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변기, 굉장히 익숙할 것이다
미술의 역사상 가장 논란이 되는 작품이자, '이것도 예술이냐?'라는 논란의 가장 나쁜점이 되는 작품, 마르셀 뒤샹의 <샘>이다
도대체 뒤샹이 왜 변기를 미술계에 가지고 왔는지 한번 뒤샹의 삶을 살펴보며 생각해보기로 하자
뒤샹은 뭐든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건 구시대를 답습하는 일.
그래서 그런지 학교에선 공부도 안하고 체스같은 게임을 두며 자신의 지능을 시험하는 데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뭔 근자감인지 모르겠다)
거기에 뒤샹의 형들 역시 예술가들이었는데, 그렇다보니 형들과는 달라야한다는 강박증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뒤샹은 당시 가장 유행하던 화풍이었던 입체주의를 만나게 되었고 거기에 감명을 받아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를 제작하게 되었다
사람이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연속촬영한 듯한 모습.
획기적인 생각이었지만 어째 당시 가장 아방가르드하다고 평가받는 입체주의 화가들한테조차 이 그림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뒤샹은 크게 실망한다
" '자칭' 아방가르드 화가들에겐 지쳤어. 그들은 전혀 선구적이지 않아. 꽉꽉 막혔다구!"
그리하여 안그래도 반항기질이 넘치던 뒤샹이 이제는 아예 정줄을 놓고 반항을 하기 시작한다
그 정점을 찍는 것이 바로 <샘>이다
(사실 이 변기는 원래 180도 거꾸로 되어야 맞는 모양이다. 뒤샹은 변기를 뒤집어 놓고선 물이 고여있는 샘fountain 같다며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
뒤샹의 샘은 당시 미술계를 벌떡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미술이라는 개념을 통채로 뒤흔드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꼭 자신이 손수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아니면 그냥 자기 발상(idea)에 맞는 사물을 선택하기만 해도 되는가?"
"예술가에겐 손재주가 중요한가? 아니면 창의적인 발상이나 계획(idea)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한가?"
"예술가가 자기 예술작업을 위해 선택한 기성품(ready-made)과 사용하지 않은 다른 일상 기성품은 무슨 차이가 있는가?"
"예술작품을 예술로 인증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예술가인가? 관객인가? 예술기관인가?"
(어쨌든 이 변기는 남자들 오줌받다가 쓸쓸히 사라져버릴 운명이었거늘, 뒤샹님에게 선택당하신 덕분에 미술관에 고이 보관되어 있다)
(변기: 올ㅋㅋ)
<샘>은 이러한 혁명적인 물음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뒤샹은 너무 당연하게 굳어져있는 예술에 대한 관념을 아무렇지 않게 파괴시켜 버린 것이다
(제목을 해석하면 '엉덩이가 뜨거운 여자')
맛들렸는지 여기서 그치지않고 뒤샹은 신나게 '관념 파괴시키기'를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고전미술의 상징, 이데아와 같은 취급을 받는 모나리자에 수염을 그려놓고선 제목은 엉덩이가 뜨거운 여자라고 붙이며 섹드립(?)을 날리는 등 옛미술을 조롱하고 있다
이 작품은 예전 관습을 조롱하는 의도이기도 하지만 '표절'이라는 개념까지 뒤흔들어 놓기도 하였다
사실 그냥 모나리자와 100퍼센트 똑같이 만들어 놓고선 수염만 그린 작품.
이것을 표절이라고 할 수 있을까?
"표절은 무엇인가? 이 작품이 표절이라면 다빈치도 실존 여성을 모방하여 그린 것이니 표절인가?"
아직 지쳐선 안된다. 뒤샹이 던지는 물음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뒤샹은 자신의 몸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바디아트'를 창시하며 사람 그 자체도 재료가 될 수 있는지, 예술의 매체에 대해 물음을 던지기도 하였고
여장을 하고선 제2의 자아, 남성성과 여성성의 의미에 대해서 물음을 던지기도 하였다
"사람은 꼭 한가지 자아만 가지고 있는가? 또는 한가지 성만 가지고 있는가? 난 남자지만 내 안에 있는 여성성도 존중할 것이다!"
(뒤샹은 여장을 한 자신의 모습에 '에로스 세라비'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해석하자면 '사랑, 그것이 인생이다!'라는 의미이다)
<총각들에 의해 발가벗겨진 신부조차도-마르셀 뒤샹>
그렇다고 해서 뒤샹이 일체의 노동없이 물음만 던지면서 명성을 얻은 것은 아니다
뒤샹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주제는 '기계'였는데, 위의 작품은 기계를 주제로 다룬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사실 여기에도 조금 흠좀무한 일화가 있다.
이 작품은 '유리'로 만들어졌으며 만드는데 몇년의 시간이 걸린 꽤 세밀하고 정성스러운 작품이다.
오랜시간이 걸린 후 작품을 의뢰한 고객에게 가져다주길 위해 뒤샹은 인부들을 고용해 작품을 고객의 저택에 옮겼는데,
인부의 실수로 작품을 바닥에 내려놓자 작품이 '쩌저적'하고 갈라졌다
당연히 인부는 미친듯이 당황하였고 다들 공황상태에 빠졌는데, 정작 만든 사람인 뒤샹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드디어 작품이 완성되었다!"
(뒤샹: 나 이상한 사람같다고? ㅋㅋㅋㅋㅋㅋ나도 앎)
이렇듯 뒤샹은 이상한 사람 기질이 넘치는 사람이자 식상한 것을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미술사에 한 획을 긋는 것도 모자라 아예 도륙을 내버린 뒤샹.
아방가르드란 말은 뒤샹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나의 취향이 굳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부단히 내 자신을 부정하고자 애썼다."
-마르셀 뒤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