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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예쁘길 잘못했네.ll조회 8176l 3
이 글은 8년 전 (2016/6/27)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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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기] 내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 인스티즈


류준열





그래 헤어져. 헤어지자


" 넌 그 버릇 좀 고쳐. 그런 말에 쉽게 끝날 사이였음 진작에 우린 헤어졌어 "


아니 오늘은 진짜 끝이야

너같은 애랑은 도저히 못 만나 지긋지긋하다 제발 헤어지자 우리


" 말 다했어? 너만 지긋지긋하냐?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


그래 잘 됐어. 쌍방합의하에 헤어지는 거, 깔끔하네. 다신 마주치지 말자




홧김에 한 헤어지잔 말에도 흔들림 없는 류준열에 마음이 상한 당신은

서운한 마음에 모진 말을 해버리고, 절대 져 줄리 없는 류준열은 곧장 맞받아친다.

다시는 마주치지 말잔 말을 마지막으로 뒤돌아서 앞만 보고 걸었다.




마찬가지라고?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날 사랑하긴 했냐고 소리치며 발악하고 싶지만

괜한 자존심에 씩씩대며 걸을 뿐이다.




이내 금방 달려와 팔을 붙잡아 세운 류준열은 잔뜩 화가 난 얼굴이다.

왜 니가 화를 내냐고 얘기하고 싶어도 눈물이 함께 터져 나올 것 같아 참았다.

입을 꾹 다물고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류준열이 씩씩대며 먼저 말을 꺼냈다.




" 야 뒤도 안 돌아보고 가더라. 너? "


뭐 헤어지자며, 너도 나 지긋지긋하다며!


" 넌 뭔데 헤어지잔 말을 그렇게 쉽게 해, 어떻게 매번 그러냐고 "


그러는 너는 헤어지잔 내 말에 흔들린 적이나 있어? 날 사랑하긴 했니?


" 잡아주길 바라면서 헤어지자는 말은 왜 하는건데

사랑하긴 했냐고? 내가 널, "


됐어 너랑 얘기하기싫어

이미 다 끝났는데 이런 얘기 해서 뭐가 달라져



어딘지 애원하는 듯한 류준열의 말을 계속 듣다간 내가 먼저 미안하단 말이 터져나올까 겁이나

가차없이 말을 끊어내고는 팔목을 쥔 류준열의 손을 뿌리쳤다.

돌아서려 하는데 이번엔 두 어깨를 감싸쥔다.



" 진짜 미안해 "


뭘 이제와서 져주는 척이야


" 내가 너한테 어떤 마음인지는 나보다 네가 더 잘 알아

넌 그거 알아서 그러는거야 항상. 결국엔 내가 매달리게 될거니까 "




불안한듯 어깨를 감싸 쥔 손에 살짝 힘을 실는다.

가만히 눈을 맞추다 한숨쉬자 그대로 끌어당겨 나를 품에 안는다.



흔들려. 나 안지마


" 니 속 뻔히 다 보여 너 되게 티 나거든

그래도 결국엔 내가 선택하는거야. 너한테 지는 거, 매달리는 거.

넌 심보 좀 곱게 써. 아닌 척해도 니가 이럴 때마다 미치겠어서 그래 진짜 "



툭 내뱉는 말과는 다르게 부드러운 손길로 내 뒤통수를 매만지다

이내 내 어깨에 얼굴을 묻어버린다.




" 또 졌어 내가. 다 미안해 "











[고르기] 내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 인스티즈


변요한



헤어진 지 벌써 보름이 넘어가고,

오늘도 당신은 맥주 두 캔이 든 비닐봉지를 대충손에 쥐고는 터덜터덜 힘없이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괜히 또 변요한 생각이 나 울컥 눈물이 차오른다.

나쁜 놈, 못된 놈, 밉지만 보고싶단 생각에 서럽다.



사람이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사실인지

왠지 모르게 허전하던 검은대문 앞에 변요한이 서 있다.

보름사이에 꽤나 수척해진 모습이다.





그렇게 보고싶었던 그였으나, 기다렸다는 듯 터져나오는 눈물에 놀라 급히 돌아섰다.




" 얘기좀 해 "




눈물은 더 이상 멈출 수 없이 흐르고, 그 와중에 내 모습이 흉하진 않을까 생각했다.

헤어지잔 내 말에 정말 코빼기도 안보이더니 이제 정말 잊어보려 마음먹으니

갑자기 나타나 사람을 무너지게 만든다.

끅끅대며 울음을 토해내는 나와는 달리 가까이서 본 변요한은 덤덤한 얼굴이다.




" 해봐. 나한테 더 이상 할 말은 남아 있어? 왜 이제와서.. "




미동도 없이 서있다간 이내 손을 들어 흐르는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낸다.

여전히 날 너무 소중하게 다루는 다정한 손길에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 너 울음 그치면 "




천천히 숨을 고르다 내 뺨을 감싸쥔 변요한의 손을 쳐냈다.




할 말 있음 빨리 하고 가 나 피곤해


" 그러니까 너 일찍 다니라고 내가 그렇게.. "


추억팔이 하러 온 거면 가봐. 너랑 할 얘기 없으니까






마음과 달리 날이 선 내 말에도 변요한은 동요하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나를 내려다 볼 뿐이다.

그러다 이내 옅게 내뱉는 한숨과 함께 내게 안겨왔다.



" 너 우는 거 보니까 나 진짜 안될 거같아

니가 다신 꼴도 보기 싫다고해서 정말 생각 많이 해봤어

우리 수도 없이 헤어지고 만나왔는데 이번엔 진짜 무서운거야

아무리 기다려도 너 안올까봐 "




푹 잠긴 변요한의 목소리에 멎었던 눈물이 다시 터져나왔다.



" 못된 거 아는데, 너 우는거 보고 우리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란 생각에 기뻤어

다시 생각해줘 난 너 없음 안돼 진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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