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이 두 영화는 내 기준이긴 하지만 멜로의 정점에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
물론 이 두 영화는 그 자체로도 대단히 재미있다. (솔직히 짐 캐리가 딸치는 장면을 어디서 보겠는가) 그러나 이 영화들은 여타 멜로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음향, 편집, 조명, 피사체의 구도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단순한 멜로의 달달함을 넘어서 연애초짜에게 연애선배가 연애지도를 해준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연애를 하면 필경 느끼게 되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초짜들의) 착각과 실수 등을 교정 받는 것이다. 지나고 나서 '그때 왜 그랬지' 하며 이불킥 하지 말라고.
솔직히 경험이랍시고 몇 번의 이불킥 끝에 가까스로 교훈을 얻는다면 그리 유쾌하진 않을 것이다. 이 영화들은 우리가 굳이 그런 뻘짓거리를 할 필요가 없음을 알려준다.
대강 몇 가지만 간추리자면
이터널 선샤인 ㅡ 치명적인 단점은 서로에게 있다. 단지 니가 콩깍지 껴서 안 보이거나 괜찮다고 무시할 뿐. 이 모든걸 깨닫고 관계를 끝까지 가느냐 안 가느냐. 끝까지 간다면 상대의 단점을 인정하고 가야한다. (높은 확률로 상대방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각오하고 계산하라) 그리고 지금은 권태기라 모르겠지만 그 이성과 함께한 정말 달달한, 잊고 싶지않은 추억들이 분명히 있다. 지금은 니 기억에서 잊혀져서 흐릿하겠지만.
500일의 썸머 ㅡ 니 생각만 하지마라.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면 그 상대의 취향을 짓밟아 상처를 주는 행위를 하지마라. 무슨 행동을 하고자 할 때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생각해라. 너의 관심사가 니 애인의 관심사와 동일하다고 착각하지 마라. 니 애인은 단지 니가 좋아서 본인의 관심사가 아닌데 꾹 참고 들어준것 일수도 있다. 니가 사랑했던 이성의 특징들, 그리고 그로 인한 사랑의 감정은 끝까지 가는게 아니며, 권태가 오고 콩깍지가 벗겨지게 되면 혐오의 부분으로 바뀔 수 있다.
대강 몇가지만 간략하게 훑어보았다.
어떻게보면 너무나 당연해서 굳이 언급조차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하겠지만, 연애초짜라면 충분히 침대를 부숴버릴 만한 실수들을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썸머에게 건축학 책을 선물한 톰처럼)
말하자면 500일의 썸머는 20대초반에 연애처음하는 사람의 실수, 그로 인한 깨달음이라면
이터널 선샤인은 30대 연애도 좀 해봐서 볼꼴 못 볼꼴 다 봤고, 경험도 있고 어떤 시련이 와도 마음의 준비가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교훈, 깨닫지 못한 것을 깨닫는 영화라고 얘기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연애를 시작하는 중생들은 필히 이 두 영화를 보아야 할것이다.
혹자는 연애 깨나 해본 사람이 비로소 공감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공감의 문제고, 초짜들이 연애 하기 전에 여기서 얻어갈거리가 분명 있으리라고 본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