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순시 중이던 은행서
새파랗게 질린 직원 보고 낌새
옆에서 장난감총 든 강도 발견
주위확인·단독범 확신후 제압
[포항] 가짜 권총을 들고 은행을 털려던 40대가 마침 순시를 돌던 경찰서장에게 현장에서 붙잡히는 일이 포항에서 일어났다.
18일 오후 2시18분쯤 포항시 북구 한 은행. 흰 마스크와 검은색 모자를 쓴 박모씨(41)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창구쪽으로 향하더니 여직원에게 봉투를 던졌다. ‘어떻게 할까요’라는 여직원의 물음에 박씨는 쪽지 하나를 건넸다. 쪽지에는 ‘돈 담아’라고 적혀 있었고, 박씨는 이어 여직원에게 권총을 들이대며 위협했다. 여직원은 가짜 권총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강도임을 인지하고 ‘CCTV가 있다’는 등 시간을 끌었다. 2분 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옆 창구 직원이 비상벨을 눌렀다.
자신의 계획이 순순히 풀려나가는 줄로만 알고 있던 박씨는 바로 옆에 경찰서장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설을 앞두고 금은방, 은행 등을 순시 중이던 이성호 포항북부경찰서장(58)이 은행 안에 있었던 것. 사복 차림으로 창구 근처에 서있던 이 서장은 여직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것을 보고 수상한 분위기를 느꼈다. 이어 여직원이 쓴 ‘은행강도’라는 메모를 발견하고, 박씨가 권총을 꺼내드는 모습도 목격했다.
권총을 유심히 지켜보던 이 서장은 가짜총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다. 하지만 공범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변을 확인했다. 단독범임을 확신한 이 서장은 합기도 3단의 무술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범인의 허리를 낚아채 바닥에 넘어뜨린 후 권총을 재빨리 빼앗았다. 뒤이어 청원경찰이 달려와 힘을 보탰다. 이 서장은 박씨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뒤 현행범으로 긴급체포했다.
이 서장은 “은행 순시를 하던 중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자세히 보니 가짜총을 든 단독범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범인 검거 순간을 설명했다. 경찰서장의 노련한 체포술과 은행 여직원의 기지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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