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 | 김지혜기자] "배우의 기본은 발성과 발음이야. 하지만 요즘 배우들은 기본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를 하겠다고 해. 자질 부족한 연기자의 등장은 시청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지"
중견배우 이순재는 과거 인터뷰에서 좋은 배우의 첫번째 기준으로 '연기력'으로 꼽으면서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말한 연기 기본기라 함은 '발성'과 '발음'이다. 대사로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는 배우에게 있어 발성과 발음은 시청자들과 배우가 소통할 수 있는 언어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때 아닌 발음 논란에 아이돌 스타들이 울고 있다. 외모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스타지만 입만 열었다하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발음과 발성에 치명적인 문제점을 드러내 연기자의 자질까지 의심받고 있다.
발음 논란의 중심에 선 연기자들은 대부분은 가수 출신 연기자. 기본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섣불리 브라운관으로 진출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는 평가다. 또 연기자 변신 후 자기 개발에 미흡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불거지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발음에 발목 잡힌 스타들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 "발음에 발목 잡힌 스타, 누구?"
최근 안방극장에 나란히 모습을 보이고 있는 3명의 신세대 스타들이 아슬아슬한 연기로 시청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연기자는 KBS-2TV '아가씨를 부탁해(이하 아부해)'의 윤은혜와 SBS-TV드라마 '태양을 삼켜라(이하 태삼)'의 성유리, MBC-TV '맨땅에 헤딩(이하 맨딩)'의 정윤호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발음이다. 부정확한 발음으로 인해 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 대사 전달이 안되면서 이야기의 흐름, 감정 몰입을 방해하기 일쑤다.
'아부해'의 윤은혜의 경우 하이톤의 목소리에 부정확한 발음까지 더해져 '어버버 아가씨'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얻었다. '태삼'의 성유리 역시 혀짧은 목소리에 웅얼거리는 발음으로 "자막이 필요하다"는 시청자 비판이 나올 정도다.
신세대 남자 스타 역시 발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동방신기' 출신의 신인 연기자 정윤호도 데뷔작 '맨딩'에서 발음 문제를 지적받았다. 대사톤부터 발음까지 대사를 분명하게 전달하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 드라마 인기, 시청자 신뢰 동반하락
주연들이 연기력 문제를 드러내자 드라마 인기와 시청자 신뢰 역시 하락하는 분위기다. '아부해'는 윤상현과 윤은혜 두 스타의 출연으로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지만 주연 윤은혜의 연기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청률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그나마 '태삼'의 경우 10%대 중반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파급력 있는 결과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맨딩'의 경우 연일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청률보다 더 우려되는 문제는 주연의 책임을 안은 이들이 연기력에 문제를 드러내면서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의 얼굴인 배우들의 신뢰 여부는 시청률 수치와 더불어 작품 평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시청자들의 눈은 그만큼 엄격해졌다. 연기 못하는 배우의 모습을 애정과 아량으로 베풀던 시대는 갔다고 볼 수 있다.
◆ 기본기 부재, 자기 노력 절실
신인급에 가까운 정윤호와 달리 성유리와 윤은혜는 각각 4년차, 7년차의 연기자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연기활동을 해왔음에도 아직까지도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발음과 발성을 지적받는다는 것은 스스로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정윤호의 경우 일본 활동과 촬영 준비를 병행하면서 연기 트레이닝에 집중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준비가 덜댄 상황에서 첫 작품부터 주연을 맡긴 것 자체가 무리한 선택이었다는 반응이다. 정윤호의 경우 좀 더 혹독하고 체계적인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엔 자기 노력이다. 자신의 단점을 파악하고 보완하려는 노력이 계속돼야 향상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스타들이 배우로 발돋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연기'에는 '왕도'가 없다. 연기를 갖 시작한 배우뿐만 아니라 30년차의 베테랑 배우들도 해도 해도 어려운 것이 연기라고 말한다. 그만큼 고도의 숙련과 끊임없는 자기 개발이 필요한 분야다. 발음에 발목잡힌 스타들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볼펜이라도 입에 무는 혹독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 이호준기자, 이승훈 기자, MBC, KBS,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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