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도종환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번 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 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 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푸른 밤, 나희덕
어느
이름 모를 거리에서
예고없이
그대와
마주치고 싶다
그대가
처음
내 안에 들어왔을때의
그 예고없음처럼
헛된바람, 구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