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은 '아가씨' 스토리보드를 짜면서 가장 먼저 베드신부터 만들었답니다. 그리고 가장 자세히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만큼 '아가씨'에 베드신이 중요한 장면이었다는 뜻이겠죠.
김태리를 오디션으로 뽑으면서 노출 수위 조절 불가란 전제를 건 것도 그런 의미일테구요.
박찬욱 감독은 먼저 옷을 입은 채 배우들에게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해보라고 했답니다.
감정 연기가 아니라 어떻게 카메라에 찍힐지, 구상했던 체위가 생각처럼 카메라에 담길지, 또 찍혀서는 안될 부위가 잡히는 각도인지 등을 미리 살핀 것이었습니다.
실제 촬영을 할 때는 카메라와 조명 세팅을 모두 끝낸 뒤 배우만 남기고 스태프는 전원 철수했답니다.
감독과 촬영감독까지 철수했습니다. 대신 무인 카메라를 설치해 무선 조정으로 찍었답니다.
그렇게 배우들을 배려한 것 일테죠. 동시 녹음을 안 할 수는 없으니 붐맨은 들어갔지만, 대신 여성 붐맨을 고용했답니다.
그런 상황에서 최선의 연기를 선보인 배우들의 용기와 노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민희 방에서 벌어진 베드신 촬영 때는, 화장실로 만들어진 세트에 향초를 피우고 와인을 준비해 뒀답니다.
촬영이 중단될 때 오롯이 배우 둘만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준비해 둔 것이죠.
~ 여기서부터는 스포..일수도있음 ~
참고로, '아가씨'에는 같은 장면이 두 번 반복됩니다. 어떻게 찍었을까요?
같은 장면을 여러 대의 카메라로 찍고 다르게 편집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박찬욱 감독은 카메라를 한 대만 사용합니다.
조명 설치 등 모든 세팅을 마친 뒤 1막의 이야기대로 먼저 찍고, 그 다음에는 2막의 이야기대로 다시 찍었답니다.
어려운 연기를, 반복적으로, 그러면서도 앞과 뒤까지 최선을 다해 보여준 배우들은, 박수를 받아 마땅합니다.
+ 베드씬은 아니지만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
아가씨가 신사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낭독회 장면은 꽤나 변태적입니다.
김민희 씨 낭독을 들을 때 어떤 기분이셨어요?
하정우: 그 장면은 사실 따로 촬영했어요. 제가 연기할 땐 연출부가 대신 읽어줬죠. 뻘쭘하게. (웃음)
그 장면은 철저하게 계산을 했어요. 이동차로 카메라가 쭈욱 오는데, 이동하는 바닥에 테이핑을 해뒀죠.
'저 지점을 지날 때, 민희가 어떤 대사를 치겠지' 그림을 그린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