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담과 영화방에 올렸던 리뷰인데 줌님들에 조언에 따라 여러 줌님들이 봐주셨으면 해서 마당에도 올립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알림'을 목적으로 제가 보고 느낀 것을 최대한 상세히 적어봤어요. 다량의 스포가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려고 하신다면 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문화의 날, 뭣 모르고 군함도를 보고 온 1인으로서 '보긴 봤냐? 보고 까라'는 말에
다른 곳에도 리뷰를 썼었지만, 줌님들께도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제가 보고 느낀 점을 몇 자 적어봅니다 일단 이 영화는 재미 면에서 핵노잼은 아니지만 결말도 그렇고 전반적인 내용이 많이 찜찜합니다 예고편에서 느꼈던 카타르시스, 군함도라는 소재가 주는 묵직함 이런 건 전혀 느낄 수 없고요 핀트가 많이 다릅니다 그야말로 딱 '군함도를 배경으로 한 탈출액션영화'예요
굳이 군함도여야 했을까? 싶을 정도로 군함도를 다루는데 있어 깊이가 없고, 상업영화라 쳐도 많은 내용을 이것저것 담으려 하다 보니 과유불급이랄까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엮인다기보다 다 따로 놉니다 주요 인물들 이야기가 뚝뚝 끊겨서, ' 거야?'싶을 정도로요 그리고 왜 주요 캐릭을 이렇게 설정 했지?할 정도로 극을 이끄는 사람들이 군함도에 적합하지 않아요 즉, 15~16살의 어린 소년들은 주연도 아니며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일단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악단장(황정민)과 그의 딸 소희(김수안)는 징용가는 고위급 자제들 송별회에서 음악을 연주하죠 금지된 재즈곡을 연주하고, 중추원 고위 간부의 아내에게 집적댔다는 이유로 조선인 경찰에게 '징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최대한 사무직 자리쪽으로 알아보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듣습니다 황정민은 돈을 쥐어주며 '아유, 알죠 고맙게 생각합니다'고 아첨하고요 그러나 이것은 조선 경찰이 황정민을 등은 것으로 바닥에 나뒹구는 수백장의 추천장을 보여줌으로써 그가 속았음을 보여주죠 결국 황정민네 패거리는 '조선인 경찰에게 속아서 징용행 배를 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사람들이 모인 배로 화면이 전환되는데, '강제 징용'의 포인트인 '강제성'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떼돈을 번다는데?' '경성제국대학? 와, 인텔리네 하믄, 징병보다 징용이 낫제' 이런 식으로 짧게 이들이 모이게 된 경위가 설명됩니다 즉, '저런 어린 애들은 뭐하러 데리고 갈까?' 한마디로 끝날 뿐, 주요인물 외 그 밖의 다른 인물들이 '속아서 온 건지, 강제로 끌려온 건지' 잘 드러나지 않아요 얼떨결에 배에 타게 됐다는 뉘앙스가 있긴 하나, 눈으로 보이는 장면 없이 입전개로 휙 넘어가니까요
배가 군함도에 이르자, 노예 시장처럼 일본인들이 휘파람을 부르고, 밧줄을 돌리고 작은 돛단배가 나타나 여자들을 격리시킵니다 그 길로 여자들은 유곽에서 성병검사를 받고, 남자들은 나체로 신체검사를 받아요 이전에 논란이 된 일본 노래 ‘동백의 꽃’ 합창이 있는데 이것은, 조선 경찰에게 속은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황정민이 일본 군인에게 추천장을 어필하다 말이 안 통하자, 몽둥이를 들고 신참들에게 윽박지르던 조선인 행동대장(김민재)에게 고가의 시계를 뇌물로 주고, 악사임을 피력하는 와중에 일본 넘버2가 ‘동백의 꽃 연주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시작됩니다 일본인들의 경건한 모습과, 마치 원숭이처럼 구경거리가 되어 고개를 처박고 있는 조선인 자신들의 효용가치를 증명하려 애쓰는 악사들 그리고 조선 행동대장에게 머리를 맞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황정민 이 장면을 보며 소지섭은 ‘딴따라들이 제일 먼저 옷 벗게 생겼네’라고 평합니다
굉장히 기묘한 장면이었는데, 여기서 왜 저 노래를 들으며 떨고 있을 어린 소년들, 조선인들은 보여주지 않고, 악사들과 경건한 일본인을 보여줬을까 이런 장면이 굳이 필요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 장면이었어요 뭐가 뭔지 모르겠고, 이 상황이 그저 무섭고, 두렵고, 이런 소년들, 조선 사람 표정 몇 개만 들어갔어도 장면이 주는 느낌이 달랐을 텐데...
비슷한 맥락으로, 어린 딸 소희가(김수안) 간부들을 대접하는 술자리에서 울면서, 발을 동동 구르며, ‘나 춤도 추고, 노래도 할 줄 알고, 시키는 건 다 할게요 이거 내가 부른 노래라고 말 좀 해줘요 언니’. 눈물이 고인 눈으로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고‘천황폐하 만세!’ 하고 외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여기선 짠함, 슬픔 울렁임이 느껴지거든요 어린아이와 어른의 차이랄까 황정민이 딸랑거리는, 너무 익숙해진 기회주의자에 징그러운 미소라면,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어린아이의 절박하고 필사적인 몸부림 대비를 의도한 건진 몰라도 눈에 띄었습니다 어른보다 어린아이가 겪는 고통의 무게가 훨씬 더 크게 다가와서 그런지, 아. 아까 그 씬에서도 어린 소년들 좀 보여줬으면 좋았을 걸 아쉽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어지는 영화 내용에서, 모진 매질, 극심한 노동, 찌들어있는 사람들
이런 건 별로 안 나옵니다 거의 볼 수 없어요 잠깐 스쳐지나가거든요 탄광 작업을 마치고
씻는 사람들 급식판에 배식 받는 사람들 이런 부가적인 장면이 더 많아요 군함도가 그저 ‘배경’으로만 쓰이죠
여기서 가장 캐릭 선정 미스라고 생각되는 게, 기회주의자인 악단장 황정민과 조선깡패 소지섭은 군함도라는 체계에서 비교적 힘이 있는,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소지섭은 새로운 행동대장으로 탄광에서 다른 조선인들을 감독하고,재촉하고, 윽박지르고, 황정민은 일본인들에게 딸랑거리며 공연을 하고, 술과 음식을 빼돌리고. 영화상 주요인물들이 탄광에 찌들어있거나, 노동에 지쳐 고통을 호소한다거나 하는 장면은 없습니다 잠깐 스쳐가는 조연들의 역할일 뿐그래서 마지막에 이들이 소위 ‘탈출’을 하려고 할 때 와 닿지가 않아요 뭐가 힘들었다고? 술도 먹고, 통조림도 먹고, 과일도 먹고, 춘화로 돈벌이도 하고, 담배도 피고 너넨 다른 사람들 보다 편했잖아 근데 왜, 화면으로 나타나진 않았을 배고파 굶고, 고된 노동에 앓고, 눈물 흘렸던 약자들 코스프레야? 싶었달까요 이런 점들이 후반부에, 공감이 아니라 멀찍이 떨어져 보게 되는 거리감을 줍니다
특히 송중기는 그중에서도 굉장히 이질적인 캐릭터로, 이야기 흐름으로 봐도 생뚱맞고, 너무 먼치킨으로 나와 후반부를 거의 주도하다시피 해서 나중엔 반발감이 들 정도예요 그 멋짐, 완벽이 후반부 감흥을 많이 깎아먹습니다 왜 탈출을 주도하는 자가 이 사람일까? 싶을 정도로 뜬금없어요 그야말로 하늘에서 떨어진 ‘히로인의 등장’으로, 안 그래도 없던 현실감이 무너지고 거리감을 한층 더 넓혀 아예 마른 눈으로 보게 만듭니다 아.. 이건 저 멀리 영화, 픽션이야 확인 사살 땅땅!!
그래서 신파적이진 않습니다 국뽕도 없어요 오히려 이거, 식민사관 논리 아냐? 곱씹을수록 찜찜하게 만듭니다'나쁜 조선인'만 부각되어, 조선인끼리의 갈등이 크게 다뤄지고, 직접적인 가해자는 거의 조선인이거든요
-일본인도 매질을 했을 텐데 탄광에서 매를 드는 이가 어째서 조선인뿐인 건지
-위안부를 대표하는 이정현은 한풀이라도 하라는 소지섭에게 나를 속아 넘긴 놈도 조선인 면장,여기 팔아넘긴 놈도 조선인 포주라며 왜 조선인 탓만?
-메인 주인공인 황정민은 어째서 조선종자, 조선 놈이 다 그렇지 조선 놈은 원래 그래 이딴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인물일까
-일본 여고생을 집단 강간하려다 살해하는 장면은 왜 필요했을까?
-안 그래도 조선인 몰살시키려고 계획 꾸미고 있던데 왜 굳이 명분을 만드는 게 조선인일까
-소지섭을 범인으로 몰고, 그를 고문하는 건 왜 또 일본인이 아니라 김민재?
-살해당한 일본 소녀의 유족들이 슬퍼하고, 눈물 흘리는 장면을 넣은 이유는 뭐지?
-죽어간 위안부가 더 많았을 텐데, 그들의 친구와 유족들은? 그들의 슬픔은?
-위안부는 이정현 캐릭 설정일 뿐이었나? 왜 한 사람의 입전개로 퉁 치지?
-배에 탑승할 때, 왜 위안부 소녀가 겁먹어서 밧줄타고 내려가는 걸 망설이게 해서 관객 입에서 ‘걔 때문에 몇 사람이 못 탔냐, 완전 민폐다’ 소리 나오게 만들지?
이런 점들이 굉장히 거북스럽고, 곱씹을수록 찜찜하고 기분이 더러워집니다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조선종자, 조선인들이 다 이렇지 이런 투의 대사는 정말..경악스러웠고
일본인은 깨어있는 사람들인데 대화로 풀어보면 안 될까 이런 대사도 뒤에 반박이 나오긴 하지만 굉장히 음.. 굳이 저런 대사를 넣었어야 했나 싶었던 게 많았습니다 마지막까지 탈출하려는 소지섭 무리에게 총을 겨누는 것도 노무계(김민재)일당인 것도 할 말이 없고요
이 영화를 상업영화로 봤을 땐, 확실히 돈 들인 티가 나서 굉장히 화려하고, 색감도 좋습니다 역사적 '군함도'라는 배경을 버리고 단순히 올여름 오락영화! 액션영화!라고 생각하고 보면 나쁘지 않고, 스케일이 큰 만큼 압도감도 있는 편이에요 다만.. 초반과 달리 후반이 너무 전쟁 액션 영화처럼 그려져서 내가 초반에 본 건 뭐지? 싶은 괴리감이 있고
크게 보면 초반 1/3정도는 꽤 사실적으로 묵직하게 '군함도'로 시작하지만
중반1/3은, 주연들이 등장하면서 뭐지? 딴 길로 새는 것 같은데 싶어지고
후반 1/3은, 뭐야.. 완전 다른 얘기잖아 예고 사기당한 듯 ㅠㅠ
순서로 진행됩니다 초반과 후반이 아주 따로 놀기 때문에 상업영화로 본다 해도 잘 만든 영화가 아니에요 재료만 많고 요리 실력이 없어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거든요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선인을 괴롭히는 나쁜 조선인의 분량이 상당하고
그들과 일본인에게 기생하는 기회주의자 조선인이 주인공이며
조선인끼리 서로 치고받고 싸우고, 배신하고 배신당하고
그 덕에 일본이 손 놓고 코를 풀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고
이를 재미난 불구경 보듯 관조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군함도라는 역사적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영화를 보러 간 사람이라면. 역사적으로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도 들고..계속해서 터지는 주연들과 감독의 인터뷰 어이도 그렇고 할인 없이 제값 주고 보기엔 아까운, 남들에게 보라고 권하고 싶지 않은 영화입니다
까도 보고 나서 내가 깐다는 분들, 오락영화에 뭘 더 바라냐는 분들
제 글을 읽고 한 번 더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소비될 소재가 아닙니다..
아까움을 넘어 안타까운 상황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