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억을 구체적으로 편집하라
“숙소에서 우리 처음 만났잖아
처음 널 보자마자 엄청 설렜어
운명의 상대인가 싶을 정도로 넌 사랑스러웠어”
글을 쓰다 보면 아무리 말주변이 없는 사람도 생각을 차분히 정돈할 수 있다
추억을 선명하게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써 나가자
상대와 처음 만났을 때의 두근거림
그(그녀)가 얼마나 멋지고 사랑스러운가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묘사가 구체적일수록 읽는 사람이 머릿속에 장면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으니
공감하기도 쉽다
“체크인하려고 줄을 서고 있을 때
남색 GAP 후드티를 입고 있던 너와 눈이 마주쳤어
눈을 뗄 수 없어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까, 너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잖아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어”
2. 과도하고 지루한 사랑 남발은 금물이다
“매번 말하지만, 나는 널 사랑해
천 번 만 번 말해도 부족한 것 같아
내 사랑은 아무리 많은 ‘사랑해’라는 단어를 써도 모자라
아 참! 지난주에 우리가 갔던…”
당신이 그(그녀)를 사랑한다는 건
당신도 알고, 상대도 알고, 당신 부모님도 안다
수화기에 대고 매일 “사랑해”라고 말하는 건
통신사 직원이랑 국정원도 알고 있을 거다
즉흥적으로 성대에서 목을 거쳐 나오는 ‘사랑해’가 아닌
성대에서 머리를 거쳐 다시 손가락으로 전해지는 ‘사랑’을 전하자
감정을 추슬러 말한 한 번의 ‘사랑해’가 수십 번의 ‘사랑해’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기념일이라고 평소에 쓰지도 않던 편지를 건네려니 새삼스럽다
내가 되레 쑥스럽기도 하고
글씨로도 내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있다면 좋겠어
사랑해”
3. 연애편지는 탄원서가 아니다
“어제 사실 너가 다른 여자애들이랑 약속이 있다고 했을 때, 화를 내서 미안해
그래도 좀 질투가 나서 서운했어
앞으로는 조심해줬으면 좋겠어”
잘 해보자고 쓰는 편지에 온갖 불만과 서운함, 미안함을
노골적으로 끄적이진 말자
편지라는 건 쓰는 사람의 부담만큼 받는 이의 기대도 크다
두근거리며 사랑이 가득한(할 것 같았던) 연애편지를 뜯었더니
‘근데 너 잘못함’이라는 비난이 섞여 있다면 얼마나 실망스러울까
고마운 얘기만 찾아 써도 4절지가 모자랄 지경인데
손 아프게 쓴 편지로 상대에게 실망을 안겨 줄 필요는 없다
“약속시간에 30분이나 늦은 날 네가 웃으면서 안아줄 때 너무 행복했어
매번 속상하게 해도 늘 용서하고 이해해 주는 네가 너무 고마워”
4. 구체적인 미래를 제시하라
예전에 우리 갔던 와플집, 진짜 맛있었잖아
갑자기 생각나서 또 먹고 싶다
나중에 한 번 또 가자
‘지속 가능한 연애’를 하려면, 비전이 필요하다
오랜 생각과 기획 끝에 쓰는 글은 말보다 효과적인 전달 수단이다
‘오늘 뭐 했고, 어제는 뭐 했고’ 하는 과거의 일을
승정원일기처럼 기계적으로 기록하는 건 당신의 연애전선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
대신 향후 둘의 연애가 좀 더 다이나믹해 질 거라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자
사귄지 얼마 안 되어 권태기를 겪고 있다면
아마 둘 사이에 이런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2월엔 네가 가고 싶다고 했던 부산에 가자
바다도 보고, 남포동 먹자골목 가서 비빔당면도 먹어야지
올해 가기 전에 순천도 가야 하는데 너와 할 게 아직 많아서 너무 좋아."
5. 절제된 표현이 필요하다
“우리 귀요미>_오늘도 난 쟈기를 보고시퍼서 죽을 것 같아쏭♥
드라마를 보고 있능데, 자꾸 쟈기 생각이 나지 뭐야!
이따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두근두근!”
세상엔 애정이 과도하게 넘치는 연인들이 많다
눈앞에서야 변조한 듯 콧소리를 쥐어짜고 혀를 꼬아대더라도
글에서까지 기교를 가장한 애교를 부릴 필요는 없다
면전에서 애교가 넘치는 사람이 가끔 편지에서 건조한 문체를 사용하면
같은 표현이라도 더 진솔하게 들리는 반전 효과가 생긴다
말투만 바꿨을 뿐인데 의외로 진지하고 듬직한(것 같은)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 거다
“오늘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문득 네 생각이 났어
곧 보겠지만, 벌써부터 너를 만날 생각에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네
보고 싶다”
6. 먼저 쓰는 게 우선이다
생각지 못한 순간에 건네받은 편지는, 그가 나를 먼저 생각했다는 증거다
이런 자발성은 애정의 척도와 같아서
‘날 사랑해!’라고 닦달하지 않아도 먼저 표현할 줄 아는 상대가 기특할 따름이다
사실 그게 뭐 별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잠들기 전, 문득 나를 떠올리고
오밀조밀 편지를 쓰는 그(그녀)의 모습은 분명 사랑스러울 거다
노하우보다 중요한 건 편지를 건네려는 당신의 마음이다
‘언젠가 쓰겠지’라며 충동구매하고 썩혀 둔 서랍 속 펜과 종이를
오늘만큼은 당신이 먼저 꺼내어 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