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 원 한 장으로 한 끼 배부르게 먹고도 돈이 남는 곳이 서울에 있다.
바로 서울 곳곳에 위치한 대학식당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만 45개라고 하니 대학시절 추억을 떠올리고 싶다면 한번쯤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MT에서 술을 많이 마tlrh 후배들에게 온갖 추태를 부린 것, 좋아하는 학우에게 고백했다가 보기 좋게 차인 일, 하나도 심각할 것 없는 말들을 심각하게 하며 하얗게 지새웠던 밤들. 대학시절의 추억이라고 하면 누구나 비엔나 소시지처럼 줄줄이 말할 수 있을 거다. 기억나는 것 모두가 추억이니까. 대학시절 자주 갔던 식당도 추억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학교 근처에 갈 일이 있다 싶으면, 대학시절 자주 갔던 식당 간판이라도 쳐다보게 된다. ‘예전에 참 자주 왔었지’ 이 생각이면 무작정 들이붓는 화학조미료도 용인이 된다. 하지만 세월은 흘렀다. 자주 갔던 그 식당은 점점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 하지만 학교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단 한 곳. 바로 학생식당이다. 여전히 가격도, 맛도 예전 그대로인 대학식당에 갔다.
학생식당의 클래식 건국대학교
라면 + 김밥, 3500원, 학생회관 1층
라면과 김밥. 식상한 조합이지만 그만큼 검증된 조합이다. 같은 곳에서 항상 라면을 끓였을 아주머니의 솜씨 때문인지 짜거나 싱겁지 않다. 면발도 적절하게 꼬들꼬들하다. 김밥 속은 단출하고 좀 짜다. 라면에 계란이 들어가는데 이게 싫은 사람은 사전에 말하면 된다.
오므라이스, 2500원, 학생회관 1층
학생식당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다. 윤기가 흐르는 얇게 지진 달걀옷, 그 옆에 살짝 곁들여진 야채와 작은 함박스테이크. 뭐하나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딱 우리가 아는 그 맛, 그 모습 그대로다. 가격까지 그대로니 주머니가 가벼워도 부담 없이 술술 들어간다.
여름철 메뉴가 돋보이는 세종대학교
녹차비빔냉면, 3000원, 학생회관 지하 1층
여름철을 맞아서 학생식당도 메뉴의 변화가 있다. 메밀국수나, 지금 소개하는 녹차비빔냉면이 바로 그것. 아삭한 살얼음이 동동 띄워져 있는 녹색 면발을 먹고 있으면 기분까지 청량해진다.
삼계탕, 1만2000원, 광개토관 스카이레스토랑 찬 15층
여름철 보양식 삼계탕이 학생 식당에도 있다는 말에 찾아갔다. 학생식당에서 흔치 않은 과감한 가격대에 놀라 망설였지만 멀리서 보이는 진한 육수의 빛깔에 주문을 했다. 인삼, 찹쌀, 대추 등 구색은 다 갖췄으나 맛은 평범하다. 그냥 삼계탕 맛. 무한리필되는 샐러드나 떡볶이에 더 손이 간다.
정문에서 식당까지 딱 3분 연세대학교
닭갈비덮밥, 3800원, 공학관 1층
공학관 학생식당에서 판매하는 가장 고가의 메뉴. 친절한 식당은 맛이 평범해도 자주 찾게 되지 않나. “사진 찍는 줄 알았으면 더 예쁘게 줄걸! 더 필요한건 없어요?” 친절한 카운터 직원 덕분에 닭갈비덮밥도 팔보채처럼 귀하게 먹게 된다.
순두부찌개, 2900원, 공학관 1층
연대생들의 고유명사. 이미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공순이(공학관 순두부의 애칭)’라고 불린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단순히 맵고 짜기 만한 순두부찌개가 아니다. 산해진미는 아니지만 꾸준히 즐겨 먹을 만한 맛.
화학조미료와 완전한 결별 이화여자대학교
다시마말이 김밥, 3000원, POSCO관 1층
이대 포스코관에는 김밥과 초밥 전문으로 판매한다. 유부초밥이나 참치김밥이 베스트셀러다. 여기서 소개하는 다시마말이 김밥은 건강에 신경 쓰는 여대생들 위한 메뉴인 듯하다. 초장에 찍어 먹으면 이게 과연 3000원으로 누릴 수 있는 음식이 맞나 싶을 정도. 실제 판매되는 김밥은 먹기 좋게 1회용 용기에 차곡차곡 쌓아서 준다.
왕십리에서 가장 저렴한 카페는? 한양대학교
체리에이드, 레몬에이드, 각 2400원, 사이버2관 1층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판매하는 딱 그맛. 하지만 가격이 그 가격이 아니다.
블루베리와플, 1700원, 사이버2관 1층
하나를 주문해도 두 개가 나온다. 두껍지 않은 와플에 살짝 화학적인 맛이 나는 토핑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확실히 갈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