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2.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3.
스물 아홉의 너는 계속 환하구나.
하지만 네 옆에 나는 없구나.
나의 생은 결국 불멸을 끝냈구나.
내 죽음 뒤에, 그 시간 뒤에 앉아있는 너는,
내가 사라진 너의 생은 나를 잊고,
완벽히 완성되었구나.
나는 사라져야겠다.
예쁘게 웃는 너를 위해 내가 해야하는 선택,
이 생을 끝내는 것.
결국 난 그 선택을 했구나.
4.
그렇게 백년을 살아 어느 날
날이 적당한 어느 날
첫사랑이었다,
고백할 수 있기를
하늘의 허락을 구해본다.
5.
그래서 니가 계속 필요하다 했으면 좋겠어
그것까지 하라고 했으면 좋겠어
그런 허락같은 핑계가 생겼으면 좋겠어
그 핑계로 내가 계속 살아있었으면 좋겠어
너와 함께
6.
생이 나에게로 걸어온다
죽음이 나에게로 걸어온다
생(生)으로,
사(死)로,
너는 지치지도 않고 걸어온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야 마는 것이다
"서럽지 않다.
이만하면 되었다.
된것이다"
7.
돌아서 한번 더 보려는 것이
불멸의 나의 삶인가
너의 얼굴인가
아, 너의 얼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