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 저물녘
긴 그림자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한 그루 나무처럼
우두커니 서서
사람을 그리워하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
홀로선 나무처럼
고독한 일이다
제 그림자만 마냥
우두커니 내려다보고 있는
나무처럼 참 쓸쓸한 일이다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한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문인수, 거처
바람이 잔다
아, 결국
기댈 데란 허공뿐이다
저 깊고 쓸쓸한 곳에서
한자락 바람에도
나부대는 들꽃처럼
오직 너를 향한 애틋한 몸짓
그 눈물겨운 이름
골짜기 골짜기 그리움을 묻어
하얗게 쏟아지는 별
세월은 잊으라 길을 떠나고
사랑은 가슴마다 창을 걸어둔다
단 한 번이다
결코 재생될 수 없다
무례한 낙서를 연습이라고 말하지 마라
경험이라는 말로 허물을 덮지 마라
상호 불통을 예술이라고 하지 마라
이미 한 장의 종이는 사용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