / 사랑의 미래
사는 게 염증이 날 때
당신이 울지 않았으면 참 좋겠다
원구식 / 풀잎
사랑했었던 것 같아
달리 할말은 없어
박연준 / 소란
아빠는 말씀하셨다. 너무 작은 것들까지 사랑하지 말라고
작은 것들은 하도 많아서
네가 사랑한 그 많은 것들이 모두 널 울게 할테니까
나는 나쁜 아이였나 보다
난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셨음에도
나는 빨간 꼬리가 예쁜 플라망고 구피를 사랑했고
비오는날 무작정 따라왔던 하얀 강아지를 사랑했고
분홍색 끈이 예뻤던 내 여름샌들을 사랑했으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갈색 긴 머리인형을 사랑했었고
내 머리를 쓱쓱 문질러대던 아빠의 커다란 손을 사랑했었다
그래서 구피가 죽었을 때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
샌들이 낡아 버려야 했을 때
그리고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그 때마다 난 울어야 했다
아빠 말씀이 옳았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간 날 울게 만든다
피천득 / 나의 사랑하는 생활
혼자만의 이별이라고 생각했다
공간, 사람, 추억 그리고 만들어지는 현재와 내일까지도
우리는 함께였으나
수학 공식처럼 내게서 너를 뺀 부분만 채우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1차원적 기대는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가끔 생각한다
왜 내게서 단지 너를 뺐을 뿐인데
네가 있던 자리만큼이 아니라 전부 다 다시 만들어야 하는 거냐고
마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김현희 / 바람이 불어, 널 이별해
아.. 빨리 봄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