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에는 ‘아이돌’ 못지 않게 유명한 장소가 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YG 사옥 지하 1층에 있는 구내식당이다. 빅뱅·투애니원 등 소속 가수들이 방송에서 “너무 맛있다” “삼시세끼를 해결한 적도 있다”고 극찬한 바로 그곳이다. 저스틴 비버, 윌 스미스 등 해외 스타들도 찾아와 식사했을 정도다. 온라인에서도 YG 구내식당은 인기검색어가 됐다.
이 식당을 꾸려가는 주인공은 영양사 홍승희(33)씨다. 지난 9일 YG 구내식당에서 만난 그는 “언론에 식당을 공개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영양사 홍승희씨가 지난 9일 서울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의 구내식당 배식대 앞에서 점심 메뉴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임현동 기자]세련된 인테리어와 조명으로 카페를 연상케 하는 YG 구내식당 전경. [사진 임현동 기자]
20여 개 좌석을 갖춘 식당 내부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아늑한 조명이 카페를 연상시켰다. 이날 점심은 귀리밥에 순살닭갈비볶음·건새우견과볶음·황태무국·감자채볶음·치커리토마토생채 등 8가지 반찬이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었다. 점심·저녁·야식까지 모두 무료다. 구내식당 한 켠에는 원두커피 기기도 눈에 띄었다. 홍씨는 “반찬은 보통 8~10가지”라며 “각종 채소와 북어머리·멸치 등을 우려낸 육수를 사용해 감칠맛을 낸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홍씨가 ‘YG 패밀리’가 된 건 지난해 초다. 10년간 단체급식업체에서 영양사로 일했던 그는 “업무와 삶에 뭔가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그 꿈을 확실히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연예인들이 여느 직원들처럼 자율배식을 하고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하고, ‘오랜만에 집밥 먹었다’면서 좋아해요. 아이콘과 블랙핑크가 연습생 시절부터 자주 와요. 양현석 대표님도 가끔 저녁·야식 먹으러 오고요.”
순살닭갈비볶음과 건새우견과볶음, 도토리묵 등 8가지 반찬이 뷔페식으로 차려진 점심 식단. [사진 임현동 기자]
홍씨와 중년 여성 조리사 4명으로 구성된 YG 조리팀은 ‘엄마의 집밥’을 추구한다. 제철 재료를 쓰고, 오이지·장아찌·피클·겉절이 등도 손수 만든다. ‘최고 인기 메뉴’는 수제 돈가스로 하루 전날 고기를 재운 뒤 즉석에서 바삭하게 튀겨 낸다. 닭갈비볶음·제육볶음·고깃국 등엔 메뉴 이름에 걸맞게 고기를 듬뿍 넣는다. 그는 “회사가 식사 단가를 넉넉히 책정해 가능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투애니원의 산다라박은 한 방송에서 “구내식당이 소금을 줄여 아쉽다”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홍씨는 “간이 좀 짜다는 직원들의 의견이 있었고, 건강을 생각해 이전보다 나트륨량을 줄였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씨는 YG가 2014년부터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밥차’ 봉사활동에도 간여하고 있다. 조리팀이 현장에 출동해 즉석에서 음식을 만든다.
그는 “식당이 유명한 만큼 책임감과 부담감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이 ‘출장 다녀왔는데, 회사 밥 너무 먹고 싶었다’고 할 때 느끼는 보람이 더 크다. 얼굴이 알려져서 식당에 편히 가기 어려운 연예인들과 늦게까지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구내식당을 ‘내 집 같은 맛집’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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