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나는 그대의 온기로 녹아 만들어졌다
언제부터 내렸는지 모를 차가움이
켜켜이 쌓여갈 때쯤
그대가 나타나 미소지으며
난생처음 있을 따스함으로 나를 감싸주었다
스며드는 그대의 온기와 손길 덕분에
나는 조금씩,
조금씩 커져 나아가
제법 사람 흉내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짓는 눈짓과 미소,
그 어느 하나 그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대를 안아줄 팔이 생길 때쯤
그대는 이제 그만 나를 떠나간다고 말했다
아직 난 그대의 언 손조차 꽉 잡아주지 못했는데
그대는 나를 떠난다고 했다
그대가 내게로 온 길을 다시 돌아
그대의 뒷모습이 다시 한번 발자국을 새긴다
나는 눈 한번을 깜빡 않고
그 길을 그저 바라만 본다
우리의 시작과 끝에
따옴표처럼 새겨진
그대 발자국이 이제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제법 시간이란게 흘러버렸나보다
나는 겨울에 태어나
계절의 흐름을 겨울밖에 모르지만
그대를 만나 얼핏 봄이란 걸 느꼈습니다
여전히, 영원히 나는 이 자리에서 그대를 기다릴테니
그대 다시 내게로 와
나를 꼭 안아주세요
그대의 온기로 나를 녹여주세요
그럼 나 그때 당신께 봄을 배울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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