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연애
날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당신 생각을
마음속 말을 당신과 함께
첫 번째 기도를 또 당신을 위해
그런 형벌의 시절도 있었다
김경미, 다정이 나를
누가 다정하면 죽을 것 같았다
장미꽃나무 너무 다정할 때 그러하듯이
저녁 일몰 유독 다정할 때
유독 그러하듯이
뭘 잘못했는지
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임은숙, 너와 나의 배경
생각과 생각이 만나는 것
마음과 마음이 부딪치는 것
같은 하늘아래
서로 다른 시간 속을 달리면서
잠자기 전이나 아침에 눈을 뜰 때
밥을 먹거나 숲길을 거닐 때
일을 하다 잠시 휴식을 취할 때
어쩌면 일하는 시간마저도
그리움을 놓지 않는 것
그 기쁨을, 설렘을, 행복을
사랑이라 했다
바람이 알고
나뭇잎이 아는 사연
별이 알고
새벽이슬이 아는 사연
너와 나, 둘만의 계절 속엔
봄빛이 무성하다
이정하, 갑자기 눈물이 나는 때가 있다
길을 가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때가 있다
따지고 보면 별일도 아닌 것에 울컥 목이 메어오는 때가 있는 것이다
늘 내 눈물의 진원지였던 그대
그대 내게 없음이 이리도 서러운가
덜려고 애를 써도 한 줌도 덜어낼 수 없는
내 슬픔의 근원이여, 대체 언제까지 당신에게 매여 있어야 하는 것인지
이젠 잊었겠지 했는데도 시시각각 더운 눈물로 다가오는걸 보니
내가 당신을 사랑하긴 했었나 보다
뜨겁게 사랑하긴 했었나 보다
여태천, 번역
나는 당신과 달라
나는 당신을 몰라
인격이 없는
투명한 두 문장을 가슴에 끌어안고
나는 울었다네
한때 나는
완벽하게 마음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향해
부서지는 모든 기표에 전념했지
아, 무엇이 그리 짧았던가
가늘게 떨어지는 소리의 발자국이여
나는 이제
한 문장에서 한 문장으로 건너가는 죽음처럼
오래 슬프구나
낱말과 낱말을 건너
비문처럼 자유로웠다면
난 당신과 다르고
나는 당신을 몰랐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