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를 돌릴 때는 바깥쪽의 옷장 문과 안쪽의 화장실 문을 반씩 열고 닫아
또랑이의 출입을 막아 놓는다.
헹굼시 배출되는 세젯물을 또랑이가 먹고 디지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그러는건 아니다.
세탁물이 도는 모습을 곧잘 지켜보는 또랑이가 물천지인 화장실에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방바닥에 수십개의 물발자국을 찍어 내 삶을 고달프게 만들어놓기 때문이다.
한번은 돌아가는 세탁기를 마주보고 한창 밀어내고 있던 중이었다.
난산에~난산을 거듭하며 폰으로 웹툰을 보고 있는데 문득 이마가 따가운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앞을 내다보니 또랑이냔이 좁은 문틈 사이로 고개를 빠꼼히 내밀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리가, 인마. 니 때문에 집중이 안돼.”
평소에는 잘만 열어 놓고 일을 보지만
문틈 사이로 얼굴만 쑝 내놓고 훔쳐보듯 지키고 앉았는걸 마주하고 있으려니
괜히 민망하고 쑥스러웠다.
대 놓고 보는 건 상관없지만 훔쳐본다고 하니 흥분되었다.
난 근본적으로 변태니까. 구제가 안 되는 변태니까.
거기다 초반에는 또랑이냔의 표정이 ‘와...주인 똥싼다.’ 하는 단순 감상 수준이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향이 왜 이러니? 너 밖에서 똥 먹고 다니니?’로 눈초리가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만만찮은 똥쟁이주제에 나를 코너로 몰아넣다니, 제법 설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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