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에게 사과 받기 전엔 못 죽는다" 던 최후의 유럽계 위안부 떠나다
입력 2019.09.11. 17:23
수정 2019.09.11. 19:39
https://news.v.daum.net/v/20190911172300908?f=m
이코노미스트, 얀 루프 오헤른의 삶 부고 기사로 다뤄
'위안(comfort)' 대신 '강간' 표현으로 일본군 범죄 부각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고(訃告)란은 최근 영면한 인물 중 세계적으로 울림을 가진 이들을 선택해 집중 조명한다.
최신호(9월7~13일)가 다룬 이는 네덜란드계 호주인 얀 루프 오헤른(1923~2019)이다.
일본군에게 납치돼 인도네시아에서 3개월 동안 ‘위안부’로 강제 수용됐던 여성이다.
유럽계 위안부 피해자 중 그간 유일한 생존자였다.
그는 생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과를 받기 전까지는 절대 죽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19일 호주 애들레이드 자택에서 96세를 일기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
과거를 감추고 평범한 주부이자 두 딸의 엄마로 살던 그는 1991년 고(故) 김학순 위안부 할머니가 최초로 위안부 사실을
공개 증언한 것을 우연히 본 뒤 용기를 냈다.
이듬해 호주 언론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고, 이후 미국ㆍ유럽ㆍ일본 등지에서 증언 활동을 펼쳤다.
김학순 할머니 등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과도 활발히 교류했다.
자서전 『50년간의 침묵(Fifty Years of Silence)』은 6개 언어로 번역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오헤른이 인도네시아 일본군 위안소에서 겪은 일도 소상히 소개했다.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부유한 무역상의 딸로 태어난 그는 수녀가 되기 위해 공부 중이었다.
그러다 42년 일본군이 인도네시아를 침공했고, 2년 뒤인 44년 납치됐다. 당시 21세였다.
오헤른이 쓴 자서전의 한국어판 표지엔 그와 길원옥(92) 할머니 등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이 손을 꼭 잡고 미소 짓는 사진이 실려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다루는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길원옥 할머니 등 피해자 할머니들의 건강은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정의기억연대 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오헤른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가) 동아시아에 국한된 사안이 아닌
인류 보편의 인권 문제 임을 국제사회가 인식하는 데 큰 역할을 하셨다”며 “고인께서 겪으신 큰 아픔을 기억하겠다”고 추도의 뜻을 밝혔다.
국내에선 올해 들어서만 1월에 김복동 할머니, 3월 곽예남 할머니 등 5명의 피해자 할머니가 별세했다.
이에 따라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20명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