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윤드준ll조회 677l
이 글은 7년 전 (2017/5/01) 게시물이에요



파파미 92M 높이의 사다리를 올라간 노동자를 위한 인권 변호사 문재인 | 인스티즈


파파미 92M 높이의 사다리를 올라간 노동자를 위한 인권 변호사 문재인 | 인스티즈


1. 크레인 위의 변호사


“꼭 이리 가야 합니꺼.”

“가 봐야 알 거 아니겠노.”

“누가 이래 간답니까? 다들 서류 제출로 끝낸다 아입니까. 누가 변호사님처럼 이래 직접 간답니까?”


운전을 하고 있는 사무장의 볼멘소리가 계속 이어집니다. 그 볼멘소리를 귓등으로 흘리며 문재인 변호사는 계속 서류만 뒤적일 뿐입니다.


차가 드디어 공장에 도착합니다. 울산의 한 대기업입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거대한 크레인들이 줄을 지어 늘어선 곳, 그중 한 크레인 밑에 노동자들이 모여 있습니다. 크레인 끝에는 노동자가 매달려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마지막에 선택하게 된다는 그 유명한 고공 크레인 농성. 바로 그 현장입니다. 문재인 변호사가 성큼 성큼 그곳으로 다가갑니다.


“하도 교묘하게 엮어버리니까, 참말로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그 며칠 전 몇 명의 노동자가 문재인 변호사를 찾아왔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여느 노동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노동조합의 조합원을 해고했고, 노동자들이 이에 반발하며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고공 크레인 농성을 시작한 겁니다. 그러자 회사는 이제 ‘건조물 침입죄’라는 걸 들고 나옵니다. 결국 그것으로 고공 농성자들을 고소했고, 법원은 이에 유죄판결을 내려버립니다.


“항소를 해야겠는데, 하도 요상하게 엮어놔 버리니까 참말로 우째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건조물 침입죄라는게 도대체 뭔 말인지도 잘 모리겠는데, 뭐 지네 재산에 우리가 침입해갖고 점거하고 있다, 뭐 그런 소리 아니겠습니꺼?”


변호사는 운동가가 아닙니다. 법으로 말하고 법으로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건조물 침입죄라는 것이 과연 법리적으로 타당한가, 이제 그걸 증명해내만 합니다. 참으로 난감한 사건이었습니다.


“오늘이 며칠째입니까?”

“오늘로 사십일 넘었다 아입니까.”


현장에 도착한 문재인 변호사가 까마득한 고공 크레인을 올려다봅니다. 높이 구십 이미터, 삼십층 높이입니다.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지경인데, 그 높다란 끝에 노동자가 걸려있습니다. 그것도 사십일째.


잠시 크레인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기던 문재인 변호사가 갑자기 윗저고리를 벗습니다.


“내가 올라가 봐야겠습니다.”

“뭐라고예? 변호사님이 저기를 올라 간다고예?”


“왜요, 올라가는 사다리가 있을 거 아닙니까.”

“있긴 있는데, 거기 아무나 못 올라 가는 뎁니다. 우리도 올라갈라면 다리가 후둘거리는 판인데, 변호사님이 우째 저기를 올라갑니까.”


농담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이상한 변호사, 농담이 아닌 모양입니다. 성큼 성큼 앞으로 다가가더니 크레인의 사다리를 부여잡습니다. 그리곤 정말로 거기를 기어오르기 시작합니다.


팔월, 여름 한낮의 햇볕은 쇠도 녹일 듯한 기세로 내리쬡니다. 그 불타는 하늘 위로 오르는 외줄기 가느다란 사다리 하나, 문재인 변호사가 그 길을 오릅니다. 한 계단, 또 한 계단… 아무리 올라도 끝은 보이지 않고, 한 순간 밑을 바라보면 그 역시 천길 낭떠러지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올라야 저 노동자에게 다다를 수 있는 것일까. 왜 그는 그 위태로운 길을 가야만 하는 것일까.


저 아래 지상에, 수많은 변호사가 있습니다. 변호사, 편안하고 안락한 삶이 보장된 최고의 직업이지요. 그러나 그 삶을 버리고, 지금 한명의 변호사가, 고공 크레인을 오르고 있습니다.


‘거기에 노동자가 있다잖아요, 나더러 도와달라 하는데 가봐야 할 거 아닙니까.’


문재인 변호사, 그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얼마나 올랐을까, 드디어 삼십층 높이, 구십 이미터 고공 크레인의 끝입니다. 마지막 한 발, 이미 손도 발도 힘이 다 빠져버린 그가, 힘겹게 그 마지막 한 발을 딛습니다.


그 순간, 온 몸에 땀을 뒤집어쓴 채 느닷없이 고개를 들이밀고 나타난 남자 앞에서 노동자들은 경악합니다.


"이게 뭐고? 어? ... 누구십니꺼?"

"문재인입니다."

"뭐라고예?"


변호사 문재인. 그가 정말 그곳으로 왔습니다. 억울한 노동자들이 마지막으로 기어오른 크레인, 그 까마득한 높이에 차려진 단 몇 평의 땅, 그 고독한 노동자의 땅에, 변호사 문재인, 그가 왔습니다.


"아이 여가 어디라고, 이래 오셨단 말입니꺼, 참말로, 여가 어디라고.. 여가 어디라고..."


노동자들이 그를 붙잡고 눈물을 쏟습니다. 한 평생 노동으로 단련된 그 씩씩한 장정들이, 울고 있습니다. 평생을 가슴에 담아둔 한이 서린, 노동자의 눈물입니다.


"이제 됐습니더, 이 싸움요, 우리가 끝내 못 이기고 이래 허멍하게 끝난다 해도, 진짜 지금 제 맘이 얼매나 벅찬지 모르겠습니더, 참말로 이제 됐습니더."


자신들의 얘기를 들어주겠다고 그 높은 크레인까지 올라온 변호사, 노동자들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했습니다. 문재인 변호사는 노동들에게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추천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이슈·소식 요즘 여론 뒤바뀐듯한 프랜차이즈 빵집.JPG137 우우아아12:2963700 7
유머·감동 현재 인용 폭발중인 어느 흡연자의 트윗141 31134..14:4741087 18
이슈·소식 네이버웹툰, '이세계 ' 공모전 탈락 결정…첫 공식 사과82 인어겅듀10:5356415 1
유머·감동 [네이트판] 내 결혼식에서 프러포즈한 신랑친구..댓글다읽어봤어요88 성우야♡9:5264266 1
유머·감동 인생난이도 미친듯이 올라가는 체형특징114 서진이네?5:4392130 6
30초 안에 커비 찾기 30639.. 19:40 427 0
와이퍼 줘도 안 씁니다 31109.. 19:40 549 0
컴백 후 첫 무대에 라이브 제대로 인증한 남돌 텐트밖은현실 19:38 372 0
가난에 자격지심 갖고 자란 사람이 커서 바라보는 김밥천국.jpg 재미좀볼 19:37 1375 0
양로원 김장에 굴 기부 하기 XG 19:37 588 0
웬만한 상담사보다 낫다는 앱.jpg 한 편의 너 19:36 965 0
쌍둥이 이름값하는 루이바오 후이바오 김규년 19:31 814 0
대기업 코스프레 개오진다는 중소기업.jpg12 XG 19:17 5278 0
문근영 "'지옥2', 오랜만에 연기가 무척 재밌단 생각 들어” [화보] 류준열 강다니엘 19:09 587 0
북한 대학생이 돈 많이 쓰는 이유 요원출신 19:09 2875 0
학생이 보상하라고? 탐크류즈 19:06 709 0
동덕여대 : cctv를 어떻게 무효화 시키죠...?2 류준열 강다니엘 19:05 2086 0
미련두지 말고 대기업 사표내라는 엄마의 카톡 차서원전역축하 19:01 2863 0
박진영을 놀라게한 장도연의 순간적인 센스 임팩트FBI 19:00 2182 0
순간 사장님 가슴 철렁 편의점 붕어 19:00 1363 0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데 견주가 계속 사과한 이유.twt9 요리하는돌아이 18:53 6045 3
서현진 유퀴즈영상에 달린 국악고 동창댓글 episo.. 18:53 5706 0
진짜 귀엽고 바부같은 도서관 연체자.twt4 한 편의 너 18:46 7528 2
병원 대기중 운명적 만남.jpg1 비비의주인 18:40 3259 2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은 못 본다는 짱구 극장판1 유기현 (25.. 18:39 2762 0
전체 인기글 l 안내
11/23 19:50 ~ 11/23 19:52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