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기] 첫사랑과의 아련한 이별 고르기
2편도 이번주 내에 곧 올리겠음!
1. 우도환
그 애를 언제부터 좋아했냐면, 3개월 전이라 해야되나...?
아빠의 회사가 부도가 나서 집이 망해버렸다.
그래도 부모님께서 평범히 학교 생활을 하라고 시골의 할머니집에 날 맡겨두었다.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학교 생활은 잘 해나갔지만 외로운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우도환. 87페이지. 일어나서 읽어 봐."
"..........예"
"어딘지 모르겠지? 10초 준다. 틀리면 오늘 교실 청소다, 니."
"하...씨....."
짝꿍이지만 전학 첫 날 인사 한 마디 해본게 다인 우도환이라는 애다.
공부엔 영 관심이 없는지 늘 자는 모습만 봤는데, 역시나. 걸리고 말았다.
슬쩍 내 교과서를 넘겨주었다. 오늘 교실 더러운데. 착한 짓 좀 하지, 뭐.
"고맙다."
그 애는 작게 나한테 고맙다 했고 다행히 교실 청소를 피할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혼자서 하굣길을 걷는데 뒤에서 누가 날 불러 뒤를 돌아보는데,
"....잘 가."
우도환이었다.
그 날 이후 우리는 학교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매점도 같이 가며 친해졌고 하교도 같이 했다.
그리고 외로웠던 마음도 점점 없어져갔고 오히려 그 애를 좋아하게 되어 버렸다.
"김, 매점 고."
그 애의 표정, 말투, 손짓 하나하나에 마음이 설렜다.
학교 가는 게 즐거웠고 행복했다. 그 아이와 하루종일 같이 있으면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시골에서의 생활도 적응해 나갔는데,
'야. 아빠 회사 잘 풀렸어... 고생 많았다.
내일 다시 서울로 올라 와. 전학 수속도 다 밟아놨다.
엄마의 문자였다. 회사가 잘 되었다는 말에 기뻤지만... 다시 서울로 가야한다.
그러면 그 애와는 이제 보지 못한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평소와 같은 하굣길이었지만 내일이면 난 여기 없다.
겨우 입을 열어 그 애를 불렀다.
"저기.."
"응?"
"나 다시 서울 올라 가."
"...뭐?"
그 애가 걸음을 멈추어 나도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그 애는 다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언제 가는데."
"내일."
"...너무 갑작 스러운 거 아니냐."
"...미안. 그동안 고마웠어."
"...참 잔인하다, 니. 내가 너 좋아한 건 아냐."
그 애는 내가 좋다고 했다.
나도 너가 좋다고 하고 싶었지만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만 했다.
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됐다...조심히 가라."
그 애는 화가 난 건지 나에게 차가운 인사를 건네고 먼저 걸어갔다.
나는 축 처진 그 애의 뒷모습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2. 윤지성
지성이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생인 지금까지 잘 사귀는 중이다.
작은 다툼은 있었지만 권태기 없이 매일 붙어다녔다.
"야. 연습실 같이 가자~"
실용음악과인 지성이는 가수의 꿈을 이루려고 요즘 오디션을 보러다니며 바쁘게 사는 중이다.
이미 건축학과를 졸업한 나는 여러 회사를 알아보고 있지만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오늘도 지성이와 카페에 앉아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지성이는 나에게 연습실을 같이 가자며 조르는 중이다.
물론 같이 갈 생각이었지만 애교를 부리는 지성이가 귀여워 튕기는 중이었는데 벨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지성이는 조용히 하였고 나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야. 삼촌이다. 잘 지냈어?
독일로 이민 가신 삼촌의 전화였다.
내 꿈이 건축가라는 걸 알고 계시는 삼촌은 내게 회사를 구했냐 물었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못 구했다고 대답했다.
-...그럼 독일로 유학 와라.
"...유학이요?"
-응. 엄마한텐 내가 말해놨다. 너가 괜찮다면 누나도 좋다네.
너도 알잖아. 건축 전공자한텐 독일 유학, 좋은 기회인 거.
여기서 일 때문에 알게 된 분이 계시는데 너 얘기 듣더니 유학 도와주겠다고 하시네. 어떡할래?
"...아, 저야.. 너무 감사하죠.. 근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내가 생각해도 좀 그렇긴 하네. 생각해 봐. 삼촌이 다시 연락할 게.
"네...네. 들어가세요"
예고도 없던 삼촌의 독일 유햑 제안에 나는 벙찐 채로 전화를 끊었고 지성이는 나에게 물었다.
"뭐야. 무슨 일인데?"
"...삼촌이 독일로 유학 오는 게 어떠냐고..."
"독일? 너가 한 번 말 한 적 있었던 거 같은데. 건축가 스펙에 좋다고."
"어, 맞아.."
"뭘 고민해. 그러면 당연히 가야ㅈ... "
잘 됐다며 좋아하던 지성이는 갑자기 말을 흐렸고 입을 다물었다.
나는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지성이를 쳐다봤고 지성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근데 유학가면.. 얼마 동안 있는 거야?"
아... 뭔가 찜찜하다 했더니..
난 유학 소식에 들떠 유학을 가면 지성이와 떨어져 있단 걸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표정이 굳은 지성이를 쳐다보며 최소 2-3년 정도일 거라고 말했다.
내 대답을 듣고도 한참동안이나 조용하던 지성이는 일어나자고 했고 우리는 거리로 나왔다.
우리 둘다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했고 먼저 입을 연 건 지성이었다.
"..난 괜찮으니까 괜히 나 때문에 고민 하지 말고.
너한테 좋은 기회잖아.. 오늘 연습실은 나 혼자 갈게. 들어 가."
아까까지만 해도 같이 연습실을 가자던 지성이는 내게 잘 고민해보라는 말을 하고선 혼자 연습실로 향했다.
나는 그런 지성이를 잡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사흘이 지났다.
나는 엄마와 상의한 끝에 유학을 가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 날 이후 지성이와 나는 형식적인 문자만 할 뿐 만나지 않았다.
일단 지성이에게는 유학을 가게되었다고 문자를 해놓았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나서야 답장이 왔지만 집 앞 공원에서 보자는 내용이었다.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 집을 나섰고 공원에 도착하니 지성이가 보였다.
"일찍 왔네?"
"왔어?"
지성이는 웃으며 날 반겨주었고 나도 미소를 지으며 벤치에 앉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어색한 분위기에 손만 만지작 거렸는데,
"..우리 헤어지자."
예상치 못한 이별 통보였다.
나는 너무 놀라 지성이를 쳐다보았고, 지성이는 입을 열었다.
"나, 너 걸림돌 되기 싫어.. 괜히 나 때문에 거기서도 집중 못하면 어떡해."
"그게 무슨 소리야. 너가 왜 걸림돌이야. 그냥 하루에 몇 번 연ㄹ.."
"그 몇 번 때문에 그래. 너가 공부에만 집중했으면 좋겠어.
지금까지 너가 고생한 거 내가 제일 잘 알잖아. 이번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데 확실히 잡아야 될 거 아니야."
맞는 말이었다..
힘들어하는 내 옆에는 늘 지성이가 있어 주었고, 그래서 내 사정도 제일 잘 알았다.
유학을 결심하고 나도 이별을 생각 하긴 했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좋아하기에 관두었는데...
결국 나는 울음이 터져버렸고 지성이도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도.. 이제 연습에만 집중하면서 꼭 가수 될게. 너도... 잘 됐으면 좋겠어."
지성이의 말에 나는 더욱 서럽게 울었다.
너가 없는 하루를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너가 없는 한달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너가 없는 일년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시간이 꽤 흘렀지만 내 울음은 그칠 줄을 몰랐다.
묵묵히 내 옆에 앉아있던 지성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게 인사를 했다.
"..난 이제 갈게. 잘 지내야 돼."
3. 이종석
종석 오빠와 나는 CC이다.
대학와서 하면 안 되는데 CC라고 하지만 우리는 3년동안 알콩달콩 잘 사귀었다.
"아, 오빠. 약 챙기는 거 까먹었다. 내가 금방.."
"아니야. 내가 챙겼어."
사실 종석 오빠는 희귀병을 앓고 있엇다.
우리나라에선 치료도 못 하여 최선의 방법은 세 시간마다 약을 먹는 것이었다.
혹시나 약 먹는 걸 까먹을까봐 나는 거의 매일 오빠에게 붙어다녔다.
오빠는 그런 나를 보며 늘 미안해 했다. 그래도 난 괜찮았다.
"어디- 오늘은 안색이 어떤가 볼까."
"..김. 이거 안 놔?"
"포즈 잡아봐, 빨리빨리."
"자, 됐지? 예쁘게 찍어줘."
우린 행복했다.
다른 커플처럼 여행을 가진 못했지만 소소한 일상을 즐겼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오빠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드디어 미국에서 연락이 왔어요. 환자 분, 치료 받으러 오라네요."
"정말요..?"
"네. 한 달 후에 출국 하셔야 될 거예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오빠의 병을 치료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 병원에서만 치료가 가능하였고 미국에서도 계속 환자를 받을 수는 없었다.
오빠는 5년 동안 치료 대기자였고, 이제서야 차례가 온 것이었다.
우리는 이 날 기분좋게 밥을 먹고 헤어졌다.
정말 이제 오빠가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며칠이 지나고 오빠가 만나자고 연락을 해 왔다.
나도 때마침 오빠한테 할 말이 있어 바로 오빠의 집으로 갔다.
"오빠, 왜 나와있어?"
"아...어...."
오빠는 집 앞에 기대어 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오빠의 팔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자고 하였다.
그런데 오빠는 잡고 있떤 내 팔을 떼어 놓았다.
"왜? 어디 갈 데 있어?"
"...아니."
"아, 맞다. 근데 오빠 미국가면 내가 잘 못 챙겨주잖아.
그래서 생각해 본게, 오빠 폰에다 알람 맞춰놓기랑 내가 문자 보내주기랑.. 그리고 또.."
"..그럴 필요 없어."
요 며칠 나는 미국에 있는 오빠를 어떻게 챙겨줄지 생각했다.
오빠가 약은 잘 챙겨 먹었지만 그래도 내 옆에 없으니 걱정이 되어 여러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어느 방법이 좋을 지 궁금해 오빠에게 물어보는데, 예상 외로 오빠의 반응은 무미건조했다.
나는 가만히 서서 오빠를 올려다 보았는데,
"그만하자, 우리."
".....뭐?"
"....헤어지자고."
오빠는 내게 헤어지자고 하였다.
나는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나는 오빠의 두 팔을 붙잡고 울며 말 했다.
"..왜....왜 그래."
"너도 알잖아. 나 치료 얼마나 걸릴 지 몰라..
몇 달만에 될 수도 있겠지만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어.."
"그것 때문에 그래? 나 기다릴 수 있어.. 오빠가 제일 잘 알 잖아."
"그래서 그런 거야. 지금도 나 챙기느라 바쁜 너가,
내가 미국 가면 얼마나 더 날 신경 쓸지 뻔히 아니까. 그래서..."
오빠는 이 말을 하며 내 두 팔을 모두 뿌리쳤다.
오빠는 울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단호했다. 그래서.. 더 붙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오빠는 내게 마지막 인사를 하였다.
"..나 이제 들어갈게...끝까지 약한 모습 보여서 미안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