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가 지나면 얼굴이 몰라볼 정도로 붓는다면서요? 지금은 괜찮아 보이는데요.
- 오늘은 아침부터 하루종일 부어 있어서 별 차이가 없나봐요(웃음)
새벽 2시예요. 밤을 좋아하는 편인가요?.
- 아뇨.사실 전 밤을 잘 못 새워요. 잠이 되게 많아요.
그럼 활동은 어떻게 해요?
- 그러게요. 어떻게 잘하네요?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자여 '음.잘 잤다' 그런 생각이 드나요?
- 10시간?
신생아의 수면 시간이 아닌가요? 지금 그럼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건가요?
- 이제 끝났으니까 괜찮아요.
인터뷰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부담스럽나요?
- 이렇게 둘이 대화하는건 괜찮아요. 방송 카메라 앞에 서면 진짜 긴장 많이 해요.
얼굴이 잘 빨개져요. 그래서 싫어해요.
아까 촬영하다가 빨개졌을 때처럼요? 볼터치한 줄 알았어요.
- 얼굴이 잘 빨개져요.특히 방송에서 저한테 질문하면 얼굴이 그냥 빨개져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말도 재미있게 못하고요.
오늘 일어나서 여기 오기 전까지 어떻게 시간을 보냈어요?
- 좀 늦게 일어났어요. 오후 1시쯤 일어나 집에서 과일 먹고, 콘서트 무대 서느라 손톱 발톱을 좀 화려하게 한 것 같아 네일 숍 가서 지우고 왔어요. 사실 컨디션이 안 좋았어요. 몸 상태가 좀 그랬어요. 그래서 걱정하면서 왔어요.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촬영하지 않은게 오늘이 처음이거든요. 긴장을 조금 하고 왔어요.
화보를 많이 찍었는데도 여전히 긴장이 돼요? 잘 나올까에 대한 걱정인가요?
- 잘 나올까에 대한 걱정은 아니고요. 오늘의 컨셉트가 뭔지. 그걸 내가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생각해요. 그걸 이해해야 저 스스로도 편하고
잘하니까요.
포토그래퍼 레스와 찍고 싶단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어요?
- 사진을 보고 좋아했어요. 성함은 잘 몰랐어요. 근데 제가 좋아하는 사진을 여러 개 모아보니 다 그분의 거였어요. 그래서 알게 됐어요. 레스여서 좋은 게 아니라 그 사진이 좋아서 찾아보니 레스였어요.
소희씨는 오글거리는 표현이라고 하긴 했지만 오늘 '깨끗한 팜므 파탈' 느낌으로 찍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어요? 찍고 싶은 사진에 대한 생각을 평소에도 항상 해요?
- 네. 새로운 걸 볼 때마다 다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오늘 촬영은 지금까지 안해봤던 콘셉트여서 해보고 싶었어요. 지난번에 <데이즈드>랑 찍었으니까 그때와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 하다가 이렇게 찍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오늘 이렇게 입고 온 이유는 뭐에요(그녀는 셔츠 스타일로 된 흰색 원피스에 검은색 펌프스를 신고왔다)?
- 일단 비 오니까 츄울 것 같아서 긴팔은 입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갈아입으려면 편한 옷이 좋을 것 같았고요. 그리고 오늘 촬영 컨셉트가 깨끗한 거였잖아요. 그래서 저도 오늘 깨끗하게 입고 가야겠다고... 하하.
그 많은 옷은 다 어떻게 관리해요?
- 제가 옷 관리에 좀 집착해요. 잘하진 못하지만 티셔츠도 매장에 진열한 것처럼 접어 놓아요. 그래야 입을 때 예쁘거든요. 어떤 티셔츠인지 알 수도 있구요. 옷에 주름 있는 걸 싫어해요.
소희 씨 방은 어때요?묘사해본다면요?
- 휑해요.침대만 덩그러니 있고 책상도 없어요. 방에 뭐가 많은 걸 되게 싫어해요.침대도 헤드 없는 걸 좋아하고요. 방에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도 꼭 있어야만 하는 물건은 뭔가요? 내 방 같다는 생각이 드는 물건 말이에요.
- 향초가 꼭 있어야 해요. 그리고 물 많이 먹는 나무나 식물들을 갖다 놓았어요. 제가 답답한걸 안 좋아해서 창문을 항상 열어놓거든요. 아!스피커도 있어요.선물 받은 건데 하얀색이에요. 그건 꼭 있어야 돼요
오늘 들었던 노래가 있어요?
- 카시우스의 'I love you so'라는 노래 들었어요. 요즘 제가 좋아하는 곡이에요.
음악 취향은 어떤가요?
- 음악은 편식 안 해요. 굳이 가리는 게 있다면 가스펠?그런 건 안 좋아해요. 나머진 다 좋아요. 요즘 유행하는 팝도 듣고, 밴드 음악도 들어요. 사실 옛날 사운드를 많이 좋아해요.쿨 앤 더 갱 노래 같은 거요. 어느 날은 제가 스피커로 쿨 앤 더 갱 노래를 듣고 있는데 아빠가 "네가 이 노래 어떻게 알아?" 그러시는 거예요. 아빠랑 노래 들으면서 계속 얘기했어요. 댄스건 재즈건 힙합이건, 옛날 사운드를 좋아해요.
열세 살 때 JYP 엔터테인먼트 오디션 봤잖아요. 그때 어떤 생각이었나요? 무조건 가수 해야 한다고 다짐했나요?
- 아니요 어릴 때 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가 가수들을 보면서 "나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가수 되어야겠다"는 아니었고 '나도 하고 싶다.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이때 JYP 엔테테인먼트를 알게 돼서 오디션 보러 갔죠. "가수가 안 됐으면 뭐가 됐을 것 같아요?"라는 질문 많이 받았는데요. 근데 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아요. 이 일 말고 다른것에 마음이 간 적이 없어요.
가수가 되고 나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적 없어요?
- 네. 가수가 안 됐다면 그냥 학생이었을것 같아요.
학교에서 인기 좀 많은?
- 조용한?(웃음)
누가 만약 "소희 씨는 어떤 사람이에요?"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것 같아요?
- 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데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게 없어요. 어떤 특정한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소희였으면 좋겠어요.
어떤 사람인지 사람들이 잘 모르면 좋겠어요.
- 네. 사람들이 저를 어떤 특정한 사람으로 알면 제가 그런 행동을 했을 때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라고 생각할 거잖아요.근데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면 어떤 행동을 했을때 '어. 저래?저런가?'하고 궁금해하지 않을까요?
연예인이라서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은 뭐예요?
- 좋은 건, 제가 열심히만 하면 다른 사람에게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저를 보고, 원더걸스를 보고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아요. 요즘 꿈에 대한 것,가수와 연기자가 되는 법 등에 대한 질문을 많이받아요. 우리에게 조언을 구하려는 사람이 많은 걸 보고 '아, 내가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느꼈어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으니까요. 근데 한편으로는 바로 그 점 때문에 부담이 되고 신경도 많이 쓰여요. 저의 사소한 행동 하나로 말이 와전되기도 하니까 조심해야죠. 그게 조금은 불편해요.
주변의 그런 시선들에 신경 안 쓰는 줄 알았어요.
- 저는 크게 신경 안 쓰는데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하니까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면 조심해야 하는구나 생각이 들죠.
지금의 원더걸스는 소희 씨가 보기에 객관적으로 어때요?
- 이제 원더걸스 되어가는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그전에도 원더걸스였는데.
-그전엔 사실 잘 몰랐었거든요. 예전엔 그냥 여자 다섯 명 걸 그룹이었다면 이제는 진정한 원더걸스 같아요. 다섯 명이 다 함께, 그리고 개개인으로도 원더걸스로 굳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일 좋아하는 원더걸스 노래는 뭐예요?
-'Girlfriend'요. 예은 언니가 쓴 곡이어서 더 마음이 가는 것도 있지만 가사도 좋고 멜로디도 좋고 트랙이 깔끔해요. 기본적인 것에만 충실하려는 곡이에요. 기본 악기 소리들만 들어갔고요.
약간 옛날 노래 같기도 해요.
- 맞아요. 그런 기운이 있어서 더 좋아요. 전 다섯 명 색깔이 들어간 지금 버전도 좋지만, 사실 예은 언니가 혼자 가이드 불러놓은 버전을 더 좋아해요. 예은 언니가 우리 음반에 넣으면 어떨까 하고 들려줬었는데 언니 목소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게 참 좋았어요. 지금도 그 파일 갖고 있어요.
가사가 마음에 든다고 했는데, 제일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다면 어디예요?
- 가사 중에 'I'm with my girlfriend now'라는 부분이에요. 이 노래가 전체적으로 여자가 하는 말이잖아요. 근데 그 부분만 남자가 하는 말이에요. 제가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나 지금 여자 친구랑 같이 있어"라고 말하는 거거든요.그래서 제 목소리 밑에 2PM 준호 오빠 목소리가 있어요. 여자와 남자 목소리가 같이 나오는데 좋더라고요.
만약에 남자랑 화보를 찍는다면....
- 엇!
누구랑 찍고 싶어요?
- 전 누구랑 같이 찍는 거 진짜 무서워하는데.... 음.박해일 씨요.
오, 좋네요.
- 팬이거든요. 게다가 화보 잘 안 찍으시잖아요. 그래서 더 좋을 것 같아요.
같이 찍는다면 무슨 콘셉트가 좋을 것 같아요?
- 같이 찍지말고, 같은 무드랑 같은 콘셉트로 따로 찍는 거예요. 그분의 시야에서 찍고 제 시야에서 찍은 다음에 그 사진들을 같은 페이지에 배열하는 거예요. 누가 봐도 서로 다른 곳에 있는 사진인데 같은 분위기인 거예요.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네요.
안 만날 생각인가 봐요?
- 네. 떨려요(웃음). 제가 조각같이 잘생긴 얼굴보다는 어떻게 보면 좀 심심한, 그래서 매력 있는 얼굴을 좋아해요.
소희씨는 외모로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어떻게 생각해요? 팝 스타에게 외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 네. 중요한 것 같아요. 전형적으로 예쁠 필요는 없지만 자신만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만나고 싶은 패션 디자이너가 있다면 누구예요?
- 음. 에디 슬리먼요. 이번에 이브 생 로랑으로 복귀했잖아요. 사진도 찍고, 매체에 잘 노출되지 않는 사람이니까 궁금해요. 만나보고 싶네요. 평소에 뭘 하는 걸 제일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과거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다고 하면 누구로 살고 싶어요?
- 조선시대의 왕비로 살아보고 싶어요. 명성황후도 좋을 것 같고요. 어떤 삶일지 궁금해요.
뭐가 제일 궁금해요? 뭘 먹었을지, 뭘 입었을지?
- 그런 것도 궁금하고요. 그 시대에도 화장을 했잖아요. 어떻게 했을지 너무 궁금해요.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도 알아보고 싶어요.
휴대폰과 컴퓨터 같은 지금의 온갖 편리한 기기들 없이 살 수 있어요?
- 네! 휴대폰은 없어도 살 수 있어요.
궁궐 안에 갇혀서 만나는 사람도 제한되어 있고, 하다못해 연애도 지금보다는 자유롭지 않을 텐데 괜찮아요? 처음 본 사람과 결혼해야 할 수도 있어요.
- 어떻게 보면 저희랑 비슷하지 않아요? 제가 갇혀 있다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또래 친구들 자주 못 만나고 그러니까요. 비슷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소희씨가 영향을 받고 동경하는 여자들은 또 누가 있을까요?
-저희 엄마요. 저희 엄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직도 되게 여리고 소녀 같아요.
그럼 지금의 소희 씨는 엄마로부터 받은 영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나요?
- 네. 주위에서도 엄마랑 많이 닮았대요. 엄마도 낯을 많이 가리세요. 되게 여리고 소녀 같은데 무척 강해요. 어떻게 보면 독한 면도 있고요. 그런 게 닮은 것 같아요.
외모도 닮았어요?
- 하하. 네.
우리가 지나가다가 소희 씨 어머니 보면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인가요?
- 저는 잘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저희 엄마 아빠보면 소희 엄마 소희 아빠라고 써 있대요. 엄마 되게 예뻐요. 언니랑 저랑 엄마 셋 중에 엄마 얼굴이 제일 작아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혼자 간직한 꿈이 있다면 뭐예요? 사소한 것도 좋고 거창한 것도 좋아요.
- 사진집을 내보고 싶어요. 지금은 아니고요. 서른 살 전에요. 좋을 것 같아요.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포토그래퍼가 있어요?
-여러 명의 포토그래퍼가 제 모습을 찍어주면 좋겠어요. 그분 중 한 분과 오늘 찍었고요. 제가 파올로 로베르시를 좋아하는데, 그분도 함께 해주신다면 영광이겠네요.
밤이 깊었으니 이제 인터뷰를 끝낼까요? 오늘 집에 가는 길에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아요?
- '아.끝났네'.'끝났다!'이건 아니고요, '끝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