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소녀) 만화지
윙크에서 연재 되었던
서현주의 아이위시
글 제목은 10년이라고 했지만 20년에 가까울 것임
서현주 만화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독특한 설정과 특이한 상황 연출을 느낄 거야
어떤 느낌이냐면
아이위시 경우 판타지 인데
남들이 판타지의 세세한 설정에 90을 쏟고 그 설정을 유지하기 위한 대화에 10을 투자한다면
서현주는 세계관 자체에 대한 세세한 설정이나 설명은 10도 안되지만
그 설정을 독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대화나 연출에 90을 쏟아
판타지적 설정이 가득하고 어찌보면 황당한 설정을 너무 자연스럽게 툭툭 뱉어내는 듯 한데
그게 이상하지 않아
(예를 들어 여러가지 종족이 있고 새로운 등장인물 중 하나가 '행복하면 죽는' 종족이라던가)
남자주인공 케이의 스승이자 여주인공 류진의 오빠 '류의'
당시 인기 순위 1위 차지함
(웃겨서)
이 만화의 대략적인 스토리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사 k와 그의 조수가 되는 류진의 이야기
매화 다른 인물들이 소원을 빌러 오고 그들의 이야기가 각각 진행되는
옴니버스식 만화야
류진은 엄마아빠오빠(!)가 사고로 죽고 그래서 케이에게 소원을 빌러 왔다가 조수가 돼
처음에는 차가워 보이는 무표정의 케이지만
사실인 인간보다 따뜻하고 매우매우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케이는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소원을 빈 자의 '소중한 것'을 가져가
1 첫번째 에피소드였던 '사랑의 기억'
(스포 x)
하루하루 원인 모를 병으로 죽어가는 남자친구를 위해 소원을 빌러 온 여자
사실 남자친구는 매일 전쟁이 일어나는 어떤 암흑행성의 '종족' 이었어
늘 싸워야 하는 노예 같은 종족이었고
항상 누군가를 죽였기 때문에 매일 기억이 리셋되었어
기억이 유지되면 '양심'때문에 살아가기 힘드니까 그렇게 설정됨
하지만 자기를 치료해준 위의 여자(도 결국 그 행성의 종족이었다는 것임) 를 사랑하게 됐고
매일 매일 만날 때마다 사랑함
어느 날 또 저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내일 잊어버리기 전에 여자를 위해 케이를 찾아가 소원을 빌어
저 여자를 고통 가득한 이 행성에서 빼내 지구로 보내 달라고
(우리한텐 헬지구지만 저들의 눈엔 꿈의 행성이었나봐)
그렇게 저 여자는 지구에서 환생하게 됐고 어찌 된 일인지 함께 지구로 온 남자를 만나 연인이 된 거야
케이가 소중한 것으로 빼앗아 간 건 무엇인지, 왜 남자도 지구로 오게 됐는지
또 무엇 때문에 남자는 고통 받고, 그래서 여자는 무슨 소원을 빌게 됐는지
는 만화를 통해 확인해봐
주인공인 케이와 류진
아 맞다
케이는 '사랑을 하면 동화' 되는 종족이야
강력한 마법을 쓸 수 있는 대신 사랑을 하면 상대방에게 동화 되기 때문에
케이의 스승이자 류진의 오빠인 류의는 이미 수천년전 케이를 제자로 삼을 때
사랑하는 법은 알려주지 않았어
만약 케이가 사랑하는 상대가 죽어버리면
케이는 심장이 터져서 죽는대
케이나 다른 류의의 제자들은 모두 돌연변이거나 특이한? 종족이기 때문에
영원히 살 수 있어
영원히 사는 대신 영혼이 없어
(그 때문에 다른 제자 와이였나 어쩌면 이런 삶이라도 죽는 것보단 낫다고 말함)
하여튼 행복하면 죽는 에이치라던가, 와이의 관심을 끌고 싶어 사랑의 묘약을 만들며 사고만 치는 유일한 여제자 디 라던가
암으로 죽은 엄마에 대한 상처로 새 엄마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기 아이돌 ㅇㅇ군이라던가
동성의 친구를 좋아하게 된 고등학생, 꽃의 나라 공주를 지키는 기사이야기 (제목만으로 황당하겠지만 슬픔) 등등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감동적이고 따뜻하게 펼쳐지고
그러면서 케이와 류의, 다른 제자들의 과거가 조금씩 섞여서 풀려나와
그리고 왜 류진이 케이를 만나게 되었는지
케이는 류진에게 어떻게 사랑을 배워가고
결국 어떤 선택을 하는지
만화는 황당하고, 특이한 세계관을
엉뚱하고 가볍게 보여주는 척 하면서도
결국 마지막에 눈물을 쏟게 만들어
여성 만화는 소년만화처럼
소녀 만화로 불리지 못해
'순정' 만화지
마치 모든 장르가 하나고 여자들 만화는 사랑이야기만 들어야 한다는 것처럼
하지만 정작 소년만화 역시 예쁜 여주나 썸녀 러브스토리가 빠진 적은 거의 없어
소녀 만화도 다양한 장르와 스토리가 존재해
항상 순정만화라는 이름으로 저평가되며(여성향이면 모든 장르가 동일시 되지)
심지어 웹툰도 없던, 만화는 하위문화 그들만의 세상이던 무시 받던 시절이지만
사실 한국 소녀만화계엔 정말 대단한 분들이 많아
그 중 많은 소녀들의 기억에 남았던 따뜻한 만화가
바로 이 '아이위시'가 아닐까 해
정말 강력 추천 해
만약 이 만화를 볼 거라면 절대 불법 스캔 다운x
네이버 등에서 결제를 해서 봐야 '작가님께 원고료'가 들어가
한국 만화는 만화방 때문에 1차
불법 스캔 때문에 2차
인쇄쪽 만화가 분들 출판사는 정말 심각할 정도로 고통 받고 있어
마루마루 같은 싸이트가 존재하고 거기서 만화를 보는 걸 당연히 여기는 사람이 천지
저작권 개념 1도 없는 인터넷 유저들이 많은 건 알고 있지만
내 글로 만화에 관심이 생겼다면 꼭 정당하게 돈을 주고 봤음 해
추천해
+
아 저 작가님에 대해 하나 더 써볼게
서현주샘의 특징은
만화가 '무지' 않는 다는 거야
진지함이나 뭔가 있어 보이기 위해
무게 잡는 연출이 없어
오히려 엉뚱하고 가볍고 유치한듯 보여주지만
스토리 자체의 진지함
(커서 보니 어떤 특별한 '종족'들의 삶이라는 것 자체가 철학적인 것 같더라)
그래서 더 슬퍼지는 무언가가 있어
더 따뜻하고
이 글을 쓰는 나뿐만 아니라
정말 이천년대 초중만 인쇄만화 소녀만화를 좋아했던 많은 이들이
추천했던 만화니까 꼭 봤으면 해
만화 하면 오타쿠나 성상품화 자극적 이런 이미지가 너무 강해졌지만
안 그런 만화도 많다는 걸 아는 분들도 많지
그러면서도 재밌는
이 만화가 그런 만화 중 하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