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김태륭 씨에 대한 많은 것들이 밝혀지면서 게시판이 시끄럽네요.
사실 전부터 김태륭 씨를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너무 가르치려는 듯한 해설도 제 스타일은 아니었고, 비선출 해설에 대한 지나치게 딱딱한 관점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구요.
그러면서 김태륭 씨가 내세우는 선수 경력, 특히 파리생제르망-고려대-전남-부천 등으로 이어지는 경력에서 의문이 몇가지 들곤 했습니다. 그 동안 혼자서만 조금 의문을 가지고 있다가 한번 정리내어 글로 써보자는 생각이 들어 글로 옮겨 봅니다.
한 가지 분명히 밝혀둘 것은, 저는 김태륭 씨나 김현회 씨와 어떠한 이해 관계가 얽힌 사람도 아니며 김현회 씨 역시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김태륭 씨가 내세우는 커리어에 대해서 항상 의문 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한번 적어 봅니다.
<김태륭 해설은 진짜 파리생제르망 유스 출신일까요??>
김태륭 해설은 파리생제르망 유스 출신의 해설위원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스스로도 그 얘기를 한 바 있고, 여러 매체를 통해서도 그 같은 타이틀로 소개가 되어 왔습니다. 본인 역시 파리생제르망에 대한 애정을 곳곳에서 표현한 바 있구요.
그런데 김태륭 씨가 2013년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의문점이 생긴 포인트가 있습니다. 해당 인터뷰 기사에서 김태륭 씨 본인의 말을 옮겨보겠습니다.
"아버지께서 프랑스 특파원으로 발령이 나서 온 가족이 프랑스로 이민을 갔다. 다른 특파원 자녀들은 국제학교에 들어가는데 우리 아버지는 나를 프랑스 국립학교에 넣으셨다 그때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생소했기 때문에 놀림도 많이 받고 그랬다. 입학 후 석 달 지나고 나서 친구들과 축구를 처음 했는데 너무 재밌더라. 나보다 키가 훨씬 큰 흑형(?)들을 제치는 데에 큰 매력을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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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던 학교가 PSG의 유스 시스템을 보급하는 학교였다. 학교에서 선발이 돼서 PSG로 넘어가게 된 케이스다. 옆집 살던 올리비에라는 친구를 포함해 4명이 PSG 유소년팀으로 갔다. 당시 실력이 출중해(?) 7살때는 U9팀에서, 9살때는 U10팀에서 뛰고 그랬었다. 초등학교 때가 내가 축구를 가장 잘했던 시기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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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특파원 생활이 마무리 되면서 자연스레 한국으로 들어오게 됐다. 역삼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당시 나는 한국에 들어오면 당연히 축구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당연히 학교에 축구클럽이 있을 줄 알았는데 친구들이 피구만 하고 있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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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이모부가 동북중학교 체육선생님이었다. 6학년 때 이모부 추천으로 동북중학교 축구부에 테스트를 보러 가게 됐다. 그 때 합숙을 잠시 했는데, 이틀 만에 못하겠다고 뛰어나왔다. 프랑스의 축구환경에 익숙했던 내가 생각했던 환경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세계였다. 그래서 축구를 포기하고 일반학생으로 역삼중학교에 입학했다."
줄 친 부분만 읽어보면 김태륭 씨가 프랑스에 살던 시기를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김태륭 씨는 건너가서 프랑스 국립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프랑스 학제에선 초등학교가 만 6세, 즉 한국나이 8살에 시작합니다.
또한 김태륭 씨가 한국에 돌아와선 역삼초에 입학하였고, 축구부가 없어 축구를 하지 않다가 6학년 때 동북중 테스트를 보러 갔다가 포기했다고 합니다. 적어도 6학년, 한국나이 13살 / 만 나이 11살 이전에는 한국에 돌아온 셈입니다.
따라서 김태륭 씨가 프랑스에 산 시기는 만 나이 6세 ~ 만나이 11세 사이 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시기 그는 파리생제르망 유소년 팀에서 뛰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그만 의문점이 생깁니다.
위 사진은 파리생제르망의 공식영문 홈페이지에 소개된 유스팀 (프랑스어로는 "Formation - 교육이라는 뜻") 페이지 입니다.
파리생제르망 유스팀에 대한 소개가 되어있는데, 여기서 "13세 이상부터"라는 대목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파리생제르망 공식 홈페이지에선, 공식유스팀이 13세 이상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파리생제르망 아카데미(유스팀)입니다. 여기서는 파리생제르만 유스팀이 세 팀 (2군, U19, U17)로 구성되어 있다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하 연령대는 팀이 없는 걸까요?
공식 홈페이지의 유스팀 아래 탭에는 프리유스(Pre-Youth; 불어 홈페이지에선 Pre-Formation) 탭이 있습니다.
유럽 빅클럽 답게 이 탭 역시도 꽤나 자세하게 설명 되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팀 역시 가장 어린 연령대의 팀이 U14입니다. 김태륭 씨는 만 11세에 한국에 와 있었으니 이 팀에서 뛴 적도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김태륭 씨가 뛴 팀은 어디였을까요?
Youth - Pre-Youth, 그리고 그 아래에는 "Association"이라는 또다른 탭이 있었습니다.
이 조직은 "모든 이에게 축구에 참여할 기회"를 주기 위한 조직이라고 합니다. 이것만 봐서는 어떤 조직인지 쉽게 이해되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아래, 이 조직의 구성팀을 살펴보면 이해가 됩니다.
먼저 여성팀이 8개가 있고, 그 아래 남성팀에는 성인팀, 주말팀, U19 U17 U16 U15 U14 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게 뭘까요? 아까 전의 유스 - 프리유스와는 어떻게 다른 팀일까요?
성인팀, 주말팀에서 눈치 챈 분들도 있겠지만 이건 보급반 개념입니다.
그 아래 드디어 김태륭씨가 다녔을 연령대가 있네요.
U13/U12 는 네 팀이, U11/U10 역시 네 팀이, U9/U8/U7은 자그마치 12개 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김태륭 씨는 이 단계에서, 파리생제르망이 운영하는 보급반에 다닌 겁니다.
이 조직의 이름인 Association은 영어 단어 association과 같이 조직, 단체라는 뜻도 있지만 불어로 "협력, 제휴"라는 뜻도 있습니다.
여기서 이 단계의 보급반을 보고 국내축구팬들은 쉽게 떠오르는 이름이 있을 겁니다.
바로 FC서울이 운영하는 보급반 FOS입니다. 육성반, 엘리트반과 구별되어 최대한 다수의 인구에게 취미로 축구를 보급하기 위해 만든 FOS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지역의 축구장 등과 연계하여 운영되는 FOS가 바로 이 파리 생제르망의 Association 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생각을 해봅시다.
저희 옆집엔 FOS에 다니는 꼬맹이가 삽니다. 꽤 그럴듯한 유니폼도 입고, FC서울 로고가 박힌 봉고차도 타고 다닙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초등학교 졸업 전에 FOS를 그만둔고 해봅시다. 그런 뒤에 커서, 본인을 FC서울 유스라고 소개하고 또 그런 타이틀을 통해 어떤 금전적 이익을 얻는다면 어떨까요?? 특히 축구 관련 분야에 종사하면서 그런 타이틀을 통해 어떠한 이득을 본다면 문제가 생길 겁니다.
만약 김태륭씨가 있었던 곳이 파리생제르망 Association이 맞다면,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아는 그런 보급반의 개념이 맞다면 김태륭 씨가 파리생제르망 유스 출신이라고 불리는 것은 조금 합당하지 않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당시 김태륭씨가 너무나도 어린 나이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문구단의 보급반과 육성반의 차이는 크니까요.
제가 김태륭 씨가 파리생제르망 유스 출신이 아니라고 단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불어를 못하기에, 파리생제르망 유스시스템을 정확히 본 것도 아니기에 공식홈페이지에 소개된 것만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김태륭 씨가 파리생제르망유스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얻은 인지도나 이득이 분명히 있을 테니 이러한 부분에 대해 명확히 짚고 넘어가주셨으면 합니다.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김태륭 씨가 보다 정확한 설명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정)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신대로, 김태륭 씨가 여기 몸담은 게 벌써 20년도 더 전의 일이라 이 조직이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그 때도 보급반 형태로 운영되었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꼭 염두에 두고 글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불어에 능통하지도 않고 그것까지 확인하는 것은 그건 제 능력 밖의 일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직접 확인해주신다면, 혹은 더 좋은 것은 김태륭 씨가 진실되게 해명해주신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