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장 뜨거운 논제가 되는 성소수자문제.
5, 6년전만 해도 인터넷에서조차 정체성을 드러내는 걸 꺼리는 이들이 많았었지만
지금은 비당사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줄 만큼 의식개선이 많이 되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논란의 가운데에 있는 말,
"성소수자를 받아들이고 말고는 개인 생각 아니야?"
성소수자라는 게, 성적 지향성이나 정체성이 (후천적이든 선천적이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어떤 사랑을, 성별을 인정한다, 받아들인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임에도 저 말을 아직까지도 많이들 입에 올리고 있는 이들이 많지.
아무리 논리적으로 반박을 하고 저 말이 왜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이들이 많고, 아무 문제의식 없이 저 말을 내뱉는 이들이 많아.
그래서 조금 감정적으로 접근해 볼게. 나쁘게 말하면 감성팔이일 수도 있겠다.
"성소수자를 받아들이고 말고는 개인 생각 아니야?" 라는 말의 가장 큰 문제는 성소수자에 대한 (몰이해, 편견, 오해를 포함한) 혐오를 합리화하고 있으며, 성소수자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혐오표현이라는 점이야. 관심 가져줄 필요 없잖아, 그 사람들 문제잖아, 받아들여주고 아니고는 자기 맘이지 등등 아주 은밀한 혐오들이 우리들을 감싸고 옥죄고 있지.
아웃팅, 아웃팅으로 인한 따돌림, 폭행, 또는 전환치료(라고 불리는 고문과 성폭행 등), 집단 혐오 시위 등 거대한 혐오들과 성소수자들은 마주해야하지.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차치(해서는 안되지만)한다면, 사실 저 일들은 일생에 두 어번 일어날까 말까한 어떤 "사건"에 불과해.
성소수자들을 매 순간 불안하게 하고, 신경을 긁다못해 끊어지게 하는 건 가랑비 처럼 어느 순간 옷을 흠뻑 적셔버리는 그 은밀한 혐오들이지. 성소수자를 받아들이고 말고는 개인 생각 아니야? 인터넷 상에 흔하게 돌아다니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말들. 이성을 빙자한 혐오들. 정체성을 깨달은 순간부터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게 하고, 어느 순간 깊은 무기력과 우울을 느끼게 만드는 그 사소한 폭력들.
이게 쌓이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니.
2003년 성소수자 인권운동가였던 동성애자인권연대(현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소속 고 육우당 씨는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이 나라가 싫고 이 세상이 싫다. (…) 나 같은 이들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 형, 누나들의 한번의 노력이 다음 세대의 동성애자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라는 내용의 유서를 쓰고 자유로운 세상으로 떠났어.
빈소에는 영정조차 걸리지 않았지.
많은 시들을 남겼고 활발한 활동을 했기에 고 육우당 씨는 아직까지도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의 혐오가 아무 잘못없는 성소수자들을 목죄어 죽여버린 건 이 경우만이 아니야.
2014년 12월, 동인련 소속의 19세 활동가는 한줌의 약으로 사라졌고
2015년 3월, 대학성소수자동아리연합회 소속의 23세 활동가는 그 무구한 강물 속에 가라앉았지
2015년 11월,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앞두고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구 동인련) 소속이었던 26세 활동가 역시 자신이 원했던 세상으로 떠났다.
그나마도 활동가였기에 기록이 남은 이들이지, 운동권이 아니었기에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 채 죽어간 이들이 수두룩하다.
2014년 통계청의 <사회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한 번이라도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라고 생각한 이는 13세 이상 인구의 6.8%. 그 반면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성소수자는 66.8%로 10배에 가깝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야. 자살을 생각한 성소수자 중 자살충동에 시달려 실제 시도를 한 경우는 28.4%. 그 중 절반 이상은 2번 이상 시도해봤다고 해.
그 반면 비성소수자들의 자살 시도율은 0.4% 같은 나라에서 똑같이 살아가는 국민인데, 단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평생 혐오에 시달려가기에 자살 시도율이 비성소수자들의 71배에 달하는 거야.
사회에 만연한, 아주 은밀하게 숨어 성소수자들을 압박하는 그 가벼운 혐오들에 의해
지금도 무고한 생명들이 스러져가고 있어.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도 고작 그런 말로 사람이 죽냐며, 너무 큰 비약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기억해주길, 성소수자들을 죽이는 건 어떤 하나의 큰 사건이 아니라
삶 자체를 압박해오는 무수한 (몰이해, 편견, 오해를 포함한)혐오들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