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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은수ll조회 1364l
이 글은 8년 전 (2016/8/09) 게시물이에요




[ 제 친구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


제목이 너무 낚시 같았다. 이 게시물의 제목을 누르면서도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용에 진실성이 담겨야 했다.




[ 제 가장 친한 친구놈이 술먹고 찾아와 하는 말이, 자기가 사람을 죽였답니다.
  절대 이런일로 농담을 하는 놈도 아니고, 술도 못먹는 놈이 엉엉 울면서 자기가 사람을 죽였답니다.
  저는 이놈이 우는것도 15년 만에 처음봅니다. 
  하지말라고 미쳤냐고 몇번을 물어도, 자꾸 자기가 사람을 죽였답니다. 자기 손으로 그여자를 죽였답니다. 
  그여자를 죽였다는데... 친구의 말이 어떻게봐도 거짓 같지가 않습니다.
  지금 친구는 방에 골아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겁니까? 정말 미치겠습니다. ]




올리기 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믿을까? 나라면 전혀. 그래도 포석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글 올리기 버튼을 누르고, 곧바로 책상 위 다른 기기들로 로그인해서 조회수와 추천수 밑작업을 했다. 
이제 사람들이 반응해주기를 기다릴 시간이었다. 


몇시간만에 키보드를 벗어나 냉장고에서 양배추즙 한포를 꺼내 마셨다. 걸레 빤 맛이 걸레같은 정신을 각성시킨다.
이제부터 난 그녀를 으로 만들것이다. 헌데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어차피 이미 죽은 여자였다. 
내가 그녀를 죽인것도 아니고, 이미 죽었는데 욕 좀 먹는게 무슨 상관일까? 그정도 일로 죄책감을 느끼기엔 나는 너무 썩었다.
노란 오렌지 쥬스로 입을 헹구고 의자에 앉아 댓글창을 확인해봤다.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 re : 이건 또 무슨 컨셉이야? ㅋㅋㅋ ]
[ re : 112에 신고해요~ㅋㅋㅋ ] 


그래도 다행인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데는 성공했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사람들은 참으로 심심했다.
댓글을 내리다보니 개중엔 믿는 척이라도 하는 댓글들도 몇개 보였다. 하지만 아직은 반의반의 진실성도 구성하지 못했다. 
이제 이야기의 씨앗을 심을 차례다.


[ 게시자 re : 정말 장난하는 글 아닙니다. 저는 정말 심각합니다. 아무리봐도 거짓말 같지가 않습니다. 
  이틀전에 그여자랑 큰사건도 있었고... 진짜 미치겠습니다. 
  만약 진짜로 친구가 사람을 죽인게 맞으면 정말 어쩝니까? 지금 머리가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


댓글을 달자마자 빠르게 다른 아이디로 밑작업을 추가했다. 이제 글은 '주목글'로 올라갔고, 조회수가 빠른 속도로 오르기 시작했다. 
5분간 지켜보다 댓글창을 다시 확인했다. 여전히 믿지않는 댓글들이 대다수였다. 
내리다보니 '이틀전 그여자와의 사건'을 궁금해 하는 댓글도 보였다. 성공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답하지 않는다. 
더 내려보니, 믿는셈 치고 진지하게 조언하는 정의롭고 착한사람들의 댓글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찾던 댓글들이었다.


[ re : 일단 친구분이 정신이 들고 술 좀 깨면 다시 한번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세요. 혹시 정말로 친구분이 살인을 한게 맞다면, 친구분을 잘 설득해서 자수를 권해야죠... 그게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해요 ]
[ 게시자 re : 친구 술 깨면 다시 말해볼 생각입니다..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


[ re : 혹시라도 사실이라면, 진짜 친구 인생을 위한 길이 뭔지 작성자님이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
[ 게시자 re : 예,..그래야겠죠... ]


믿지 않는 댓글들은 모두 패스하고, 믿는 척이라도 하는 댓글들에만 대댓글을 달았다. 그것이 내용의 진실성을 올리는 방법이었다.
어느새 댓글들의 수가 몇백개를 넘어가며 동시간대 가장 화제의 글이 되었다.
관심종자의 컨셉 이든 뭐든 간에,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끄는데는 대성공한 것이다. 운이 좋았다. 사람들이 참 심심한 덕분이었다. 
이제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좀 더 끌어올릴 차례였다.


[ 게시자 re : 친구가 깬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진짜인지 친구랑 얘기 하고 오겠습니다. ]


사람들의 호기심은 얼마나 갈까? 1시간? 2시간? 1시간으로 하자.
나는 키보드에서 떠나 침대로 몸을 던졌다. 낮은 천장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구상하고 구성하고 생각했다. 빈틈이 있어서도 안되고 흐름을 놓쳐서도 안된다. 


1시간 뒤 게시물에 다시 접속해 보았다. 성공적이었다! 
조회수와 댓글수는 엄청났고, 결과를 궁금해 하며 기다리는 댓글들로 가득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조금이라도 식기전에 얼른 댓글을 달았다.


[ 게시자 re : 친구랑 얘기하고 왔습니다. 친구가 그여자를 죽인게 맞습니다... ]


새로운 댓글을 확인한 사람들의 댓글이 빠른속도로 달려갔다.


[ re : 내 그럴 줄 알았지ㅋㅋㅋ낚시 계속 할려면 죽여야지ㅋㅋㅋ ]
[ re : 헐...진짜로 죽였다고? ]
[ re : 작성자님 친구랑 무슨 이야기 했어요? 자수 얘기는 해봤어요? ]
[ re : 와 이거 진짜면 대박~ ]
[ re : 친구가 뭐래요? 뭐라고 했는데요? 진짜 맞아요? ] 


사람들끼리 떠들고 궁금해하며 나를 찾도록 맘껏 놔두었다. 모든 댓글들을 무시한채로 30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절정에 오른 이 때가, 오늘의 화룡정점을 찍을 때였다. 


[ 게시자 re : 저는 친구가 자수를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


댓글을 올리고 사이트를 닫았다. 이제 오늘은 그만 잠을 자도 좋을 것이다. 








8시 50분. 평소라면 절대 일어날 리 없는 시간에 눈이 떠졌다. 깨자마자 곧바로 어제 올린 게시물에 접속했다. 


" 하! "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밤새 달린 댓글이 천개 단위를 훌쩍 넘어있었던 것이다. 빠른속도로 주목도가 높은 댓글들만을 대충 흝어내렸다.
나를 욕하고 사람들을 조롱하는 댓글들, 성지타령 하며 즐기는 댓글들, 내가 다시 등장하기만을 기다리다 목빠진 댓글들. 이들은 패스한다. 
내게 필요한 댓글들은 그것들이 아니었다. 정의롭고 착한사람들의 옳은 댓글들이 필요했다.


[ re : 친구가 자수를 안했으면 좋겠다고요? 자수를 말리는건 절대 우정이 아닙니다! ]
[ re : 경찰들이 바보도 아니고 사람 죽인거 다 잡습니다. 자수를 하는게 친구분께 차라리 도움이 될 겁니다. 지금 본인은 친구가 자수하도록 설득을 해야 할 입장이지, 자수를 말릴 입장이 아닙니다. ]


이런 댓글들이 내 게시물에 진실성을 더하는 것이다. 과연 그 수가 적지 않았고 사람들의 공감 또한 높았다. 
많은 사람들이 설마하면서도 이 글이 사실일 가능성을 염두해 두는 것이다. 
그럼 이제 주연배우가 복귀 할 시간이었다.


[ 게시자 re : 친구가 너무 불쌍합니다. 진짜 착한놈인데...너무 불쌍합니다 ]


이번엔 나의 밑작업도 필요치 않았다. 밤새도록 대기라도 하고 있었던마냥, 사람들은 나의 등장을 곧바로 알아챘다. 새로 게시물을 파서 나의 등장을 홍보까지 했다. 모든것이 저절로 굴러가는 것이다.


[ re : 작성자 왔다!! ]
[ re : 웃기고있네 사람 죽이는 착한사람이 어딨냐? ]
[ re : 죽은 여자가 불쌍하지 죽인 친구가 왜 불쌍해 ㅋㅋㅋ ]


나를 훈계하고 싶어 참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댓글이 마구 쏟아졌다. 
이제는 서서히 밑밥을 풀 때가 됐다.


[ 게시자 re : 그여자 때문에 친구 인생이 다 망가졌는데, 솔직히 전 친구가 그여자 죽인거 이해됩니다. 그 여자가 그동안 친구한테 한 짓들만 생각하면 진짜... 솔직히 전 친구가 자수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


댓글을 달자마자 흥분한 사람들의 댓글들이 쏟아졌다. 공격적인 댓글들은 모두 무시했다. 정의롭고 착한사람들의 옳은 댓글들만을 쫓았다.


[ re : 작성자님, 진짜 친구분을 위하신다면 자수를 막을게 아니라 자수를 하도록 설득을 해야지요. ]
[ 게시자 re : 이렇게 감옥까지 가기엔 친구 인생이 너무 불쌍합니다... ]


[ re : 지금 그러시다간 나중에 분명 후회합니다. ]
[ 게시자 re : 지금 자수시켰다가 후회하면 어쩌죠? ]


[ re : 지금 자수를 안한다고 안걸릴 것 같습니까? 그 여자 주변사람 조사하다보면 백프로 걸립니다. 자수가 최선입니다. ]
[ 게시자 re : 모르겠습니다... ]


나는 댓글로 혼란스러운 심정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그것이 충분해졌다 싶을 때, 강한 떡밥을 풀었다.


[ 게시자 re : 솔직히 말하면... 제가 좀 도우면 친구가 죽인걸 안들킬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증거만 없으면 되니까.. ]






" 하-! "


댓글을 달자마자 반응이 폭발적이다. 구경하는 재미까지 느껴질만큼. 
채팅창이라도 되는마냥 쏟아지는 댓글들의 홍수에 한마디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대신, 난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 되어주었다.


[ 게시자 re : 여러분이 몰라서 그렇습니다! 그여자가 어떤 여잔지, 그여자 때문에 친구가 어떻게 됐는지! 여러분은 모릅니다 진짜! ]


이번에도 예상대로 수많은 질책이 쏟아졌다. 그중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을 읽었다.


[ re : 그여자가 어떤 여자든 간에 그것이 살해당할 이유가 될 순 없습니다! ]


참 옳은 말이다. 하지만 내가 기다린 댓글들은 이렇게 사리분별이 정확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의 댓글이 아니었다.


[ re : 그여자가 뭘 어쨌는데요? ]
[ re : 그여자랑 친구랑 도대체 무슨 관계인데요? ]
[ re : 친구가 왜 그여자를 죽인건데요? ]


이것들이었다. 사람들의 호기심. 이제 드디어 주연을 바꿀 차례가 왔다.


[ 게시자 re : 하~ 진짜...알겠습니다 한번, 새로 글 쓰겠습니다.]




드디어 이제 그녀를 죽어도 싼 으로 만들시간이다. 죄책감은 없었다. 어차피 이미 죽은 여자.


아무리 생각해도 죽임당한 피해자를 으로 만드는 방법은 없었다. 또다른 피해자를 만들어 그녀 역시 가해자로 만드는 수 밖에.




[ 친구가 그여자를 처음 만난 곳이 다단계 회사였습니다. 
  3년전에 친구는 여친이 있었습니다. 근데 친구 여친을 그여자가 꾀어 다단계 회사에 빠지게 만든겁니다.
  친구는 여친을 구하러 다단계 회사에 쳐들어갔다가 그여자랑 처음 만난거죠. 
  친구는 바로 여친을 다단계에서 빠져나오게 했습니다. 친구는 여친이 그때 빠져나온 줄만 알았는데...
  그여자가 친구몰래 여친이랑 언니동생하면서 계속 여친을 다단계에 다니게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여자는 여친이 사채빚까지 끌어다 쓰게 만들었고, 빚 독촉 때문에 힘들어 하는 여친한테 그여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십니까? 
  일자리를 소개시켜준다고 해놓고, 밤업소 일을 소개시켜준겁니다. 여친은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갔다가 그날 강제로...!
  그날 동영상까지 찍혀가지고... 억지로 계속 업소일을 해야 했습니다. 친구가 눈치 챘을 땐 이미 여친은 망신창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친구가 그여자를 찾아갔을 때 그여자가 그랬답니다. 정말 몰랐다고, 자기는 정말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식칼을 거꾸로 들고 그자리에서 죽어버리겠다고 울더랍니다.
  친구도 여친도 바보같이 그여자 쌩쇼에 속아가지고...하... 
  그여자는 바로 여친과 함께 다단계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이후로 속죄한다는 마음으로 친구네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불안정해진 친구와 여친의 사이를 돌려놓아야 한다며 주말마다 셋이서 만나고,  항상 미안해하는 '척'을 했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어느날 친구한테 동영상이 하나 왔습니다. 친구 여친이......당하는 동영상 말입니다. 
  주변에 동영상이 다 퍼지고, 여친은 자살시도하고 친구도 폐인되고...결국 친구랑 여친은 헤어지고...
  그 동영상 누가 보낸 것 같습니까? 나중에 알았는데 그여자 였습니다. 친구 커플을 위하는 척은 다 해놓고 뒤에서 그짓꺼릴 한 겁니다. ]




이것이 그녀가 첫 선보일 이미지였다. 이 글에서 유일한 사실은 친구와 그여자가 3년전에 만났다는 것 뿐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저 내용이 자극적이면 되는 것이다.
글을 올리자마자 알아서 '실시간 성지화'가 되었다. 그것이 이 세상 유일한 화제인양, 순식간에 조회수와 댓글수가 올랐던 것이다.


자극적인 이야기에 놀라는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은 안된다는 사람들, 모두 다 낚시라며 판춘문예 소설이라 조롱하고 욕하는 사람들, 간혹 익명의 힘을 빌어 그런여자는 죽어도 싸닫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나는 아무런 대답없이 사람들이 충분히 댓글을 달 시간을 주었다. 
충분히 사람들이 흥분했을 때, 좀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풀었다.


[ 게시자 re : 
  그여자가 왜 그랬는지 아십니까? 친구를 뺏고싶어서 였습니다. 주말마다 셋이 만나면서 친구가 뺏고싶어져서 그런짓을 한겁니다.
  여친을 잃고 폐인이 된 친구를 그여자가 밤낮으로 위로했습니다. 
  친구는 그여자 때문인지도 모르고, 그여자의 지극정성에 점점 그여자에게 기댄겁니다.
  ...결국 친구는 그여자랑 만나게 됐습니다. 지난 3년간 말입니다. ]


또다시 댓글들이 폭발했다. 
이때부터 인터넷에서 내 글은 '자수남' 이라 불리우며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됐다. 사람들은 다른사이트 곳곳에 링크를 걸어 또다른 사람들을 불러모았고, 몇십만의 조회수와 수천개의 댓글들이 글 하나에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 게시자 re :
  지난 3년간 친구는 완전 망가졌습니다. 
  1년도 안되어 그여자는 부모님이 아프시다며 돈을 빌리고, 집안이 넘어가게 생겼다며 돈을 빌리고...
  친구는 10년동안 힘들게 모은돈을 다 탕진하고, 어느새 친구 월급도 그여자가 관리를 했습니다.
  결혼 약속도 질질 끌다가 몇달전에야 결혼날자를 잡자고 하더니, 결혼을 핑계로 친구에게 대출을 받게 만들고...
  그러면서도 끝내 결혼식 날자는 안잡고 질질 끌기만 했는데.......
  
  삼일전에 그여자 남편이 친구를 찾아 왔습니다. 그여자는 결혼을 한 유부녀였습니다... ]
 


이 댓글 이후로 꽤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먹었다. 그녀가 살해당한 여자란 사실을 잊었나 싶을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이제 죽어도 쌀 이 완성 될 차례였다.




[ 게시자 re :
  그 남편이란 작자가 친구한테 그러더랍니다.
  그여자는 친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친구에게 더이상 뜯어먹을게 없으니 볼일 없을거라고.
  그리고 알고 있냐고, 3년전에 당신 여자친구 동영상 보낸게 그여자라고! 
  친구가 눈이 안돌아가겠습니까? 
  친구가 술마시고 이틀전에 그여자를 찾아 쳐들어갔습니다. 그여자가 그때 뭐랬는지 아십니까? 하-!
  
  자기 남편을 죽여달랍니다. 남편을 죽이고, 그 보험금으로 우리 같이 새출발 하잡니다.
  자기가 사랑하는건 친구 뿐이라고, 3년전에도 친구를 너무 사랑해서 그랬던 거랍니다.
  
  그때 친구는 그여자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답니다. 괴물로 보였답니다. 그래서 그 괴물의 목을 졸랐답니다.
  정신차리고 보니 그렇게 되어 있었답니다. 그렇게..그랬답니다.. ]




이미지 메이킹의 완료.


이제 그의 살인은 '용서'는 받지 못해도 '동정'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친구에게 감정이입을 했고, 그녀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이제는 이 사람들을 그의 편으로 만들 차례였다.




[ 게시자 re :
  이제 아시겠습니까? 제 친구가 왜 불쌍한지?
  어제밤부터 친구가 자수하러 가겠다는걸 제가 계속 뜯어말리고 있습니다. 저는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정말 제 친구가 너무 불쌍합니다. 그런여자를 죽였다고 제 친구 인생이 이렇게 끝나야 하는겁니까?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절대로 친구를 자수시키지 않을겁니다. ]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 
이미 이 자극적인 '자수남' 사건의 관람객은 수백만이었고, 그들 대다수는 정의롭고 착하며 옳았다.




[ re : 아니 친구가 자수를 하겠다는데, 당신이 무슨 권리로 그걸 막는데? ]
[ re : 진짜 친구를 위하는 길이 뭔지 제발 좀 깨달으십쇼! ]
[ re : 현실적으로 그 남편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친구가 안들킬 수 있겠냐?! 친구가 그냥 자수하게 둬라 이 바보아! ]
[ re : 친구분 사정은 알지만, 죄는 죄입니다. 그 죄값은 친구분이 스스로 치뤄야 하는 겁니다. 그것을 친구라는 이유로 막았다간, 그 분은 평생 죄책감속에 살아가게 될 겁니다. 그게 더 친구분을 괴롭게 만들거라는 걸 왜 모르십니까? ]




참으로 정의롭고 착한사람들의 옳은 댓글들이 나를 설득하려했다. 
나는 이 자수남 사건이 온 인터넷에 퍼지도록, 이들의 정의에 하루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 게시자 re : 
  많은분들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꾸만 계속 울분이 차고 친구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납니다. 
  혼란스럽습니다. 근데 전 아직은 친구가 감옥에 가는걸 도저히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말씀... 오늘 하루동안 잘 생각해보고...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내가 없어도 새로운 댓글들은 끝없이 달려나갔다.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각종 인터넷 뉴스들까지 쏟아지며, 현재 인터넷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화제는 '자수남' 사건이었다.


문득 시계를 보니 11시 50분. 갑자기 배가 고팠다. 현실감각이 돌아왔다. 내가 이 거대한 화제를 만들었다는게 믿기질 않았다.
냉장고에서 양배추즙을 꺼내 마시려고 할 때 전화가 울렸다.


" 아, 이슈님? "
" 아 예.. "
" 정~말 감탄했습니다. 이슈님이 이렇게까지 하실 수 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
" 만족하셨나요? "
" 아, 물론입니다. 저의 요구를 완전히 충족해 주시네요. "
" 그러면 1억은.. "
" 아, 드려야죠. 이정도면 당연히 드려야죠. "
" 감사합니다! "


나도 모르게 조금 목소리가 커졌을지도 모른다. 내가 벌려놓은 모든것을 잊을만큼, 1억이라는 금액은 순수하게 기쁨이었다.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생각해 둔 말을 했다.


" 저, 현금으로 준비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
" 아, 현금이요? 뭐~ 가능합니다. "
" 예.. 그러면 내일 그곳에서 다시 뵙죠. "
" 아, 그렇게 하죠. 근데 이제 모두 끝났습니까? "
" 예. 이제 내일 제가 그의 자수를 알리는 순간 모든게 끝나는거죠. "
" 아, 그렇군요. 하하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말 대단하시군요 하하 "
" 하하.. "


전화를 끊자마자 날아갈 듯이 환호했다. 걸레맛 양배추즙을 마시고, 입가심용 노란 오렌지 주스 마저 필요 없었다.
나는 곧바로 침대로 몸을던져 천장을 보며 1억원을 어떻게 쓸지 상상했다. 
내 글의 조회수가 몇백만을 넘기든, 사람들의 댓글이 수만개가 달리든 전혀 관심없었다. 
'자수남'을 아는 많은 사람들 중 오직 나만이 '자수남'에 관심이 없을 수 있었다. 오롯히 나만의 특권!
기분좋은 상상속에 꿈 속으로 빠져들었다.






눈을 떴다. 드디어 오늘이 왔다. 4월 16일, 정의롭고 착한사람들에게 큰 승리를 안겨줄 차례였다.


나는 기분좋게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 '자수남' 글쓴이 입니다. 
   
  밤새도록 친구랑 많은 대화를 하고, 여러분이 달아주시는 댓글들 모두 잘 보았습니다...
  
  여러분들의 말씀이 모두 옳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오늘 친구와 자수하러 가겠습니다...많은 분들, 정말로 감사합니다.. 
  
  제가 실수하지 않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곧, 사이트의 서버가 마비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정의롭고 착한 수많은 사람들이 기뻐하고 환호하고 뿌듯해했다.


[ re :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게 옳은 결정입니다! ]
[ re : 여러분~ 저희가 해냈습니다~ ㅎㅎ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 ]
[ re : 작성자님 저희가 감사해요! 힘내세요! ]
[ re : 와 뭐냐ㅋㅋㅋ 괜히 찡하네ㅋㅋㅋ 진짜 우리들이 큰일 하나 했다 했어ㅋㅋㅋ ]
[ re : 나만 뜬금포 감동적임?ㅋㅋㅋ ]
[ re : 크~! '자수남'사건 레전드다! 진짜 이거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다ㅋㅋㅋ ]




수십만, 어쩌면 수백만의 사람들이 내 글에 모여들어 환호했다. 그들이 이뤄낸 아주 큰 정의에 열광했다. 그들이 힘을 합쳐 설토한 큰 옳음에 기뻐했다. 하루가 종일 가도록-.








'똑똑똑'


" 아, 이슈님? "
" 안녕하세요 "
" 아~ 들어오십쇼~ "


모텔 방 안에 컴퓨터가 켜져있었다. 그는 신이나 인터넷을 보고 있었다. 특히나 죽은 그녀를 욕하는 댓글들을.
그는 얼굴 표정은 정말로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는 곧바로 한 가방을 꺼내열었다. 내 얼굴도 그와 같게 만들셈이었나보다.


" 자, 현금 9천만원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 아아..아..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혹시나 하던 작은 불안감도 깔끔히 날아갔다. 5만원권 뭉치가 주는 순수한 기쁨이 나를 감쌌다.


" 앞으로 이슈님과 아마 다시 볼일은 없을 것 같군요. 햐~ 정말 대단하신 분이십니다 이슈님은 하하 "
" 별말씀을요.. 어~ 그럼..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저~ "
" 아, 예  하하. 안나가겠습니다~ 편히 가십쇼~ "


나는 모텔 방의 얇은 문 밖으로, 현실세계로 빠져나왔다. 그들의 끔직한 상황속에서 1억원만 가지고 무사히 빠져나온 것이다!
모텔 방 문에 기대어 히죽히죽 웃었다. 그때, 얇은 문 너머로 그의 통화가 들려왔다.


" 아, 허송씨? 인터넷은 보셨죠? 저는 제가 할 일을 끝냈습니다. "


아마 '그 사람' 인가보다.


" 저는 제가 할 일을 끝냈고, 이젠 허송씨가 할 일을 할 차례입니다. "


할 일. 자수인가보다. 사실 그가 자수를 하든 말든 나와는 상관이 없었다. 나는 그만 문에서 떨어졌다.


" 예. 예예. 예. 아, 그녀는 목을 졸라 죽었습니다. "


어라 그 사람이 아니네? 제 3자인가? 누구지?


그 사람이 아닌가?


그 사람이 아닌가?




그 사람이 아닌가?






오늘의 유머 - '복날은간다' 님 단편선



[단편] 이미지 메이킹 [下] .txt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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