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조건 '음반매출 15%'→'매출 6%'로 변경
인세 75억(14년)서 99억(15년)으로 32% 껑충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은 소녀시대, 엑소(EXO) 등 아이돌을 키워내 전세계에 K팝 열풍을 이끌었다. [사진=뉴시스]
이수만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SM) 회장은 회사로부터 돈 한 푼 받지 않는다. 200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SM이 지난 15년간 무배당 정책을 유지하면서, 최대주주인 이 회장에게 떨어진 배당수익은 없다. 그는 2010년 SM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월급마저 끊겼다.
하지만 이 회장에겐 특별한 수입원이 있다. 바로 라이크기획이다. 라이크기획은 이 회장이 만든 개인회사로, SM 소속 가수의 프로듀싱 업무를 대행하면서 인세(외주기획료)를 챙기고 있다. SM이 오너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작년에는 계약 조건이 변경되면서 인세가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 라이크기획, 수입 눈덩이..17년간 626억
26일 SM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라이크기획에 영업비용으로 99억원을 지급했다. 라이크기획은 SM에 신인발굴과 육성, 댄스 등 프로듀싱 업무를 대행하고 그 대가로 매출의 일부를 인세로 받고 있다.
문제는 라이크기획을 이 회장이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장이 1997년 세운 라이크기획은 지난 17년간 SM으로부터 626억원을 인세로 받았다. SM이 직접 프로듀싱을 맡았다면, 그 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비용이 줄면 회사 이익은 늘고, SM 주주의 지분 가치는 높아진다. 하지만 이 '돈'은 고스란히 이 회장 개인회사로 흘러갔다.
인세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 났다. 인세 규모는 48억원(2011년), 64억원(2012년), 70억원(2013년), 75억원(2014년) 등 매년 증가하다 지난해 100억원 가까이 근접했다. K팝 열풍을 타고 SM 음반매출이 늘면서다.
SM엔터테인먼트가 라이크기획에 지급한 외주기획료. 재계약이 체결된 2010년과 2015년 외주기획료가 급증했다. [단위 : 억원]
◇ 재계약으로 인세 급증
특히 지난해 SM과 라이크기획이 재계약을 맺으면서 인세는 2014년보다 32.4%(24억원) 증가했다. 작년 SM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M은 라이크기획에 '매출액의 최대 6%'를 인세를 지급하고 있다. 2014년까지 계약조건은 '음반매출액의 최대 15%'였다.
언뜻 보면 인세가 15%에서 6%로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산정 기준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세의 지급 기준은 '음반매출'에서 작년부터 '매출'로 바뀌었다. 작년 SM의 매출(별도기준) 1954억원 중 음반사업 매출은 30%(591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매출은 출연료와 광고료 등이 포함된 매니지먼트 사업에서 나온다. 인세 비율은 최대 15%에서 6%로 줄었지만, 산정기준이 '음반매출'에서 '매출'로 바뀌면서 '교묘하게' 인세가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SM에 '노예계약' 논란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2009년 SM 소속의 동방신기 맴버인 김재중·박유천·김준수(현재 JYJ 활동)는 "부당한 계약의 속박에서 벗어나겠다"며 SM과 법적 다툼을 벌였다. 지난해 배우 노민우 씨도 SM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라이크기획과의 인세 계약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SM 측에 문자와 전화로 연락했지만, 회사 측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라이크기획은 지배구조, 배당여부 등이 공개되지 않아 이 회장이 라이크기획으로부터 얼마의 수익을 가져가는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는 상황이다.
한성호 FNC엔터테인먼트 대표. 한 대표는 이수만 SM 회장과 비슷한 방식으로 FNC로부터 수수료를 받아오다 2014년 상장을 앞두고 거래를 중단했다.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진 =뉴시스]
◇ 이수만과 한성호의 차이점
AOA, 유재석 등 연예인 소속된 에프엔시엔터테인먼트(이하 FNC)도 비슷한 수법을 써오다, 지난 2014년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거래를 끊었다. FNC 최대주주인 한성호 대표이사와 그의 동생 한승훈 부사장은 소속 연예인을 상대로 작사·작곡·편곡 및 음반 프로듀싱을 해주는 대가로 2013년~2014년 FNC로부터 약 6억원을 수수료로 받았다.
그러다 2014년 11월 상장을 앞두고 한 대표와 한 부사장은 "등기이사로 재직하는 동안에 프로듀싱 등의 업무를 수행할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주관사(유진투자증권)에 제공했다. 상장후 경영 투명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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