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부 한사람이 쓴게 아니고 7명의 앨범 리뷰 전문가들이 쓴것임
블루미Blooming DayDS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1일 보컬 트랙은 예쁘고 안정된 음색으로 약간의 컨트롤이 아쉬운 면이 있다. 신인의 생기로서 나쁘진 않으나, 쉴 틈 없이 채워져 있어서 다소 벅차게 들린다. '너 때문이야'의 솔직한 가요 필과 함께, 깔끔하기보다는 난삽한 인상을 주는데,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맥락에 따라서는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구성할 수 있겠다는 짐작도 간다. 다만 씨스타의 'Lovin' U'를 환기하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감상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한 기세가, 감상자로서는 맥이 빠진다. 차라리, "오구오구", "쓰담쓰담" 등의 유행어를 집요하게 끌어들이면서 걸그룹으로서는 자칫 위험해 보이는 영역까지(들어보면 안다) 건드려버리는 '흥칫뿡'이 가사와 발음, 보컬 리듬의 찰진 결합으로 오글거림과 재미를 동시에 제공해 흥미롭게 들린다. 왠지 베스티가 생각나는 듯도 하지만, 여러모로 보다 짜임새 있는 구석이 많이 보인다. 안정적인 파트 배분이나, 포인트가 잘 살아있는 안무, 잘 다듬어져 있는 보컬과 랩 등이 어쩐지 계속해서 주목하게 만든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싱글.
포미닛Act. 7큐브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1일 '싫어'가 '미쳐' 미니 7집까지 발표한 지금, 포미닛의 성장사는 두 가지 측면으로 요약된다. 하나는 "'2NE1의 아류'에서 '2NE1의 공석을 발판으로 진일보한 대체재'가 되기까지"다. 2NE1이 일렉트로니카로 담보해오던 독보적인 위치를, 포미닛은 스크릴렉스와의 협업을 통해 완전히 빼앗아온다. 그와 동시에 언젠가부터 2NE1이 그다지 신경쓰지 않던 '걸크러시'로서의 비주얼적 어필까지 더해, 결과적으로 어떤 '역전극'을 만들어낸다. 두 번째 측면은 "현아 원톱 그룹에서 5인조 걸스 힙합 그룹으로 거듭나기까지"다. '미쳐'에서 수시로 텐션을 고조시켰다가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면서 숨 가쁘게 달렸던 것과 달리, '싫어'는 후렴에 거의 모든 것이 올인 된 노래다. 특히 후렴 부분의 사운드에는 완전히 압도되어서 'pick!'을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후렴의 무게에 전복되지 않게끔 무척 영리하게 설계된 노래이기도 한데, 다섯 멤버 모두가 각자 충분히 고르게 집중되도록 한다. 이를 통해 5명 멤버 각각에다 후렴 부분의 단체 파트까지 총 6가지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미쳐'에서 약점을 보였던 남지현마저도 '싫어'에서는 절 후반부 파트를 충분히 소화해내고, 다크호스로 떠오른 권소현은 자기 파트에서만큼은 원톱으로서 완벽하게 역할을 해낸다. 나머지 네 명이 절대로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았던 현아의 끼를 결국엔 다섯 명이 균일하게 나눠 가져 시너지를 내는 것을 보니, 이제 정말 재밌는 게 시작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근래에 나온 아이돌 음반들 중 가장 재밌게 들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미닛의 "Act. 7"에 대해 무작정 긍정적인 평을 하긴 힘들 것 같다. 꽤나 많은 아이돌이, 'EDM'이 아닌 사운드클라우드에서나 겨우 접할 법한 전자음악을 시도해왔으나, 이 정도로 노골적으로 뼈대를 뜯어와 포미닛의 목소리만 덜렁 입혀놓다니 어떤 의미론 대범하고 야심찬 EP가 아닐 수 없다. (타이틀 곡 '싫어(Hate)'를 제외한 나머지 곡들이 그렇다. 타이틀 곡을 따로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스크릴렉스의 머리에 포미닛의 몸통을 붙여놓은 것만도 못한 괴상하고 허망한 트랙이기 때문이다.) 괜찮다 싶으면 맥락 따위 신경 쓰지 않고 가져와 얼렁뚱땅 케이팝이라고 우기는 그 기세와 근본 없음에 유쾌한 기분이 되었다. 어차피 엄밀히 말해 새로운 음악은 만들어내기 힘든 시대가 되었고 이런 식의 전유 또한 충분히 미적 성취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이 트랙들이 원본으로 삼는 그 전자음악들조차 이미 같은 방법론에 의해 완성된 것이고, 포미닛의 곡들은 결국 흉내 낸 것을 더 어설프게 흉내 내는 우스꽝스러운 결과에 그치고 말았다
위너EXIT: EYG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1일 위너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승자이자 (데뷔앨범 한 장으로) 가요계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건 대중-프렌들리한 음악 안에서도 각 멤버의 개성은 확실히 살린 신의 밸런스 덕분이었다. 안타깝게도, 오랜만에 발표한 새 앨범 "EXIT:E"는 그 절묘한 밸런스가 상당 부분 무너져 있다. 편안하다 못해 주저앉아 버린 듯한 노래들은 딱히 잡히는 곳 없이 미끈거리며 귓가를 스쳐 지나가고, 멤버들은 앨범 내내 위너를 연기하는 위너처럼 보인다. 1년 6개월이라는 공백기, 멤버들을 둘러싼 구설수, 같은 기획사 후속그룹의 생각보다 빨랐던 데뷔까지. 쉽게 웃어넘기기 힘든 우여곡절이 한 점이 되어 터지지 못한 후폭풍을 "X"와 "I", "T"로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궁금하다. 블루스와 모던록, 그리고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들로 채워 넣은 미니앨범이지만 음악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역시 YG라 할 정도로 흠잡을 데 없다. 게다가 앨범 전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인 정서의 흐름을 보인다는 점도 완성도의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그러나 기호의 측면에서 위너의 곡들 모두 낮에 듣기엔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다. 술에 취한 밤에 어울릴 만한 곡들이다. 이런 정서는 실은 돌아보면 YG의 릴리즈 대부분에 녹아있다. 빅뱅과 아이콘, 그리고 위너의 곡들이 정서적인 오버랩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그것은 '취중진담'으로 전달하려는 어떤 진솔함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돌이 가져야 할 패셔너블한 모습과는 연관 짓기 어렵다. 청춘의 화려함과 그 이면의 잠 못들고 술취한 밤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뮤직비디오는, 어떤 면에서는 YG의 스테레오타입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가능하면 조만간 별도의 리뷰를 쓰고 싶다. 소속사의 다른 아티스트들과 비교하여 단정하다는 인상이 있는 위너가, 이번 음반에선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노린다. 간혹 우악스럽기엔 너무 고운 목소리란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듣다 보면 나름의 매력이 되기도 한다. 음반의 흥청망청한 전반부는 아무래도 빅뱅이 보여준 명쾌한 흥이나 날카로운 광기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데, 위너만의 색을 모색하는 과정이 느껴지는 점이 긍정적이고, 어쨌든 앞뒤가 어긋나지 않는 그 나름의 완결성을 갖는다. 하지만 이 음반에서 진정 위너의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것은 '좋더라'의 맑은 공기와 말끔한 서정이란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철없는 것이 미덕일 수 있다면, 점잖은 것도 충분히 미덕이다. 데뷔 때부터 일관되게 선보이는 '마이너 팝'인 'BABY BABY', '센치해', 강승윤의 솔로 곡이라 해도 상관없을 '철없어'까지 위너란 그룹의 정체성은 조로(早老)인가 싶을 정도로 무리하지 않는 곡들이 이어진다. 오히려 태현 솔로곡 '좋더라'가 제일 인상 깊다. 차라리 발라드를 밀고 나가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앨범 제목을 보아하니 빅뱅의 "MADE"처럼 여러 장의 미니앨범을 내고 그를 한데 묶어 정규반을 낼 계획인 것 같은데 일단 "E"만 들어서는 이어질 "X", "I", "T"에 대한 기대감을 그리 높게 잡지는 못할 것 같다.
블랙퀸놀자모아이 사운드2016년 2월 3일 그룹 네이밍이 대체 무슨 생각일까 싶긴 하지만, 음악은 의외로 야심이 가득하다. 동요를 차용하고, 감성적인 파트를 삽입하고, 단순한 멜로디의 유니슨으로 외치며 기세를 몰아붙이다가, 과격한 템포 변화를 시도하고, 보컬 트랙은 적극적인 연기를 하여 변화를 주는 등, 케이팝의 역사에서 가장 강렬하게 두드러진 요소들을 이어붙였다. (취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심지어 그 상당수가 제법 설득력 있다. 아쉬운 것은 보컬 디렉팅이 적극적이고 때로 귀에 띄는 순간을 만들기는 함에도 보다 큰 그림에서 적확하게 이뤄지진 못했다는 인상이 남는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전체적인 사운드가 납작하고 다이내믹의 음악적 컨트롤이 섬세하지 못해, 작곡상의 야심을 거의 살려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간만에 듣는 격하고 과감한 트랙이라 아쉬움이 더욱 크다.
태연RainSM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3일 한 기획사가 한 해 동안 매주 한 곡씩 새로운 노래를 내놓는다. 아무리 (대) SM 엔터테인먼트라고 해도 다소 무모해 보이는 이 기획의 첫 주인공이 소녀시대의 태연이라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론이다. 소녀시대의 메인 보컬이라는 위치와 'SM 공무원'이라는 농담처럼 보장된 결과물, 지난해 솔로 활동으로 남긴 각종 인상적인 기록들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장기 프로젝트의 첫 스타트로 그녀만한 인물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 쓰는' 태연이 부르는 두 곡의 팝 발라드 넘버는 이 프로젝트가 진행될 앞으로의 1년이 무탈하리라는 행운의 부적과도 같은 울림을 전한다. 매니아와 대중 모두를 폭넓게 커버할 수 있는 정통 보컬로서 태연이 내놓은 'Rain'은 솔로 데뷔곡인 'I'처럼 강한 선언은 아니지만 촉촉하게 스며든다. 곡 분위기에 맞는 물기 있고 잔잔한 사운드와 힘찬 코러스 사이의 전환은 마치 흐르는 물과 같고, 보컬 역량은 전혀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딱 이상적인 형태의, 부담 없고 폭넓게 사랑받을 수 있는 좋은 팝이다. 한편 B사이드의 'Secret'은 정제되고 침잠하는 분위기로 조금 더 깊은 정서를 전한다. 태연의 보컬을 더 차분하고 깊게 느껴보고 싶은 이에게는 충분한 선물이 될 만하다. 'Rain'의 계절감이 약간 묘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비를 소재로 한 밝은 곡은 보통 봄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분명 내용은 추억과 아픔, 그리움이지만 에너제틱한 구성과 편곡 속에서 달콤한 사랑의 기분으로 균형점을 찾는다. 그런 일종의 중립성이 세련미를 더해 이 곡을 더 우아한 '팝'으로 듣게 한다. 호소력과 폭발력을 갖고 있지만 감성을 과장하기보다는 목소리와 노래하는 자세를 분리하여 침착하게 소화할 줄 아는 것은 보컬리스트로서 태연의 큰 강점이자 품위일 것이다. '비밀'을 포함해, 전작 'I'보다 보컬의 디테일이 두드러지면서 '노래'를 듣는 재미도 더한다.
앤씨아U in me제이제이홀릭 미디어2016년 2월 5일 깜찍하고 방정맞은 이미지에 주력하던 앤씨아의 슬로 넘버. 개인적으로 체감할 기회는 그리 없으나 나름 초통령의 칭호를 받은 바도 있다고 하지만, 조금은 노선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묵직한 비트와 서글픈 정서에 다소 금속성이 섞인 보이스가 한 안으로서 납득은 간다. 그러나 '나도 눈물이 있어요'라는 듯이 들이미는 방식이 다소 촌스러울 수 있는 점을 차치하고도, 굳이 단순히 낡은 분위기의 가요 R&B를 선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음색의 매력이든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캐릭터든, 앤씨아는 이것보다는 참신한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VXOMG제이제이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11일 보컬들이 전형적인 미성의 아이돌 보컬인지라, 'OMG'에서는 EDM과 어울리지 못하고 그대로 음악 소리에 묻혀버린다. 차라리 커플링 곡 'Sunshine'이 더 잘 어울리는 듯하지만, 아직 곡을 제대로 리드하고 소화해낸다기보다는 겨우 불러낸 듯한 인상이 있다. 이런 앨범이라면 누가 듣더라도 다음을 기대하게 되진 않을 듯하다.
김재중No.X씨제스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12일 김재중이 지금까지 내놓은 솔로 작업들에 대한 아쉬움은 다른 아이돌 가수들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제대로 된 출발선조차 찾지 못한 수많은 이들 사이, 스스로의 색깔에 대한 자각은 명확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풀어내야 하는지를 찾지 못해 오히려 눈에 띄었다고 할까.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No.X"는 전작 "WWW"에 비해 훨씬 많은 부분에서 마음이 놓이는 앨범이다. 여전히 같은 바운더리 안의 음악을 다루고 있지만 비로소 '힘 조절'이 가능해졌다는 인상을 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대부분 뮤지션 스스로의 성장과 함께 프로듀서와의 좋은 호흡에서 기인하게 마련인데, 흑인 음악 뮤지션들과의 교류가 잦았던 작곡가 태완과의 합이 앨범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타이틀 곡 외 제이록을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Good Luck'을, 보컬 김재중의 색다른 면모를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마지막 곡 'Run Away'를 권한다. 그룹 활동을 할 때도 김재중은 솔로 무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록 넘버를 자주 선보이곤 했다. 앨범 전체가 90년대 제이록의 향수로 가득 차있다. '김재중이 더 트랙스로 데뷔했었던가...?'하고 얼핏 헷갈릴 정도로 이젠 이런 음악이 자기 옷 같다. 전체적으로 진보적인 사운드보다는 지금의 20-30대가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 시절 들었을 법한 철지난 톤으로 채웠다. 중간중간 들어간 슬로우넘버들은 배치를 좀 더 신경 쓰면 좋았을 뻔했다. 타이틀을 제외한 추천곡은 인트로의 기타가 캐치한 5번 트랙 'Good Luck'.
AOA크림질투 나요 BabyFNC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12일 영어 제목이 "I'm Jelly Baby"인데, '질투 나는'이란 의미의 구어인 'jelly'가 유닛 명인 '크림'과 맞아 떨어진다. 사람에 따라 이제는 조금 식상할 수도 있는 디저트 계통의 '여성성'이 다방면으로 강조되는데, 비디오의 색감과 안무 등을 곁들여 보면 미각보다는 촉각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 AOA의 '짧은 치마'가 보여준 섹스어필 역시 지퍼를 열어 다리를 보여준다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와 손길이 그 핵심이었던 것을 생각하게 한다. 혹시 FNC는 자신들의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흥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광고 속 설현처럼 만지고 소유하고자 하는 ("떼어가고 싶다") 욕망을 자극하며 난폭하게 소비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음악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 안타깝게도 '3인조 걸그룹 유닛'이라는 장르는 이제 너무나 식상해진 문법이 되었다. '질투 나요 BABY'에서 소녀시대-태티서와 오렌지캬라멜이 이미 사용했던 전략을 빼고 나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무게감이 생겨버린 완전체 그룹과의 차별화를 위해 가져온 경쾌하고 가벼운 무드와 여성성을 한껏 강조한 반짝이는 액세서리들, 화려한 색감의 공간, 서브 컬처와의 접점을 만드는 '요술봉'의 등장, 이성과의 관계보다는 소녀들끼리의 케미를 강조한 스토리 등, 굳이 AOA 크림이 아니어도 됐을 것들로만 가득 차있다. 특히 막내 찬미는 제쳐놓더라도, 기존의 AOA에서 성숙미를 담당하던 혜정과 유나가 참여한 유닛 활동이 왜 이런 콘셉트로 나와야만 했는지 의문이 생길 뿐이다.
조권횡단보도JYP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15일 유재하에게서 시작된 현대의 한국형 발라드는 90년대를 거치며 배리에이션을 마쳐 하나의 형태로 정리되었다. 충직하게 짚으면서 선적인 흐름을 보이는 피아노, 기승전결의 구조와 질감, 보이싱의 활용 등 모든 면에서 '횡단보도'는 그런 발라드의 요건을 만족하고, 또한 이를 완성도 있게 구사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이 곡의 곳곳에서 JYP 엔터테인먼트산 비-발라드 곡들의 익숙한 멜로디 패턴이 들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라져버렸을까봐 겁이 나서 겁이 나서"를 화창한 하우스 풍으로 준케이, 혹은 김태우(!)가 부른다고 상상해 보자.) 그런 곡을 써낸 것이 에스나라는 것 역시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JYP는 '발라드 명가'의 타이틀을 달아도 좋을 레이블이라고 생각한다. 화려한 퍼포먼스의 댄스 그룹들이 크게 히트했던 이력이 있지만, JYP의 발라드 작법은 확실히 탄탄한 데가 있고, 그것이 이번 조권 싱글에 와서 증명되었다고 본다. 타이틀곡 '횡단보도'에서는 미성에 담백한 창법을 사용하는 조권의 보컬을 유려하게 쓰인 피아노 멜로디가 든든히 받쳐주고, 최소한으로 절제된 오케스트라 편곡은 감성을 촌스럽게 토해내기보다는 담담하게 읊조리는 조권의 목소리가 더욱 부각되도록 돕고 있으며, 심지어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애절하게 외치는 보컬의 뒤편으로 잠시 물러나는 미덕까지 보인다. 수록곡인 '괜찮아요'와 'flutter'도 오랫동안 찾아서 들을 것만 같은 매력적인 트랙들로, 일청을 권한다. 싱글인 것이 아쉬울 정도
레인보우PrismDSP 미디어2016년 2월 15일 레인보우의 네 번째 미니앨범 "Prism"은 의외의 통쾌함으로 가득하다. 20대 중반을 넘어선 걸그룹에게 남은 카드는 섹시뿐이라는 뻔한 시선, '좀처럼 뜨지 않는 그룹' 타이틀 7년 차에 느껴질 법한 삶의 피로 모두에게서 놀라울 정도로 멀리 위치한 앨범은, 예쁘고 건강한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생의 에너지를 쉴 새 없이 내뿜는다. 그 모두를 응축한 타이틀 'Whoo!'도 좋지만, ZigZag Note와 함께한 'Black & White'는 일정 수준 이상의 커리어를 채운 걸그룹만이 보여줄 수 있는 노련미까지 더하며 그녀들의 미래를 조금 더 기대해보고 싶게 만든다. 레인보우의 시그니처라 하면 'DSP 아이돌다운 예쁨'과 '예능을 비롯한 여러 채널에서 보여준 활기참,' 그리고 'A'로 대표되는 로킹한 사운드일 것이다. 다만 그걸 다 모아 무대로 구현해내는 데엔 늘 한 끗이 부족했다. 이런 것을 어설프지 않게 올리려면 모쪼록 신경 쓸 것이 많은데, 'Sunshine' 같은 경우 '예쁘고 재밌긴 한데 자기들만 재밌는 것 같다...' 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레인보우는 "Prism"으로 그 아쉬움들을 한 번에 날린다. 언제나처럼 예쁘고 발랄하면서, 어벤전승과 함께 한 'Whoo!'의 레트로한 록 느낌이 'A'의 좋은 기억들을 불러온다. 뮤직비디오는 저예산으로 보이지만 멤버들의 7색 콘셉트를 촌스럽지 않게 잘 활용했다. "Rainbow, ahh" 하는 부분에선 20세기 TV쇼의 오프닝 같은 기대감을 줘서, 마치 레인보우의 새로운 데뷔곡처럼 들린다. 앨범의 전 트랙을 추천하지만 'Black & White'는 넘기지 말고 꼭 들어보시라. ('Cosmic Girl'을 좋아한 사람이라면 분명 맘에 들 것이다.) 멤버 현영이 하이디란 예명으로 작사 작곡 편곡한 'Eye Contact'도 좋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계절 타이밍인데, 날이 따뜻해지면 역주행도 기대해볼 법하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레인보우 앨범의 수록곡들이 나빴던 적은 거의 없었다. 문제라면 늘 타이틀 곡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심지어는 팬들의 원성을 들었던 "INNOCENT" EP 조차도 앨범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레인보우가 '안 뜨는 것의 대명사'로서 하나의 인터넷 밈이 된 느낌도 있지만 이들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가혹한 점이 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트랙인 'Whoo!'는 그런 의미에서 레인보우 스스로에게 대한 다짐처럼 힘차고 새롭다. 이성을 향한 손짓이나 성적인 함의를 걷어내고 뮤직비디오는 철저히 이들의 색깔에 집중한다. 검은색과 일곱 색깔의 대조, 암흑 속에서 프리즘을 통과하는 한 줄기 빛이 일곱 색깔의 스펙트럼을 내뿜는 이미지는 역설적으로 레인보우가 잃었던 진짜 색깔을 찾고 싶다는 다짐으로 보여진다. 'Whoo!' - 'Black & White' - 'Click!'으로 이어지는 청량하고 폭발적인 에너지는 케이팝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것이 레인보우의 흥행의 문제점일까. 과거 레인보우의 음반 수록곡들은 대체로 에너제틱하면서 화려하고 상쾌하여 무척이나 매력적인 동시에 레인보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타이틀 곡으로서의 성격을 갖기 어려운 트랙들이었다. 'Whoo!'는 이를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보완해내고 있는 듯하다. 레인보우의 전무후무한 히트곡이었던 'A'에서 많은 요소를 샘플링하듯 가져왔지만 그것이 새로운 맥락 속에서 설득력 있게 결합된다. 유난히 멋지게 들리는 다음 곡 'Black & White'과 비교해 보면, 거의 동일한 기조를 보다 타이틀곡스럽게 다잡은 것이 'Whoo!'임을 알 수 있다. '우린 예쁘니까 그거면 됐어'라는 듯한 뮤직비디오도 명쾌하면서 자존감 있는 자세로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무게를 잡아야만 '성숙'을 표현할 수 있는 듯한 씬 환경에서, 연륜으로 뒷받침되는 상쾌함을 보여주는 곡인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브레이브걸스변했어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16일 2013년 이후 명맥이 끊긴 줄만 알았던 브레이브걸스가 대대적인 멤버 개편을 거쳐 컴백했다. 힙합 비트의 곡에 스포티하게 입은 스타일이 잘 어울린다. 오랜 공백이 있었음에도 공백이란 느낌보다는 새로운 얼굴이 많아서 그런지 신선한 시작이란 인상이 강하다. 국내도 국내지만 해외 케이팝 매체 프로모션에 힘을 빡 준 걸로 봐서 이번엔 해외 리스너 타기팅에 좀 더 신경 쓸 것인가, 하고 추측해본다. 요즘 용감한 형제는 열심히 팔레트를 확장하고 있는 듯하다. 딥하우스의 질감과 트랩의 요소를 결합한 '변했어' 역시 "용감한 형제가 이런 것도 하는군?"하는 즐거운 놀람을 안긴다. 꽤나 신선한 접근인데, 편곡의 중심을 차지하는 묵직한 피아노와 그런대로 가요적인 멜로디 라인이 이 곡을 지나치게 낯설어지지 않도록 막아서준다. 오디오로 들을 때 더 기분 좋은데, 아슬아슬하게 산만한 구석이 있어 아무래도 집중도가 높은 환경이 듣기 좋다. 뮤직비디오는 멤버들의 굴곡 외에 딱히 뭘 보여주고 싶은 건지 불분명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SS301Eternal 5씨아이 ENT2016년 2월 16일 입시생의 적 '암욜맨'이 양심 있게 수능을 넘기고 신학기 즈음에 돌아왔다! 'U R Man'으로 나왔을 때는 서브유닛이더라도 SS501이란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팬들끼리만 농담으로 "삼공일"이라고 부르곤 했는데, 이제는 아예 SS301로 앨범을 냈다. 미묘한 변화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다. 곡의 형식이 'U R Man'과 너무도 판박이이다. 한상원의 이름을 보는 것도 꽤 오랜만이다. 유머러스한 발음인데 본인은 웃지도 않는 김형준의 랩부터 셋이 돌아가며 부르다 갑자기 뚝 끊듯 허영생이 짧게 터뜨리는 브리지, 재킷을 벗는 안무까지, 자기 곡을 자기가 패러디한 듯한 느낌마저 있다. 'U R Man'이라 표기하고 "Your Man"이라고 읽던 콩글리시까지 "I'm in pain"도 "I'm so painful"도 아닌 "I'm so pain"으로 이어진다. 그때도 그 독특함이 멤버들의 아이돌스러운 적당한 뻔뻔함과 버무려져 밈(Meme)화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이 아이돌스러움은 유효한데, 이들이 이제 모두 30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새삼 놀랍고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예나 지금이나 SS501 멤버들의 매력이란 '아이돌이 이 정도면 됐지'하게 되는 그 설득력에 있다. 전곡 뮤직비디오 공개와 한껏 각 잡힌 퍼포먼스, 그리고 의외로 완성도를 잘 갖추고 있는 앨범이 외려 당황스러울 정도로, SS501은 원래 '쉽게 가는' 아이돌이었다. 그런 입장에서 그들의 최고 히트곡이었던 'U R Man'의 쌍둥이 곡을 통해 유닛의 정체성을 아예 '암욜맨'으로 잡은 것은 분명 쉽지만 강력한 카드로 보인다. 보이그룹들이 불타는 연말 이후로 잠시 휴지기를 갖고 있을 때 등장해 주목을 끈 것도 현명해 보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현역 보이그룹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건재한 이들의 '아이돌력'이다. 7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이들의 여전한 '아이돌미'는 SS501 전성기에 '4 Chance'로 활동할 때 입었던 롱코트를 다시 입음으로써 강렬한 이미지로 부각되었다. 비록 멤버 한 명이 아이돌성을 잃고 말았지만, 어쨌든 남은 아이돌은 아이돌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이 팀의 운명이란 처음부터 '5'보다는 '01'에 강조점이 찍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뉴이스트Q is.플레디스2016년 2월 17일 2012년 데뷔 이후 발표한 앨범만 10장. 뭘 해도 중간은 갔지만 그 이상 내세울 뾰족한 카드는 없었던 뉴이스트가 드디어 자신들이 설 곳을 찾았다. 김강원의 순정만화 여왕의 기사〉 원작을 바탕으로 꾸린 탄탄한 세계관을 통해 자신들만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낸 이들은, 빅스 이후 잠잠하던 '오버-컨셉츄얼 보이 그룹'의 명맥을 이으며 분연히 일어섰다. 이 낯선 풍경에, 지난해 세븐틴과의 작업으로 모종의 '감'을 잡은 계범주를 중심으로 한 프로듀서진들의 세련된 어번팝 넘버들이 파도처럼 쏟아진다.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다 '여왕의 기사'라는 제목은 당장 책 한 권을 써낼 수 있을 정도로 해묵은 이미지와 콘셉트일지도 모르겠지만, 실제 인물로 시각화되고 음악으로 덮여지는 순간 그 파괴력은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최근 여러 케이스로 확인했다. 그러나 이런 피상적인 공식을 떠나서 뉴이스트의 신보 "Q is."에 실린 노래들은 매우 좋다. 첫 곡 '나의 천국'이 '이야기의 시작'으로서의 나른하게 도입되어 EDM적으로 바뀌는 지점, '여왕의 기사'의 현대적 편곡이 비장미를 너무 우스꽝스럽게 만들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들고, '티격태격'의 리드믹하며 밝은 느낌도 아이돌적이다. 앨범 전체적으로 크게 궤도를 벗어나는 지점이 없이 좋은 팝을 지켜나가고 있다는 점이 더할 나위없이 좋다. 한동안 그 맥이 끊겼던 동방신기 풍의 비장미와 콘셉트가 다시 등장했고 그 그룹이 뉴이스트라는 점은 그닥 놀랍지 않다. 그간 몇 번의 시행착오('잠꼬대'가 가장 대표적이다)를 거쳐 제대로 된 그룹의 콘셉트와 방향을 잡은 모습이고, 다행인 점은 그것이 그룹에 꽤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계범주는 그런 뉴이스트를 뒷받침해 줄 최선의 음악적 선택이었을 테고 그의 장기라 할 수 있는 R&B 트랙을 타이틀곡으로 낙점 지으며 일종의 '계범주 효과'를 최대한 살리려 한다. (여담이지만 계범주는 플레디스의 다른 보이그룹 세븐틴 음반에도 참여했는데, 플레디스 아이돌과 궁합이 좋을 것일까.) 타이틀곡 '여왕의 기사'는 케이팝계에 오랜만에 등장한 정통파 R&B 곡이지만 몇 가지 장치들을 추가하여 세련된 사운드를 획득한다. 후렴구가 특히 그러한데, 풋워크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하이햇 리듬이라든가 사용한 가상악기의 종류 등이 최신의 전자음악 경향을 확실히 반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멤버들의 보컬이 시원하게 뻗어 나감과 동시에 마치 세밀하게 저며낸 듯한 코러스 화음이 한데 엉겨 공간을 빡빡하게 메워나간다. 상당히 복잡하게 중첩되는 소리 요소들을 균형 있게 배치해 놓은 것도 인상적이다. 한동안 뉴이스트가 주춤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유행과 타협하려기보다는 본인들의 색을 뚜렷히 하려는 곡과 앨범이 반갑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리온파이브My Way나르다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18일
위압적인 공기와 숨 가쁜 긴장감을 노린 것 같지만 분위기가 영 따라와 주질 못한다. 흐름은 나쁘지 않지만 끝없이 에너지가 새어나간다. 보컬 자체의 약점일까 생각하다 리믹스 트랙을 들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같은 소스와 같은 멜로디인데 (당연한 말이지만) 믹스만으로 이렇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리믹스 트랙이 비록 가요-케이팝으로서의 질감과는 거리가 있지만, 타이틀 트랙과의 퀄리티 차이는 그러한 특성에서 비롯된 것도 절대 아니다. 더이상 소규모 아이돌의 곡에 보컬 실력 탓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영진, D.O.Tell Me (What Is Love)SM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19일 SM의 시그니처 보이스, 그리고 프로듀서로서 유영진은 어쩌면 SM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프로듀서 이전의 R&B 가수 유영진은 한국에 슬로우잼을 처음으로 가져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마일스톤들을 생각하면 '유영진의 뮤즈'라는 타이틀은 SM의 정통성을 자연스럽게 부여받는 위치일지도 모르겠다. 엑소의 첫 릴리즈였던 'What Is Love'가 유영진표 슬로우잼이었다는 점에서 메인 보컬로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백현과 디오가 처음부터 어떤 의미를 부여받았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그런 의미를 생각해보면 유영진과 디오의 콜라보레이션은 음악 그 자체보다는 이런 배경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유영진표 슬로우잼은 이미 식상하기 이를 데 없지만, 유영진을 복제해서 유영진과 함께 작업한다는 것이 주는 무게감은 크다.
에이플(APL)이러다 죽겠어담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19일 제목에서 긴장한 것에 비해서는 나긋나긋한 곡이다. 트렌드와는 별 상관없지만 트랙이 자아내는 공기는 그런대로 탄성 있는 비트와 양념이 돼주는 베이스 덕분에 부드럽게 흐른다. 그것이 차별점이 될 수도 있었겠으나, 곡 자체의 중심이 확고하게 잡히지 못해 효과는 좀처럼 거두지 못한다. 보컬과 랩의 질감이나 완성도가 빈틈을 보이기도 하지만, 후렴에서만이라도 포인트를 짚어주는 작곡상의 안배가 아쉽다.
식스밤10년만 기다려 베이베 페이스메이커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19일 식스밤의 '10년만 기다려 베이베'는 모든 면에서 어떤 코멘트조차 하고 싶지 않은 곡이다. 좋지 않은 것에는 언급조차 필요 없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능력상, 혹은 생업을 이유로 리뷰를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곡과 앨범들 중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정말 좋으니 꼭 들어보시라"는 말 한마디라도 더하고 싶은 것들도 무척 많다. 그 두 가지의 구분은 분명히 했으면 한다. 전작은 뮤직비디오 없이 전원의 하의가 레깅스였는데, 이번에는... (중략) 아무튼 그 어설픔 때문에 더욱 충격적이지만, 의상만을 논할 작품은 아니다. 혹은 아닐 수도 있었다. 2012년에 발매된 남성 곡을 보컬만 새로 녹음했는데, '성공할 테니 기다리라'는 내용을 매우 속물적인 코드로 그려낸 원곡이 성 반전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효과 역시 어느 정도는 감안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물론 원곡의 장렬한 저렴함이 의미부여를 적극적으로 막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곡의 진정한 실패는 의상의 '막장성'이 아니라, 이를 포함한 다방면의 막무가내가 아무런 의미도 없이 네 명의 인간을 '소시지' 정도로 단숨에 소비해버렸다는 점이다.
사이다It's You담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22일 지난 10월에 발매되었던 동명 그룹의 같은 제목이 있었다 싶었는데 정말로 같은 곡이었다. 커버아트와 소속사가 바뀌면서 과거의 음반이 음원 사이트에서 사라졌는데, 혹시 재편곡이 있었나 싶어 비교해 보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도입부에 전 소속사 이름("투엘")이 그대로 나온다는 점이 재미있다. 곡에 대한 평은 이전의 평으로 대신해도 될 것 같다. 'It's You'는 다소 유행이 지난 듯한 느낌을 주는 북유럽풍의 몽환적인 댄스곡으로, 음원상 크게 인상적인 부분은 없고 가사도 제목에 부합하는 정도의 평이한 내용이다. 다만 커버에 비친 멤버들의 모습은 인상적으로, (과한 포샵을 거친 것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서) 어서 실물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커버 사진 보고 호감이 들기는 또 처음이로세...
B.A.PCarnivalTS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22일 B.A.P는 다소 부담스러운 인상을 줄 때가 있었는데, 이번 음반은 굉장히 밝게 연출되어 눈이 번쩍 뜨인다. 은근슬쩍 야시시한 공기가 휘감은 'Feel So Good'은 언뜻 이런 곡에 어울리기 어려울 것 같은 용국의 목소리도 잘 맞아떨어지는 것도 그렇고, 유쾌하기만 한 무드에 비해서는 꽤나 힘과 공이 들어간 트랙임을 느낄 수 있다. 'Carnival'을 포함해, 이 음반의 경쾌함은 힘을 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가 넘치는 것에서 비롯된다. 때론 다소 불량스러운 듯할 정도로, 청춘을 마음껏 즐겨대는 시원한 생동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잘 트레이닝된 신인이 그것을 해내는 경우는 좀처럼 볼 수 없다. 이것이 강렬한 분위기의 곡들로 해외에서 특히 호응을 얻으며 '실전'을 살아온 그룹의 능숙한 에너지라면, B.A.P가 정말 멋지게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 감탄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평소에 음악 전문 채널을 시청하지 않더라도 그냥 틀어놓고 지내는데, 가끔 TV를 보고 있지 않아도 귀를 굉장히 잡아당겨서 TV로 시선을 돌리게 되는 곡들이 있다. 최근에는 'Feel So Good'이 그랬다. 2절 랩 파트에서 등장하는 변칙적인 진행도 재밌고, 컬러풀하고 유쾌한 뮤직비디오도 눈길을 끌지만, 흥겨운 무드를 충분히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디자인된 보컬 파트들은 이제 꽤나 성장한 멤버들의 역량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각자의 재량으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끌고 가도록 한 듯한 인상을 준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은 타이틀조차 "Carnival"인 이 앨범을 즐겨 듣기엔 요즘의 날씨가 너무 춥다는 점이겠다. 남반구로 떠날 게 아니라면, 아직은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
아스트로Spring Up판타지오 뮤직2016년 2월 23일 분명 신인 그룹인데 그동안 꾸준히 봐온 듯한 기시감이 너무 강해서 당황스러울 정도다. '나이 어린 소년들이 부르는 경쾌한 가요'라는 기믹은 이미 틴탑이 '향수 뿌리지마'와 '긴 생머리 그녀'로 가져갔고, '만화에서 튀어나온 판타지 아이돌'은 이미 빅스도 데뷔 당시에 'Super Hero'로 써먹었던 전략이다. 심지어 멤버들의 애티튜드조차도 너무 잘 다듬어져 있는 나머지 기성 아이돌과의 이미지상에서의 차별점이 없어 신선도가 떨어진다. 실력이 출중한 아이돌일수록 참신한 기획이 더해져야 빛을 볼 수 있는데, '범우주적 아이돌'이라는 카피도 너무 식상하고, 전대물을 모티브로 한 듯한 안무 동작도 딱히 엄청 신선하지는 않다. 연습은 또 어찌나 잘 돼 있는지, 몇몇 멤버들은 안무 한 동작이 끝나기 전에 벌써 다음 동작을 하고 있기까지 하다. 분명 크게 잘못된 것은 없는데, 너무 많이 준비한 나머지 조금 부담스러운 케이스라 하겠다. 6인조 남성 아이돌 아스트로의 데뷔 EP. 타이틀 '숨바꼭질'은 근래에 접한 것들 중에서 가장 노림수가 분명한 곡이 아닌가 싶다. 아마도 (뮤직비디오의 여주인공 정도 되는) 하이틴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은데, 해당 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되는 요소들이 노래에서 쏟아져 나온다. 곡의 기조를 이루면서도 과하지 않은 '유치함'이 포인트. 꼼꼼히 들으면 들을수록 초창기의 f(x)도 그렇고, 최근의 여자친구도 그렇고 역시 첫 단추를 채울 땐 이런 안정적인 타기팅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타깃 밖에 있는 사람의 오글거림 따윈 작은 희생에 불과할 뿐...
로드보이즈비너스코코넛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23일 멤버들 중 약간 어려진 중년 윤종신 같은 음색이 들려오기 때문에 더 그런지, 토이의 예전 곡을 듣는 기분이다. 착한 듯, 감성적이면서, 밝고 신나는 곡이 취향에 맞는다면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망상인지 몰라도 아이돌 곡은 이런 걸로 메우면 될 것이라는 셈이 느껴져 뒷맛이 달갑지 않다. 토이의 '그런 곡'은 한없이 찌질한 감성을 찬란하게 표현한 아이러니가 매력이었던 것이고, 그 공식이 아이돌에게 적확한지 여부를 떠나 이 곡이 전하려 하는 해맑게 벅찬 애정 고백에서는 너무 나이브하고 밋밋하게 들린다. 이쪽은 완벽한 정공법. 타이틀 '비너스'는 2000년 전후 발표된 노래의 느낌도 나고, 그 당시 방영되던 드라마 주제가 같기도 하다. 계속 듣고 있노라니 멀끔한 외모의 남자 주인공이 허연 이를 드러내고 저 멀리서 뛰어올 것 같다. 그만, 그만... 너무 가까이 왔다. 깔끔하지만 진부한 노래였다.
태민Press ItSM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23일외모와 실력 모두 경이롭다기보다는 차라리 기이한 것이 태민이다. 한번 보면 잊어버리기가 매우 어렵지만, 비주얼을 잊고 음원만을 들었을 때 음반은 전작 "ACE"의 상당히 무거웠던 퇴폐미를 상당히 팝적으로 풀어낸다. 이는 장르 차용의 힘 없이도 (살이라곤 없는 태민의 몸처럼) 가요 색을 철저히 걷어낸 팝/록이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사운드와 곡작은 보다 트리키하고 비주얼은 사정없이 격한데, 곡 자체는 너무나 세련되게 마감된 것이 언캐니 밸리를 느끼게 하다 보니 'Guess Who' 같은 곡이 위악을 부릴 때에야 비로소 안심이 될 정도다. 앨범을 듣고 나면 'Press Your Number'는 가장 매력적이어서 선택된 것이 아니라, 듣는 이가 겁먹고 음반 청취를 포기하지 않게 하려는 선택이었으리란 망상마저 든다. 비인간적일 정도의 완벽에의 추구와 탐미주의를 팝으로 담아내면서, 동시에 바로 그 기이함이 무엇보다 태민이란 캐릭터를 담아낸다고 하는 아이돌의 문법마저 만족한다. 지금에 있어서는 이렇게까지 비현실적인 미모가 되는 것, 이렇게까지 가요를 떠나는 것,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채우는 것이 옳은가, 혹은 그럴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도 갖게 한다. 하지만 이 음반은 그런 가치판단을 모두 무력하게 한다. 그런 닥치게 하는 힘 역시 그야말로 팝이니, 대체 어디로 도망갈 수 있단 말인가. 아이돌로지가 'SM빠 집단'이라는 평을 들어도 어쩔 수가 없다. 이건 그만큼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졸작에 혹평하는 것만큼 수작에 찬사를 보내는 것 또한 비평이 맡은 일이다. SM과 이태민은 '태민'이 어떻게 해야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이미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앨범의 모든 트랙과 뮤직비디오, 무대 퍼포먼스, 앨범 아트까지도 '태민'을 어필하는 데에 철저히 집중하고 있어 듣고 보는 이들이 다른 생각을 절대 할 수 없게 만든다. 가끔 등장하는 SM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타이틀곡 말고는 들을 게 없는 앨범'의 함정 또한 빗겨갔다. 모든 트랙이 그 곡만을 위해 디자인된 퍼포먼스를 갖추고 있을 것만 같은 상상이 들 정도로 각각의 매력과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방송에서 공개된 'Drip Drop'이나 타이틀곡 'Press Your Number' 외에도, '벌써', 'Mystery Lover'와 같은 곡들은 듣는 것만으론 부족해 꼭 눈으로 보기까지 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트랙. 이 앨범이 올해 전체는 몰라도 최소한 1/4분기 최고의 앨범임은 자부할 수 있다. 포텐Jack Of All Trades정글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23일 꾸준히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있는 포텐의 첫 미니앨범. 이번엔 보다 숨 가쁜 리듬으로 달린다. 기존의 '토네이도'나 '왜 이래'가 시원하게 뻗어 나갔다고 한다면 분위기는 다소 어두워진 셈이다. 카라의 'Pandora' 같은 곡을 연상시키는, 신스가 두드러지는 업템포의 록이다. 멤버들의 보컬이 존재감이 뚜렷해서 힘있는 분위기를 잘 담아내는데, 비디오에서는 (떠오르는 다른 작품이 너무 많다는 점 외에도) 거친 연기가 썩 어울리지는 못하고, 안무 역시 곡의 강렬함을 제대로 짚어주는 것 같지 않다. 이어지는 R&B 트랙인 'OOO'가 음색의 매력은 보여주지만 다소 뻣뻣하여 곡풍의 식상함이 두드러지는 것도 아쉬운 점. 함께 수록된 기존 발표곡들은 다시 들어도 에너지 넘치고 탄탄하게 잡힌 곡들이니 한 번쯤 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레이디스코드MYST3RY일광 폴라리스, Block Berry Creative2016년 2월 24일 '예뻐 예뻐'의 가시적 성과 이후로 레이디스코드의 기획은 몇 곡이 연거푸 자가복제를 한 것이 사실이었다. 자리 잡기의 일환이란 걸 알아도 '나쁜 여자'나 'Hate You'로 기대감 갖게 했었던 초기를 생각하면 아쉬웠다. 그리고 재작년 다시 떠올리기도 힘든 그 사건 이후 조심스레 복귀를 응원하며, 이 거대한 부담을 어떻게 핸들할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돌아온 것은 "Answer"가 아닌 "Myst3ery". 또 다른 3인조 아이돌 퍼퓸이 레퍼런스인가 싶은 납작한 삼각 구도의 뮤직비디오, 앰비언트 뉘앙스를 풍기는 도입부, 고의적인 공백, 참고 참았다가 다른 악기도 아니고 재즈 베이스로 터뜨리는 마지막 후렴의 황홀함. 보컬들도 너무 훌륭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안정적인 저음과 애교 어린 말소리 같은 라인을 둘 다 훌륭하게 소화하는 주니는 가히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아직 3월 초지만, 2016년 상반기에 이보다 좋은 노래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차트 순위가 높지 않다고 해서 부디 의기소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아름답고 사려 깊은 작품을 만들어준 세 사람과 참여진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인사와 감사를 보낸다. '아이돌'이라는 장르가 다른 장르보다 매력적이며 동시에 어려운 이유는 이것이 실존 인물을 매개로 하는 탓에 인물과 캐릭터, 스토리와 내러티브가 서로 완벽히 분리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돌 개인의 성장사가 그대로 콘텐츠로서 소비되기도 하며, 아이돌의 캐릭터는 원래 그가 갖고 있던 성격에서 오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돌은 사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있다기보다는 차라리 '현실이면서 동시에 가상'인 장르다. 레이디스코드의 "MYST3RY"는 이 점을 가장 완벽하게 활용한 작품이다. 멤버 변동을 겪은 아이돌은 무수히 많았지만, 그들 대부분이 떠난 멤버를 그저 그리워하거나 아예 빌런으로 설정하기도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레이디스코드가 처했던 위기는 멤버 변동 자체를 긍정하거나 부정하기 힘든 상황부터 정리해야 했다는 점에서 역대급 난제라 할 수 있었다. 이 문제는 "MYST3RY"에서 결국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그대로 존재함을 표현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싱글에 수록된 3개 트랙 모두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보다 그저 무심하게 허공을 응시하며 흥얼대는 듯한 몽환적인 무드로 일관되어 있는 것 역시 이 주제에 완벽히 부합한다. 떠난 이들에 대한 슬픔의 표현도 아니고, 남겨진 멤버들의 건재함의 과시도 아닌, '여기 셋이 있다'. 이야기를 새로 시작하기에 얼마나 적절한 첫 문장인가. 괴로운 지난 일 이후로 거짓말처럼 다시 돌아온 레이디스코드의 신보. 사실 유사한 상황에서 컴백한 그룹들이 멤버 상실의 슬픔과 가수 활동의 의무 속에 길을 잃은 것을 몇 번 보아서인지, 별 기대감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들은 기존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느릿느릿 훵키한 비트 아래, 열두 문장이 채 안 되는 가사를 읊조린 채 몽환적인 어둠처럼 돌아왔다. 거기다 멜로디가 평자 취향인 것은 덤이다. 음울하지만 감동적인 이 결과물에는 Pick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
바바Catch MePR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25일 6인조 여성 그룹, 색깔로 멤버 구별, 다소의 엽기성 띤 복장과 안무, 힙합 소녀의 필, 적당한 어수선함이 한 곳에 뒤섞여 있으나 정돈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콘셉트 중 무엇을 밀고 나갈까 평자 입장에서도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데, 이는 힙합+엽기는 2NE1, 색깔+엽기는 크레용팝 같은 식으로 이미 선배들이 이뤄놓은 게 너무 많기 때문이리라. 인상적인 그룹이 되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필요한 듯싶다.
우주소녀Would You Like?스타쉽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25일 한국 멤버 9명과 중국 멤버 3명, 총 열두 명이나 되는 대인원의 그룹이다. 타이틀곡 'MoMoMo'는 신스로 스페이스 오페라의 배경 음악 같은 느낌을 자아내지만 멜로디 덕에 그 드라마가 솜사탕 색인 것처럼 느껴진다. 또 다른 수록곡 'Catch Me' 중 가사 "우리 중에 누가 맘에 드니"가 일단은 우주소녀의 핵심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하지만, 그건 여타의 대인원 그룹들도 모두 가져가는 기조이니 특별할 것은 없는 것 같다. 이번 회차의 가장 오묘한 음반이다. 우선 신인 걸그룹을 보면서 이렇게 기성 아이돌의 얼굴이 연상되지 않는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비디오도 곡도 어딘지 모르게 끊임없이 낯설다. 'MoMoMo'는 조금 어수선하게 들리는데, 그 자체로서도, 후렴으로의 도약 때문에도 프리코러스의 멜로디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많은 듯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요인은 프레이즈 안에서 보컬의 정보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란 점인 듯하다. 다인원의 맛을 살리려는 의도일까 싶지만 대체로 걸그룹은 보이그룹처럼 사방에서 쉴새 없이 때려대기보다는 명쾌함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아무래도 낯설게 다가온다. 수록곡들의 면면을 보면 'Take My Breath'가 'MoMoMo'의 비비드한 기조를 잇고 'Tick-Tock'이 보다 익숙한 걸그룹 팝을 구사하는 한편, 보컬을 과감하게 지워버리고 트랩 사운드를 꽤 과격하게 도입하는 'Catch Me'도 있다. 이 기획이 새로운 형태의 걸그룹을 모색하는지, 다른 취향을 노리는 것인지, 혹은 다소 정돈이 덜 된 것인지 판단하는 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간만에 보는 직설적인 그룹명. "뭐 이리 많아" 소리가 절로 나오는 멤버수(총 12명). 근래 보기 힘들었던 소녀시대 워너비의 그룹 구성 등, 다소 진부하지만 공이 많이 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우주소녀의 미니앨범. 걸그룹 매니아를 위한 일종의 선물 꾸러미로 보면 틀림없으되, 구석구석의 디테일이 기성품처럼 매끈하다. 미니앨범의 구성이라 수록곡도 무려 일곱 곡이나 되니 일청을 권한다.
마마무MeltingRBW2016년 2월 26일
마마무가 데뷔할 때만 해도 레트로 콘셉트는 너무 흔해서, '또 복고 하는 걸그룹이 나왔네...' 했었다. 웬만한 걸그룹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한 번씩은 하고 가는 그 콘셉트를 마마무는 아직도 뚝심 있게 계속 밀고 나가는 점이 인상적이다. 스타일링도 점점 더 멋있어지고. ('넌 is 뭔들' 뮤직비디오의 부츠컷 진에 힐이 너무 예쁘다! 뽐뿌 온다!) 하지만 사실 마마무의 진짜 매력은 예의 콘셉트 자체보다는 위트와 무대를 너무 좋아하는 그들의 애티튜드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니까 다른 콘셉트를 택해도 본인들이 좋아한다면 분명 멋지게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꼭 거기에만 갇힐 필요는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마마무의 빅밴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Cat Fight'를, 90년대 R&B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Just'를, 요즘 듣기 좋은 케이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기고 피처링의 'Friday Night'를 추천한다.
타이틀곡 '넌 is 뭔들'은 '마마무' 했을 때 으레 떠오르는 그 사운드와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전히 흥겹고, 여전히 유쾌하며, 여전히 후렴은 하모닉하고, 여전히 브라스 사운드는 트랙을 가득 채운다. 마마무는 이것보다 더 신선하고 재미있는 걸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규 앨범에 와서까지 이전 싱글과 EP에서 했던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을 선보임은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겠다.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걸크러시' 어필도 이쯤에서 방향성을 한 번 더 고려해 봄이 좋지 않을지. 다음 작품은 실험적인 싱글이길 바라본다.
CLCRefresh큐브 엔터테인먼트2016년 2월 29일
앙증맞고 유쾌하게 수시로 시선을 빼앗아 가는 비트 위의 소녀들, '예뻐지게'는 기분 좋은 어프로치다. 악기들이 까불까불하면서 각자의 존재감이 또렷한 것 역시 듣기 좋다. 곡의 구성이 조금 정신없지만 그 자체로 큰 약점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다만 CLC의 캐릭터를 확고하게 전달하기보다는 이것저것 간을 보는 듯한 바람에 적당히 경쾌한 중소규모 아이돌과 대형 기획사 사이의 어딘가로 애매하게 자리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각자 나름의 영역이 선명한 수록곡들이 더 인상적으로 들린다. 'Refresh'는 사근사근하면서도 CLC 특유의 약간 광고 음악 같은 기믹이 즐겁고, 'Yaya (Say bye to solo)'는 통통 튀는 베이스와 가볍디가벼운 신스 브라스가 80년대 느낌을 물씬 내면서도 시끌벅적한 생동감을 담았다. '오빠친구'는 매우 '걸그룹스러운' 후렴의 앞뒤로 나름의 스타일리시를 노리기도 한다. 타이틀곡 재목이 '예뻐지게'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활동에서도 좀 더 색이 분명해지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http://idology.kr/6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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