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말이지 이 사랑 깨져 부스러기 하나
남지 않는다 해도 안녕 사랑에 빠진 자전거
타고 너에게 달려간 이 길을 기억할게.
/김선우, 사랑에 빠진 자전거 타고 너에게 가기
당신은 다정하게 폭압적입니다.
나는 무책임하게 순종적입니다.
그러나 그것과 상관없이
구원은 늘 우리가 눈을 감았을 때만 옵니다.
/김안, 육식의 날들
늘 네 생각보다 한 발 더 앞서 있을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너를 더 많이 사랑하고 있을 거라는 말이야
/새벽 세시, 한 걸음 더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언젠가 꼭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는데
그 긴 시간 동안
너를 사랑할 준비를
몇 번이고 마친 내게는
왜 너라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새벽 세시, 기다리다
그대의 울음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이영주, 현기증을 앓는 고양이
누가 다정하면 죽을 것 같았다
장미꽃나무 너무 다정할 때 그러하듯이
저녁 일몰 너무 다정할 때
유독 그러하듯이
뭘 잘못했는지
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김경미, 다정이 나를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소한 습관이나 잦은 실수,
쉬 다치기 쉬운 내 자존심을 용납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직설적으로 내뱉고선 이내 후회하는
내 급한 성격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다
/김재진, 너를 만나고 싶다
나는 점점 여기 없는 사람인 척하는 사람,
나는 여기 없는 척하느라 당신이 불러도
대답하지 못했던 사람,
그러나 그때 사실
당신 근처까지 갔던 사람
/김애란, 영원한 화자
눈처럼 부드러운 네 목소리가
조용히 내리는 것만 같아
눈처럼 깨끗한 네 마음이
하얀 눈송이로 날리는 것만 같아
나는 자꾸만
네 이름을 불러 본다
/이해인, 겨울 편지
상처는 아픈 것이 아니라 깨닫는 것이다
사랑이 이처럼 비리다
/윤성택, 사랑이 이처럼
그냥 절 사랑하시면 돼요
밑질 거 없잖아요
분명 제가 더 사랑하는데
/이선재, 밀회
헤어지는 법을 모르는 소년을 찾고 있어
사랑하려고
/황혜경, 소년을 만드는 방법적 소녀
나는 그가 이름을 불러 주면 좋아했다.
그 목소리의 온도를 좋아했다.
/에쿠니 가오리, 냉정과 열정사이
그 짐을 내가 들어 줄 걸
더 오래 머물면서 더 많이 이야기를 들어줄걸
선물은 조금 더 나은 것으로 할걸
큰 후회는 포기하고 잊어버리지만
작은 후회는 늘 계속되고 늘 아픕니다
/정용철, 착한 후회
언젠가는 모두가 나를 더 싫어할 거야.
좋아하라는 부탁을 한 적도 없었는데
/조혜은, 발음되지 않는 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